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지난달 30일 경기도 이천시 한국도예고등학교 1학년3반 교실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벗고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지난달 30일 경기도 이천시 한국도예고등학교 1학년3반 교실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벗고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023년 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두 달이 되어간다. 1월이 되면 사람들은 새해의 계획과 다짐으로 저마다 분주하다. 그러나 학교의 시계는 조금 다르다. 학교는 새 학년이 시작되는 3월이 진짜 ‘시작’이고, 빛나는 졸업장을 받고 떠나가는 2월이 진짜 ‘끝맺음’이다.

새해를 맞이하는 학교의 마음은 조금 다르다. 지난 3년간을 돌아보자. 전 세계를 강타했던 코로나19의 대유행 속에 모든 것이 멈춰 섰고, 그 속에서 학교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코로나 유행 초기였던 2020년 3월, 개학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도 경험했다. 이를 통해 학교의 소중함과 학교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우리 사회에서 많은 역할을 감당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비대면 수업의 전면 도입은 학교를 빠르게 변화시켰다. 인터넷 활용 수업을 하려면 세월아 네월아 기다리던 교실에 초고속 인터넷망이 보급되고, 태블릿을 비롯한 방대한 전자기기 물량이 학교로 쏟아졌다. 나도 이제 교과서가 아닌 태블릿 한 대만 들고 수업을 간다. 선생님들의 글씨체를 뽐내던 칠판 판서는 옛말이고, 학생들은 전자칠판이나 대형스크린으로 수업을 따라온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그 장점과 한계를 명확히 느끼게 되었다. 연필보다 키보드 타이핑이 익숙한 세대인 요즘 아이들에게 비대면의 장점을 살려 수업 접근성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학교가 문을 닫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성적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각종 통계자료가 발표됐다. 소위 상위권은 수업 형태와 상관 없이 부족한 부분은 사교육으로 보충하면서 굳건히 그 자리를 유지했지만, 학교 교육에 의지하던 중위권 학생들은 비대면 수업의 한계를 이기지 못하고 하위권으로 주저앉았다. 자기 통제력이 결정적인 비대면 환경일수록 가정 배경이 학습 능력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이다. 경제 격차가 곧 교육 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더 견고해지는 시간이었다. 따라서 심화된 교육 격차를 극복하는 일은 남은 과제일 것이다. 코로나로 미리 온 미래 교육의 모습이 단순히 외적인 변화는 아닐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교육의 본질과 이를 위한 성찰에 집중하고 천착해야 한다. ‘만남과 교류, 함께’의 과정이 부족했던 코로나 3년의 시간을 어떻게 메꿀 것인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우리는 마스크와 한 몸이 되었다. 마스크 없이 누군가를 마주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그렇게 코로나 3년을 보낸 아이들과 선생님은 서로의 얼굴을 모른다.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한글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는 학생 비중이 늘었다는 기사를 접한 적 있다. 선생님과 친구의 입 모양, 표정 등을 통해 언어를 익히고 감정과 관계를 배우는 과정이 생략된 지난 시기가, 이후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면밀히 지켜볼 일이다. 수업이란 단순히 음성 언어의 전달이 아니기에,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표정을 읽고 감정을 교류하는 과정의 종합체이기에, 코로나 시기의 수업은 100%였다고는 말할 수 없겠다.

이제 우리는 그 치열했던 코로나와의 전쟁을 마무리 할 시기에 온 것 같다. 아이들에게도 빼앗겼던 일상을 돌려주어야 할 때다. 체육대회의 함성이 사라진 학교, 토론조차 할 수 없었던 수업, 담임 선생님의 얼굴도 모른 채 졸업해야 했던 지난 시간과 기꺼이 결별하고 싶다.

교육계는 그간의 변화를 차분히 정리하고 남겨진 과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댈 때다. 당연했던 일상이 멈추고 나서야 느꼈던 일상의 소중함, 그리고 그 일상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긴장감이 교차하는 새봄이다. 그래서 더 기다려지는 2023년 학교의 시작이다. 

정현진 고등학교 사회교사
정현진 고등학교 사회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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