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이나와 조건없는 협상

[바흐무트=AP/뉴시스] 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인근 들판 곳곳에 포격으로 분화구가 형성돼 있다.
[바흐무트=AP/뉴시스] 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인근 들판 곳곳에 포격으로 분화구가 형성돼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 6개월 동안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군이 조금찍 전진하면서 점령지를 넓혀가고 있다고 BBC가 보도했다.

BBC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앞두고 동부 바흐무트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BBC특파원은 바흐무트 현지에 도착하지 마자 포탄이 날아왔으며 곳곳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바흐무트에서 불과 2km 떨어진 곳에 주둔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시가전이 벌어지고 있고 기온은 영하에 머물고 있는 상항에서 우크라이나군은 여전히 바흐무트를 점령하고 있다.

93기계화 여단의 미하일로 대위는 "우리는 모든 종류의 탄약, 특히 포탄이 부족하다. 우리는 서방 동맹국들의 암호화된 통신 장치와 병력을 이동시키기 위한 일부 장갑차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바흐무트를 '동부의 요새'라고 불렀다. 

러시아군은 6개월이 넘게 이 요새를 점령하기 위해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조건없는 협상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앞두고 러시아의 대공세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무성한 가운데 러시아 외무차관이 우크라이나와의 조건 없는 협상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베르시닌 차관은 11일(현지시각) 러시아 국영 즈베즈다 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제 조건 없이 기존의 현실에 기초한 회담인 경우에 회담에 임한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회담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련된 모든 협상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주장했지만 일부 영토 이전을 전제로 하는 협상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동맹국들은 거부해 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3월까지 돈바스 지역을 완전히 점령하라고 자국 군대에 명령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최근 동부 루한스크에 전차를 투입하고 보병부대를 전선에 배치하는 등 이미 돈바스 지역 내 주요 거점을 공격하기 위해 병력 증강에 주력해 왔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러시아 민간 용병업체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전체를 점령하는 데 길게는 2년 더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의 이례적인 발언은 러시아 일부 인사가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 우크라이나 전쟁 1년...군인 20만명 이상·민간인 7000명 이상 사망

[메디카=AP/뉴시스] 5일(현지시각) 폴란드 메디카 국경 건널목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난민 여성들이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메디카=AP/뉴시스] 5일(현지시각) 폴란드 메디카 국경 건널목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난민 여성들이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1년간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군인 20만명, 민간인 70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유엔이 밝혔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만 최소 7000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어린이 희생자도 438명에 이른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지난해 11월 “양국 군인의 합계 사망자 또한 2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현 시점에서는 이보다 더 늘어났을 것이 확실시된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민 4100만 명 중 약 33%(1340만 명)가 거주지를 잃고 난민 신세가 됐다. 이 중 절반 이상인 805만 명이 해외로 떠났다. 미 뉴욕타임스(NYT)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내 최대 난민 사태”라고 평한 이유다.

세계 각국도 심각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쟁으로 식량과 비료 가격이 치솟아 전 세계에서 최소 3억4500만 명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9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번 전쟁으로 올해 말까지 약 2년간 세계 경제에 약 2조8000억 달러(약 3350조 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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