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인 여성 부하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해군 상관이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8부(배형원 이의영 배상원 부장판사)는 10일 군인 등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김 모 대령(범행 당시 중령)의 파기환송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2010년 김 모 대령(당시 중령)이 해군 함선의 함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부하인 김 중위를 성폭행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게 한 사건이다.

재판부는 “평소 신뢰하던 직위의 피고인으로부터 범행을 당한 피해자로서는 성적 불쾌감과 모욕감은 물론 깊은 무력감 등으로 인해 형언할 수 없는 큰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고 이후 해군상관에의한성소수자여군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신문
선고 이후 해군상관에의한성소수자여군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해군상관에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신문

선고 이후 해군상관에의한성소수자여군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의 이도경 변호사는 판결요지를 언급하며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수사단계부터 파기환송심에 이르기까지 범죄행위 전후에 관한 주요한 부분이 일관적이고,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고 봤다”며 “재판부는 피해자가 원치 않은 성관계로 임신중절수술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아니하였던 점, 동성을 좋아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던 점, 피고인이 20살 이상 많은 남성이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변론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선고 이후 해군상관에의한성소수자여군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해군상관에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신문
선고 이후 해군상관에의한성소수자여군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해군상관에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신문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의 조윤희 변호사는 “당연한 판결을 받기 위해 5년의 시간을 기다려야했다는 것이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법원이 최종적으로 실체적 법정의를 바로 세우며 피고인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는 판결을 선고하였기 때문에 피해자 대리인단은 이번 판결을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일말의 반성없이 2차 가해를 지속했던 피고인을 엄단하는 이번 판결은 응당하고 정의로운 판결이라 할 것인바, 이번 판결이 피해자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그리고 현재 싸우고 있는 다른 피해자들에게는 지탱할 수 있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동대책위원회의 김지윤 녹색당 대외협력국장은 “성폭력 가해자가 처벌받고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가기 원하는 많은 시민들이 이 사건의 유죄 판결을 촉구하며 공대위와 함께 방청 연대, 시민탄원서 연명에 참여했다”며 “오늘의 판결은 성평등한 군 조직을 기대하는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낸 판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군대 내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2차 피해와 부당한 판결은 없어야 한다. 피해자는 피해를 안전하게 말하고 신고한 이후에도 원하는 만큼 군인으로서 복무를 다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고 이후 해군상관에의한성소수자여군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해군상관에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신문
선고 이후 해군상관에의한성소수자여군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해군상관에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신문

최희봉 젊은여군포럼 공동대표는 군대 내 남은 과제에 대해 말했다. 최 공동대표는 “2차 피해가 난무하는 재판의 시간을 피해자는 꿋꿋하게 견디어 냈다. 중도 포기하지 않은 그의 용기에 존경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돕는 가장 중요한 조력자는 현장의 지휘관과 부대원들의 피끓는 전우애라는 사실을 군은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참혹한 피해와 길고 고통스러운 재판의 시간을 견디고 살아남은 그녀의 용기를 이해하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윤경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피해자 입장을 대독했다. 피해자는 “오늘의 선고 결과와는 무관하게 저는 여전히 그들이 두렵다. 너무나도 바랐던 결과이지만 2010년 사건들 이후, 그리고 지금까지의 재판과정에서 보여준 악랄함으로 비추어 볼 때 오늘의 결과로 제게 또 어떤 보복을 가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떨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아무쪼록 앞으로 이어질 민사재판에도 진실을 부정하며 결코 참회란 찾아볼 수 없는 가해자들 모두에게 엄정한 법의 심판이 내려지길, 그리고 그 결과가 아직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아픔을 견뎌내고 있을 피해자분들에게 의미있는 선례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남영 진보당 인권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서울고등법원의 유죄 판결은 그동안 피해자에게 고통을 안겨준 2심의 무죄판결을 뒤집고 성폭력 사실과 그로 인한 피해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매우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군대 내에서 일어나는 무수히 많은 성폭력 중 세간에 알려진 단 하나의 사건에 불과하다. 해군을 비롯한 국방부는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군대내 성폭력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그에 앞서 성폭력 없는 성평등한 군사 문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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