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8일 “보호출산(익명출산)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촉구했고 여야 의원들은 “함께하겠다”고 화답했다.
보호출산제란 특수한 상황에 있는 산모의 경우 신원을 숨기고 아이의 출생을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질문자로 나서 저출생 문제의 이면에 영아 유기·살해 문제와 베이비박스 문제가 있다며 방안으로 보호출산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베이비박스란 불가피한 사정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게 된 부모가 아이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된 상자를 말한다.
김 의원은 “지난 2020년 한 여성이 고시텔에서 홀로 아기를 낳아 키울 처지가 안 되자 베이비박스로 갔지만 그 문을 열지 못하고 물통 위에 아기를 둔 사건이 있었다”며 “아기는 사망했다. 물론 그 여성의 행위가 용인될 수 없지만 최소한 아기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만큼은 저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우리 사회는 임신 및 출산 갈등을 겪는 부모와 영아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며 “어느 정부나 출산을 강조했지만 태어난 아기조차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일각에서는 유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하지만 저는 어떤 여성도 베이비박스가 있다는 이유로 아기를 유기한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베이비박스는 아기를 버리는 곳이 아니라 지키는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임신 및 출산 갈등을 겪는 부모와 영아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며 “미혼부모, 한부모, 위탁, 입양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존중하는 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저는 2020년 12월에 보호출산제, 익명출산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보호출산법 제정안을 발의했다”며 “그러나 2년 넘도록 별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기관 출생통보제 없이 (보호출산법이) 단독으로 도입될 경우에는 아동이 부모를 알 권리를 침해한다든지,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자랄 권리 등 아동의 핵심적인 권리를 침해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생명권이 우선이냐, 알권리가 우선이냐. 아기를 지키지 않고 알권리 운운하는 분들에게 저는 언제라도 맞짱토론을 제안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가 더 이상 방임해서, 입법부작위 상태로 아기들이 죽어가는 걸 방치하면 안된다”며 “생명을 지키는 문제에 여야와 이념, 그리고 정치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여야 의석 모두에서 박수가 나왔다. 이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에 따른 냉랭한 정국 속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함께하겠다”며 한목소리로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