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일~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현대무용가 김설진과 국립무용단이 다시 만났다. 오는 3월2일~4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개막하는 ‘더 룸’이다.
안무 겸 연출을 맡은 김설진은 벨기에의 세계적 무용단 ‘피핑 톰 무용단’에서 활약한 현대무용가이자 무대와 스크린을 넘나드는 배우, 독창적 연출로 주목받는 안무가다. 2018년 ‘더 룸’ 초연 당시 객석 점유율 99.5%를 기록했고, 독특한 미장센과 진기한 장면을 무대에 구현해 ‘초현실주의의 성찬’이라는 평도 받았다.
‘더 룸’ 무대는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방’과 그곳에 남겨진 기억을 소재로 한다. 록·블루스 등 일상적 음악이 흘러나오는 방을 배경으로 무용수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몸짓으로 풀어낸다. ‘방’이라는 개인적인 공간에서 각자의 고독과 절망을 마주하고 서로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친숙하면서도 극적인 연출은 일그러진 우리 삶의 단면을 형상화한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하다.
국립무용단 최고참 단원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승무’ 전수자인 김현숙은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겹겹의 의상을 입고 유려한 날갯짓을 펼쳐 보인다. 격정적인 에너지로 관객을 압도하는 김미애, 권태로운 일상을 춤으로 승화한 윤성철, 능청스러운 막춤의 경지를 보여주는 김은영, 퇴색해가는 사랑 앞에 흔들리는 문지애와 황용천은 국립무용단 중견 무용수다운 장악력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최연소 단원 최호종은 박소영과 함께 곡예의 경지에 이른 독보적인 기량을 보여준다.
출연 무용수 8인 모두가 안무가와 끊임없이 대화하며 작품의 메인 콘셉트, 다양한 장면 구성까지 함께 설계했다. 김설진은 무용수들의 에피소드를 채집, 배합해 콜라주처럼 방을 채운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듯한 독특한 미감을 선보였다. 전통 춤사위의 호흡이 진하게 녹아든 국립무용단 무용수들의 몸짓은 한국무용의 유연함과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김설진 연출은 “무용수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개개인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작품인 만큼 초연 출연진 모두가 동일하게 합류한다”라며 “5년 전 방에 존재했던 인물들의 달라진 모습도 담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연엔 초연 때 녹음한 현장 사운드를 재편집해 활용함으로써 과거와 현재가 한 공간에 공존하며 ‘방이 품은 다면적 기억’ 콘셉트를 더 강조할 예정이다.
정승호 무대 디자이너, 음악감독 정종임 국악뮤지컬집단 타루 대표, 연극·뮤지컬·오페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최원 디자이너가 의상을 맡는다.
관객을 위한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오는 22일 연습실에서 주요 장면을 미리 감상할 수 있는 ‘오픈 리허설’이 열린다. 3월4일 공연 후에는 안무가와 전 출연진이 해석을 공유하는 ‘관객과의 대화’가 준비된다. 예매·문의 국립극장(www.ntok.go.kr, 02-2280-4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