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비대면 외면』
김찬호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대면 비대면 외면(김찬호/문학과지성사) ⓒ문학과지성사
『대면 비대면 외면』 (김찬호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문학과지성사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우리 사회의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현재 거리두기 정책과 마스크 착용 의무는 대부분 해제됐고, 대면 행사가 다시 열리며 전보다는 회복되는 분위기다. 『모멸감』 『유머니즘』 『돈의 인문학』 등을 펴낸 사회학자 김찬호는 이번에는 '대면' '비대면' '외면'이라는 키워드로 지난 3년의 시간이 남긴 것들을 돌아본다. 

대면


저자는 대면이라는 키워드를 갖고 사회적 상호작용의 도구인 얼굴에 주목한다. 비단 직접 얼굴을 맞댈 때뿐만 아니라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할 때도 프로필에 자신을 표현할 사진을 넣는 것은 거의 기본적인 절차다. 그의 말처럼 “얼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언어”다.

표정을 드러내고, 시선을 맞추고, 만나서 대화하는 것은 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인터넷상으로만 대화하다가 실제로 만나 얘기해보니 생각하던 것과 달리 사람이 별로라고 느끼는 것도 그래서다. 마스크를 쓰면 입 모양을 볼 수 없기 때문에 표정을 파악하기 어렵고, 대화할 때도 내용 전달에 신경 쓰다 보니 유연하게 흘러가지 않는 문제도 생겼다. 

비대면


화상 회의는 비대면이라기보단 ‘반半대면’이다. 화상 회의는 시공간 제약 없이 이루어질 수 있고 자료 등을 편하게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발언자가 실시간으로 청중의 호응을 체감하기 어렵고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화면 안에 자기 얼굴이 적나라하게 ‘전시’되고 다른 사람들의 얼굴과 나란히 놓이며 오히려 비교하기가 쉬워진다는 단점도 있다. 그 결과 성형외과 등의 미용 상담이 오히려 늘었고 실제 시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아이들의 경우는 좀 더 심각했다. 사회성을 길러야 할 나이에 학교에 나가지 못하고 가정에 단절된 아이들은 의사소통이나 맥락 이해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몇몇 단어나 표현만 가지고 자기 방식대로 해석해 엉뚱한 답을 내놓는 아이들이 많아졌다”며, “사소한 갈등이 큰일로 번지는 일이 잦다”고 했다. 그간 간과했던 공교육의 위력을 절감하게 된 3년이었다.

외면


저자는 ‘대면’의 반대말이 비대면이 아니라 ‘외면’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무엇을 외면하고 있는지 짚어본다.

도시에 아파트가 들어서며 주민들이 파편화되기 시작했다. 이웃의 슬픔에 공감하기보다는 최대한 폐 끼치지 않고 남남처럼 지내며 각자의 삶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게 미덕이 됐다.

우리는 또 어떤 것들을 외면하는가?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고, 성소수자들이 여는 퀴어 퍼레이드를 거부할 권리를 존중해 서울 밖에서 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을 한다. 장애인 이동권 시위 역시 사회가 그들의 요구를 외면해온 결과 지하철 탑승 시위라는 방법으로 표출됐다. 이처럼 사람들은 타자성을 부여해 나와 다르다고 여겨지는 것을 관심 밖으로 밀어낸다.

회복의 시공간을 찾아서


편견은 생각보다 쉽게 극복될 수 있다. 혐오는 잘 모르는 데서 온다. 그 말은 곧 잘 알면 혐오하지 않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멘 난민에 대한 반대가 극심했을 때, 제주의 한 카페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예멘인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감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행사에서 예멘인을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눈 후,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은 사람들임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애매함과 약간의 불편함을 견디면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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