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이 뽑은 공지영·신경숙·은희경·전경린 담론 생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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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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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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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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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린씨.

4만 명의 네티즌의 투표로 차세대 대표 작가 10명이 선정되었다. 공지영, 신경숙, 은희경이 나란히 2,3,4위를 차지했고, 6위의 전경린을 포함하면 10위 안에 드는 여성 작가는 네 명이다. 인터넷이란 공인된 민주 광장에서 진행된 이벤트니 조작이나 비리 없이 '공정'하고 그 결과 여성의 약진이 나타나는 듯하지만 이면에 얽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우선 투표에 참여한 네티즌들이 객관적 판단을 할 수 있을 만큼 폭넓은 독서를 하지 않았다. 댓글에서 많은 네티즌들은 작가를 잘 알지 못해 아는 작가에게 표를 주었다거나 책을 너무 안 읽어서 부끄럽다는 고백을 하고 있다. 즉 가수나 배우, 혹은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의 경우처럼 폭넓은 지식을 지니고 있는 가운데 마니아층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에게 표를 던지는 다른 대중문화의 장르와는 다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네티즌들은 대중매체를 통해 주입받은 작가의 이름을 수동적으로 거론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투표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신경숙의 작품이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꾸준하게 많이 팔렸음에도 불구하고 김훈이 1위를 차지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네티즌이 좋아하는 '노짱'이 탄핵의 위기에 처했을 때 읽은 책이 '칼의 노래'였기 때문이 아닐까(물론 작품성은 뛰어나다). 그리고 공지영이 14%의 신경숙을 훌쩍 뛰어넘어 20%의 김훈을 바짝 뒤쫓고 있는데, 네티즌들은 그 이유를 TV에 '봉순이 언니'가 소개되었기 때문이라고 너무도 진솔하게 밝히고 있다. 이순원 또한 대통령 선거 날 인터넷에 글을 올려 화제를 모았던 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은희경, 전경린, 윤대녕, 김영하, 구효서 등은 신문지상에 인터뷰 기사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작가들이다.

90년대 이후 여성 작가들의 약진은 소설의 주 독서층이 20~30대 직장 여성과 주부로 바뀌었다는 점, 여성 작가의 구어체 문장이 멀티미디어 세대의 구술체 언어 취향에 맞는다는 점. 그리하여 여성의 미세한 감수성, 소프트한 페미니즘과 상업주의의 적절한 조화 등에서 연원한다. 그런데 네티즌들은 다른 이슈 때와 달리 대중매체가 만들어낸 이러한 작가 순위를 너무도 순순히 수용하고 있는 것이고 더 큰 문제는 이런 태도가 네티즌들이 작품을 많이 읽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난다는 점이다.

대중문화는 매체의 특성상 판매 체계와 방식에 큰 영향을 받는다. 작품의 질도 중요하지만 그 작품이 대중에게 다가가는 전략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특성 때문에 기획사가 뛰어난 인재를 발굴하여 키우는 스타 시스템은 대중문화의 필요악이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의 양방향성 때문에 새로운 스타덤과 대비되는 팬덤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팬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표현을 하면서 문화산업에 휘둘리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문화를 창조하는 양상을 띠는 것이다.

문학작품 또한 작품의 질이 확보되면 대중적인 인기도는 유통 구조와 판매 전략의 영향을 받는데 이 때 마니아층은 조작이나 왜곡을 감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폭넓은 독서체험을 한 네티즌들이 작품의 수준이나 주제들에 대해 적극적인 담론을 펼침으로써 베스트셀러는 건전한 지형도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 4만 명의 네티즌들이 참여하여 만들어낸 투표 결과에 고무될 것이 아니라 작품을 둘러싼 적극적인 담론 생산이 문학의 발전에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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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실 문학평론가

경희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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