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8일 전북 전주시 전주근영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전북사진기자단 공동취재사진)
전북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전북사진기자단 공동취재사진

학생의 교과 선택권을 확대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지난 연말에 발표되었고, 교육부 장관은 절대평가를 고등학교 전체 학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올 상반기에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는 지난 정부가 현행 대입제도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전제로 만든 방안 -고등학교 1학년 공통과목은 상대평가 9등급, 2·3학년은 절대평가인 5등급 성취평가제- 을 수정하겠다는 뜻이다. 학년에 따라 다른 평가 체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두고 교육부는 입시 안정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변명하겠지만 국가 정책이라고 하기에는 옹색하고 졸렬하다. 현재 수능과 내신은 절대평가와 상대평가가 혼재되어 있다.

학년따라 다른 평가 체제 적용
입시 안정성 위해? “옹색하다”

이는 국가에 교육 철학이 없고 교육이 입시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내신 절대평가를 고등학교 전 학년으로 확대하는 안에 찬성한다. 다만 내신 전면 절대평가는 대입 제도의 근본적인 개편을 요구하고 있어서,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대입 미세 조정”과 모순된다. 더구나 대입제도를 전면 개편하지 않고 미세 조정한다는 복안은 사실 지난 정부 발표안의 전제였다. 따라서 이 전제를 바꾸지 않으면 내신 절대평가 전면 전환은 부작용만 일으킨다. 내신은 수능과 곧바로 연동되어 있고, 평가 방식은 수시/정시 구분의 타당성 및 교육과정과 대학입시의 연계(학교 수업만으로 대학에 가는 체제)의 실효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 대입 제도에서 내신을 전면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무슨 일이 생길까. 먼저 교과 전형은 조금 줄어든다. 기존 방식보다 변별력은 줄어들어도 학생 선발은 가능하고, 선발 기준의 타당성이 매우 떨어져도 학생을 충원해야 하는 많은 대학 입장에서는 선발 기준의 타당성에 얽매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을 골라서 뽑는 상위권 대학과 의·치·약 계열은 교과 전형을 시행하지 못하고, 기존 교과 전형 선발 인원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넘겨야 한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교과의 변별력이 낮아지더라도 선택과목 조합, 자율활동과 동아리, 교과세특을 활용할 수 있고, 여기에 면접을 포함하면 지금처럼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교과 절대평가는 대입 제도에 별 영향이 없다고 말할 수 있지만, 문제의 발단은 상위권 대학들이 정원의 절반 가까이 선발하는 정시모집 수능에서 나타난다.

내신, 절대평가로 전면 전환되고
수능, 상대평가 체제 유지된다면?

내신이 절대평가로 전환되고 수능은 상대평가 체제가 유지된다면 학생과 학부모는 급격하게 수능 준비로 쏠리게 된다.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입학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수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능 쏠림이 너무 강해지면 잠자는 교실, 단순반복 문제풀이 수업, 암기식 교육, 사교육 의존 심화 등 90년대 상황이 재현된다. 정부가 내놓은 교육과정도 학교 현장에서 무력화되고,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력도 학교에서 기를 수 없는 허상이 되며, 학교·지역에 따른 격차가 더욱 심화되어 부모의 경제력이 대학입시를 결정하는 부의 대물림 사회가 된다. 공정해 보이지만 공정하지 않은 대학입시, 즉 공정의 역설이다. 이를 막으려면 정부는 수능을 내신처럼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절대평가로 전환된 수능으로 기존의 정시모집을 치르면 학생을 충원해야 하는 대학은 문제가 없지만, 상위권 대학과 학과에서는 선발 기준의 타당성이 부족해져서 다른 전형 요소를 붙이게 된다. 이때 붙이는 전형 요소는 결국 수시모집에서 활용했던 학생부와 면접이다. 그렇게 되면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의 차별성은 사라지고, 고등학교 3학년 2학기를 황폐하게 만든 기존 수시모집은 폐지되어 정시모집으로 통합된다. 통합된 정시모집에서 상위권 대학은 수능과 학생부를 활용하여 서류평가를 하고, 문제를 푸는 심층 면접 혹은 학생부 기반 면접을 통해 선발의 타당성을 확보하게 된다. 이런 변화는 대학입시의 미세 조정이 아니라 전면 개편이다. 따라서 내신 절대평가와 대입 미세 조정은 양립할 수 없는 모순이고, 내신 절대평가 전환은 필연적으로 수능 절대평가 전환으로 이어진다.

김경범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서어서문학과 교수
김경범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서어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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