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 무료 건강검진에 대해

~A4-1.JPG

이진아

세종리더십개발원 연구원

아직 나이가 많이 든 것도 아닌데 작년부터는 몸이 영 예전 같지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 어디가 특별히 아픈 것도 아닌데 건강 검진을 위해 시간을 내어 병원을 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건강검진에 드는 비용도 적잖이 부담스러웠기에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다음 달엔, 다음 달엔 하며 몇 달을 미루고 있는데 국민건강관리공단에서 무료 건강검진을 하라는 편지가 왔다.

'하하하. 이렇게 기쁠수가, 역시 미루어 두길 잘했어. 괜히 생돈 들이고 할 뻔했네. 역시 나는 선견지명이 있다니까'하면서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는데 뭔가 이상했다. 무료 건강검진 대상에 내가 없었다. 시부모님, 남편은 분명 명시되어 있는데 내 것만 없었다. '뭔가 착오가 있겠지. 내 것은 며칠 후에 나오나 보다'하며 며칠을 기다렸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이주일이 지나도 나에게 건강검진을 하라는 편지는 도착하지 않았다. 한 달쯤 후 결국 직접 전화를 걸어 알아보기로 했다.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대뜸 나이를 묻는다. 서른 다섯이라고 했더니, '아, 그래서 안나간 거예요. 마흔이 넘어야 나가거든요' '네? 그런데 제 남편은 마흔이 안 되었는데 나왔거든요' '원래 세대주는 나와요. 남편 분이 보험료 내시잖아요'라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 것이 아닌가? 얼떨결에 '아, 네…'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그 때부터 화가 나기 시작했다.

설득력은 없지만 마흔 살 이후부터 건강검진권이 나오는 것은 이해한다고 치자. 그 때부터는 사람들이 건강을 관리해야만 하는 나이라고 그렇게라도 위안을 한다고 하자. 그런데 왜 세대주인 남편만 무료건강검진 대상이 된다는 건가. 이런 웃기는 정책은 다음과 같은 생각에서 기인할 것이다. 첫째, 대부분의 가정에서 세대주는 남편이다. 그러니까 여성이 소득이 있든 없든 지역보험에 가입한 이상 가장인 남성만 건강하면 된다는 생각인 남성우월주의 내지는 여성차별주의, 이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성인지력의 부재에서 기인한 정책이라는 말이다. 둘째, 지역보험의 경우 여성이 세대주인 경우는 이혼을 한 경우가 아니면 그리 많지 않으니, 이 경우에 속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가정에서 실질적인 가장의 역할을 담당하는 여성들이겠지? 그러니 돈버는 사람만 건강하면 된다는 돈의 논리에서 발생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여성이 직업을 가지고 있든 그렇지 않든 여성은 항상 노동을 하고 있다. 비정규직 여성들의 비율이 높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여성은 상당수가 지역보험에 가입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국가는 40세가 넘거나 40세 미만인 경우 세대주에게만 무료건강검진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 결국 ①나이가 적고 ②돈을 못 버는(절대적으로든 상대적으로든) ③여성은 건강하든지 말든지 국가는 관심이 없다는 결론이다. 치사하면 남자로 태어나든지, 나이가 많든지, 좋은 직장 다니라는 말인가? 아니면 돈 많이 내고 개인적으로 건강검진 하든지?

'그래, 뭐 내 돈 내고 한다. 언제는 내가 나라 덕 보고 살았나? 쳇'하며 돌아서지만 영 씁쓸하다. 분명히 이 정책을 만든 사람들은 '차별을 할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무료건강검진 혜택을 주려고 한 것인데'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시는 분들에게 당부드리니 이 사실을 잊지 마시라. 당신들의 고정관념이 바로 차별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