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광수는 1931년 소설 '이순신'을 쓰면서 다음과 같은 머리글을 남겼다. “나의 외우 고하(송진우 선생)는 과거 조선에 우리가 숭앙할 사람이 삼인이 있다 합니다. 한 분은 단군, 한 분은 이조의 세종대왕 그리고 또 한 분은 이순신이라고 합니다”

이광수는 단군은 조선 민중의 최초의 지도자로, 세종대왕은 조선 문화의 집대성자로, 이순신은 충의와 권화(勸化)인 무인으로 우리 민족의 전형이요 숭앙의 표적이라고 칭송했다. 그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구상했고 그 첫 번째 작업으로 단군도, 세종대왕도 아닌 무인 이순신을 택했다. 이순신이 철갑선(거북선)의 발명자나 임란의 전공자(戰功者)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이순신의 자기희생적, 초훼예적(超毁譽的) 그리고 끝없는 충의(애국심)를 높이 기렸다. 군소배들이 자기를 모함하거나 말거나, 군주가 자기를 총애하거나 말거나, 일에 성산(成算)이 있거나 말거나, 자기의 의무라고 믿는 바를 위하여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 그 충의가 변하지 않았던 초지일관의 무인정신을 높이 샀다.

조선 인종 원년인 1545년에 태어난 이순신은 뛰어난 무장이었으나 살아있을 당시 정치적으로는 실패한 군인이었다.

최근 국방부장관 교체에까지 이른 북방한계선(NLL) 침범 사건을 두고 청와대와 군에서 벌어지는 마찰을 지켜보면서 이순신의 고결한 무인정신이 새삼 떠오르는 이유가 있다. 군의 임무가 과연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던져지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군은 적에게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다. 전쟁이 나면 국토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그들 본연의 임무다. 적에게 대항해 작전을 수행하는 군에 남북화해를 생각해야 한다는 식의 정치논리를 개입시킨다면 그들은 존재의 가치부터 흔들리게 된다. 남북화해를 생각해야 하는 것은 통일과 외교를 맡은 관리들의 몫이다. 이 사건을 조사한 결과 해군작전사령관의 '사격중지 명령이 내려올까봐 보고하지 않았다'는 말이 들려왔을 때 국민이 우려한 것은 군의 작전수행 능력이 아니라 집권세력과 군간의 심각한 불신 그 자체였다.

우리의 군은 군사독재 '전과'로 인해 얼룩져 있다. 그 업보로 인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맥에 따라 내부가 요동쳐왔다. 그 결과 군과 정권은 서로에 불신만 깊어진 것 같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드러난 이상 누가 먼저 원인을 제공했느냐를 따지는 공방은 소모적이다. 한반도는 아직 냉전지역이고, 북한에 식량이 전달되는 상황에서도 NLL 침범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군은 전쟁에 대비하고 정부는 통일을 준비하는 분명한 역할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NLL 침범사건이 났을 때 북한의 도발 그 자체보다도 작전을 적절하게 시행한 군의 명령체계 논란이 우선시 되는 현실은 불안하게 보인다. 군인은 군인의 길을, 정치인은 정치인의 길을 가는 가운데 서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새로운 국방부 장관은 군의 애로를 파악하고 정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장관이 군의 입장을 이해하고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의 입김을 전달하는 입장에 선다면 이런 불신은 결코 해소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순신이 NLL 침범사건의 총지휘관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임도경

뉴스위크 한국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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