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소수지만 일당백 역할을 하고 있는 여성 CEO.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한편 경제 현장에서 부딪치는 도전을 헤쳐 나가는 이들의 삶과 경영철학을 통해 여성 리더십 역할모델을 제시해보는 칼럼을 격주로 마련한다. 첫 주자는 정미정 이롬라이프 부사장. 정 부사장은 KBS TV 아나운서 출신으로, KBS노조 여성특위위원장, 여성지 '레베카' 대표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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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정

이롬라이프 부사장

며칠 전 지리산으로 회사 직원들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다녀왔다. 불볕더위에 15Km가 넘는 노고단에서 뱀사골까지 6시간 행군이 좀 무리이긴 했지만 요즘처럼 어려운 경기에 임원과 직원들이 함께 땀범벅이 되어 호흡하며 파이팅을 다짐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벌써 방송을 그만두고 비즈니스에 뛰어든 지 2년을 훌쩍 넘겼다. 지난 14년간 KBS에서 아나운서로, 두 아이 엄마로 그리고 노조 여성특위위원장으로 활동하며 흔히 하는 말로 열심히 살았다. 방송은 매력적이고 영향력 있고 많은 여성들이 부러워하는 일임에 틀림없지만 나에겐 채워지지 않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나는 좀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싶었고 내게 주어진 것에서의 제한적 역할이 아니라 내가 주도적으로 만들어가고 싶었고 계속해서 성장하고 싶었다. 간절히 원하고 열려있고 준비하면 기회는 반드시 오는 것 같다. 누구에게나 미래는 불안하고 예측할 수 없는 것이긴 하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 이상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크리스천 여성지 '레베카' 대표이사를 거쳐 본사인 지금 회사의 영업총괄 부사장을 맡고 있는 이제까지 나는 한 번도 편하다거나 안전하다는 느낌을 갖진 않았지만, 일의 현장은 하루하루가 재미와 의미를 주었고 내겐 마치 세상의 비밀을 알아가는 듯한 충만함이 생겼다.

나에겐 매달 혹은 매년 주어진 목표가 있었고, 그 가운데 많은 일하고자 하는 여성들을 만나고 그들을 격려하고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며, 여성들의 지적·재정적 성장을 돕고 나도 함께 성장하며 돌봐야 할 현장과 꿈이 있어 행복하다. 사람들은 변화와 도전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원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우리는 전 지구적인 경쟁과 시각 속에서 스스로를 바라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있다.

비즈니스를 하면서 가끔씩 '도전하는 삶'으로 인터뷰를 요청해오는 경우, 나는 할 말이 그다지 많지 않아 민망해질 때가 많다.

도전이란 화려한 수사보단 내겐 절박한 현실이며, 그건 콤플렉스와 질투의 에너지를 솔직히 드러냄이었고, 가장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일 뿐 그 이상도 무엇도 아니다. 조금은 낯설고 두렵고 편치 않을 것을 감수하기로 작정한다면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내가 뭔가를 일으키지 않으면 나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나는 믿고 있다. 그 사람의 생각이 머무는 곳에 그 사람의 인생이 있다는 말, 정말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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