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자립준비청년 이야기 담은
영화 ‘열여덟, 어른이 되는 나이’ 대담회
강범석 서구청장·주영 감독
자립준비청년 당사자·활동가 등 참여
“거창한 후원이나 지원금 확대보다
공과금 내는 법·부동산 계약 등
일상의 문제 곁에서 도와줬으면“

인천 서구가 지난 2일 오후 인천 롯데시네마 아시아드점에서 연 영화 ‘열여덟, 어른이 되는 나이’ 대담회 현장. ⓒ이세아 기자
인천 서구가 지난 2일 오후 인천 롯데시네마 아시아드점에서 연 영화 ‘열여덟, 어른이 되는 나이’ 대담회 현장. ⓒ이세아 기자

”동사무소에 가는 게 싫었어요. 제 환경에 대해 크게 말해야 하니까요.“ (손자영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

“LH 주거 지원이 있어도 집을 보러 같이 가줄 어른이 없어요.“ (신선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

18세가 되면 보호시설을 떠나 홀로서야 하는 아이들. 이른바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들을 돕고 연대할 방법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였다. 인천 서구가 지난 2일 오후 롯데시네마 인천아시아드점에서 연 영화 ‘열여덟, 어른이 되는 나이’ 대담회다. 

인천 서구에 있는 사회적기업 ‘체리코끼리’(대표 주영)가 만든 영화다. 주영 감독은 ”‘좋은 어른’, 동료 시민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영화“라고 소개했다.

1월25일 개봉한 주영 감독의 영화 ‘열여덟, 어른이 되는 나이’ 포스터. ⓒ필름다빈 제공
1월25일 개봉한 주영 감독의 영화 ‘열여덟, 어른이 되는 나이’ 포스터. ⓒ필름다빈 제공

영화는 그룹홈을 나와 홀로서기를 시작한 18세 수찬(김명찬 분)이 맞닥뜨리는 만만찮은 현실을 그린다. 겨울에도 킥보드를 타고 열심히 배달 일을 하지만 ‘진상’들을 만나 수모를 겪고, 믿고 의지하던 그룹홈 출신 형에게 사기당해 셋방 보증금 잔금을 못 치르고 길거리에 나앉기도 한다. 

당사자들도 이날 영화를 보고 소감을 나눴다. 손자영씨는 보육원에서 18년간 살다가 자립했다. 8년이 지난 지금은 자립준비청년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고 그들의 교육, 멘토링 등을 돕는 아름다운 재단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많은 미디어가 고아를 늘 부정적으로 묘사했잖아요. 저도 무척 움츠러들어 있었어요.“ 지원 제도와 시스템이 있지만 ”늘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게 싫어서“ 지원을 안 받는 자립준비청년도 많다고 한다.

손씨가 생각하는 연대의 방법은 자립준비청년들을 ”보통의 청춘으로 봐주는 것“이다. ”밥을 사주거나 제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기다려준 분들이 장학금을 준 기업보다 더 생각나요.“

신선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도 동의했다. 그는 5년간 살았던 보육원을 떠나 2006년 정착금 500만원만 쥐고 홀로서기에 나섰다. 관리비가 뭔지, 어떻게 내는지도 몰라 사기인 줄 알았다던 웃지 못할 경험도 들려줬다. 

”집을 내어주겠다는 거창한 제안보다, 지원금만 늘려주기보다, 어떻게 하면 돈을 잘 쓸 수 있는지, 부동산은 어떻게 계약하는지, 공과금은 어떻게 내는지 같은 기본적인 문제를 알려주고 곁에서 의논할 수 있는 어른이 많아진다면 좋겠어요. 관심 있는 분들은 주위의 보호시설을 찾아가서 조금씩 스며들어서 아이들과 오랜 관계를 맺으면 더 도움이 될 거예요.“

강범석 인천 서구청장이 지난 2일 오후 인천 롯데시네마 아시아드점에서 열린 영화 ‘열여덟, 어른이 되는 나이’ 대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인천 서구 제공
강범석 인천 서구청장이 지난 2일 오후 인천 롯데시네마 아시아드점에서 열린 영화 ‘열여덟, 어른이 되는 나이’ 대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인천 서구 제공

강범석 서구청장은 ”좋은 취지라고 해도 자립준비청년들을 대상화하면 안 된다. 내려다보듯 하는 건 건강한 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책 아이디어도 나눴다. 강 구청장은 ”자립준비청년이 처음 부딪히게 되는 주거 문제에서 더욱 현실화된 지원이 필요하다“며 ”인천 정도 규모의 지역에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공동생활시설이 없다는 게 아쉽다”고 했다. 또 “자립준비청년들이 자연스럽게 우리 곁에 스며드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들 곁의 멘토가 더 많아져야 한다“며 자립준비청년을 위한‘콜센터’ 등 지원대책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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