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안전하게 정치할 권리를 찾아서’
정치에서의 여성폭력 방지 제도화 위한 토론회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젠더법학회,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이 개최한 '여성이 안전하게 정치할 권리를 찾아서' 토론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1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젠더법학회,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이 주최한 '여성이 안전하게 정치할 권리를 찾아서' 토론회가 열렸다. ⓒ홍수형 기자

정치영역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선 국회인권센터 규모 확대와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에서의 여성폭력 방지 제도화를 위한 토론회가 1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정치영역에서 여성폭력이 발생하는 까닭 세 가지를 제시했다. 정 의원은 “정치영역에서 여성폭력이 발생하는 까닭으론 무엇보다 ‘여전히 부족한 여성 정치 대표성’, 그에 따른 ‘남성 중심적 정치 환경’, ‘여성정치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여성혐오 표현의 일상화’를 비롯한 구조적·복합적 문제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선희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도 정치영역의 여성폭력 발생 원인은 여전히 과소대표돼 있는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이라고 짚었다. 심 연구위원은 “정치인보다는 ‘여성’ 정치인으로 인식되는 남성 중심적 정치 환경이 원인”이라며 “여성 정치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여성 혐오 편의 일상화도 또 다른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여성과 관련된 발언은 항상 공격받을 것을 전제로 한다”며 “정춘숙 의원님이나 저에게 언어폭력은 당연하게, 그러려니 하면서 살아 나가야 하는 현실이 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전체적인 변화인 여성 대표성의 확대가 급격하게 이뤄져야 하는 것이 맞다”고 얘기했다.

같은 당 양정숙 의원은 “여성폭력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여성이 동등하게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인식의 변화도 물론 중요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는 입법을 통해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치영역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선 국회인권센터 규모 확대와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회인권센터는 2022년 1월에 문을 열었다. 2021년 성평등 국회 의장 자문위원회 활동으로 ‘성평등 국회 실현을 위한 제안’ 5항목(여성 대표성 제고, 국회의원 성평등 윤리강령 제정 및 운영, 여성의원 전원회의 구성 및 운영, 국회 성평등 지원 상설기구 설치, 국회인권센터 강화)에 근거해 설치된 것.

그러나 센터는 감사관 직속으로 정원 2인, 현원 3인이 일하고 있다. 작은 인원으로 국회구성원의 인권보장과 증진을 위해 인권침해상담(직장내 성희롱, 괴롭힘 포함)을 통해 조사활동을 통해 구제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젠더법학회,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이 '여성이 안전하게 정치할 권리를 찾아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젠더법학회,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이 '여성이 안전하게 정치할 권리를 찾아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력 사건이 알려졌을 때 국회는 인권센터를 설치한다고 약속했으나 실제 마련된 제도는 ‘국회 성희롱 고충상담실’이었다”며 “이후 인권센터가 설치됐는데 현재 감사관 소속으로 돼 있으며 3명의 인원에게 인권침해 관련 조사와 상담, 예방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사관 소속이 아닌 사무처 내에서 독립성을 가진 조직으로 개편하고 조직 인원 확대, 여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인권센터 내 외부인사로 구성된 위원회 설치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젠더법학회,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이 '여성이 안전하게 정치할 권리를 찾아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1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젠더법학회,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이 주최한 토론회가 열렸다. ⓒ홍수형 기자

박숙미 국회인권센터 센터장은 여성 국회의원을 포함한 여성 정치인들에게 가해지는 모든 종류의 폭력을 조사하고 구제가 가능하려면 법제도상의 정비가 없이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박 센터장은 “가해자가 민간인이거나 국회의원일 때 국회인권센터의 조사가 가능하려면 국회 내부의 인권센터 운영 규정을 넘어 많은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최소한 국회라는 울타리 속에서 일하는 여성이 겪는 폭력에 대한 단호한 거부와 중지, 예방을 위해 다양한 예방 정책을 고안하고 대안적 권리구제 제도를 도입해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구제 효과를 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얘기했다.

국회 차원에서 성인지적 의회를 만드는 것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은희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연구위원은 IPU 키갈리 선언을 소개했다. 김 연구위원은 “여성에 대한 폭력, 성희롱, 의회 내 괴롭힘에 대한 무관용을 목표로 엄격한 정책을 도입하고 강력한 제재를 통해 독립적이고 효율적인 고충처리절차를 수립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2022년 10월 르완다 키갈리에서 개최된 IPU 제145차 총회는 ‘보다 회복력 있고 평화로운 세계를 위한 변화의 원동력으로서 성평등과 성인지 의회’를 핵심의제로 했다. 그 의지를 담은 이정표로 ‘키갈리 선언’을 채택했다. IPU는 키갈리 선언에서 향후 10년 동안 더 많은 의회가 성인지 의회로 거듭나기 위한 10가지 행동과 5가지 핵심 조치를 취할 것을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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