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이관 낙관 '가족'은 난항…9월 정기국회 상정

대통령 산하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여성부의 조직개편 방향이 조만간 가시화될 전망이다.

수면 아래에서 진행 중인 여성부 조직개편의 흐름은 크게 두 가지다. 여성부가 아동, 청소년 등 가족 전반 업무를 맡을 것인지 혹은 문화관광부와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 담당하고 있는 청소년 업무를 일원화해 맡게 될 것인지 여부다.

여성부는 보건복지부의 가족 분야와 문화관광부의 청소년 업무, 국무총리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를 이관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우철 상명대 교수는 “양육 등 주요 가족 문제가 곧 여성문제이기 때문에 가족정책과 여성문제는 현실적으로 분리하기 어렵다”며 “가족 관련 업무를 한 부처로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가족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와 청소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문화관광부, 청소년보호위원회는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아동과 가족 업무 등을 여성부에 넘겨줄 경우 가정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보건복지 행정에 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관광부도 청소년 업무의 여성부 이관 요구는 조직 이기주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7월19일 단행된 정부의 차관 인사에서 신현택 문화관광부 기획관리실장이 여성부 차관에 임명되자 '문화관광부의 청소년 업무를 여성부로 이관하기 위한 신호탄이 아니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2002년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행정조직학자들 사이에서는 문화관광부와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 맡고 있는 청소년 업무가 여성부로 이관돼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정부 조직개편안은 8월중 대통령의 최종 결정에 따라 9월 정기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초읽기 돌입한 여성부 조직개편 '가족'·'청소년' 이관 갈등 '4파전'

여성부 “정책 효율화 위해 일원화”

남녀평등 사회를 이루기 위해 2001년 설치된 여성부의 조직 개편 논의는 2002년 12월 구성된 대통령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시작됐다. 1년6개월이 넘는 기간에 수면 아래에서 논의가 진행된 이유는 예산과 직무를 둘러싸고 불거지게 되는 부처간 갈등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정책의 효율성을 평가하고 개선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지기보다 부처간 이기주의로 비칠 경우 주객이 전도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막자는 의도다.

여성부를 비롯해 정부의 조직개편 논의가 시작된 배경에는 급변하는 사회 현상에 정부의 정책이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여성부에서 가족 정책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여성단체 관계자들과 학자들의 의견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출산율 저하, 이혼율 증가, 미혼 독거 가정의 증가, 고령화 사회 돌입 등으로 가족 구조와 역할의 변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으며 가족문화의 변화는 가정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여성의 사회와 가정 내에서의 역할 변화에 따른 결과란 것이다.

손승영 동덕여대 교수는 “시대적 변화를 감안해 가족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확대하고 포괄적인 내용의 가족정책을 수립함으로써 사적영역으로 치부돼온 가족관련 주제들을 공적영역으로 끌어내야 한다”며 “급속히 늘어나는 기혼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증대와 예상되는 변화를 감안한다면 맞벌이 가족을 지원해줄 국가의 정책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가족문제를 예방하고 해결책을 수립하기 위해 행해진 종합적인 노력이나 시도가 없었다”며 “여권주의적 시각과 성인지적 가족정책의 적용을 위해 여성부가 가족정책을 담당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복지부 “보육 줬는데 또 달라고…”

그러나 이런 의견은 보건복지부의 강력한 반발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보육업무를 여성부로 넘긴 뒤 “가족문제는 절대로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강력히 밝히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초 노인국과 인구가정과를 신설해 노인문제와 가족정책에 주력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2007년부터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대표적 사회안전망인 공적노인요양제 실시를 앞두고 노인 업무를 이관하게 되면 제도 도입 초기부터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가족업무 이관을 반대하고 있다.

한편 업무 일원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청소년업무를 어느 부처에서 맡을지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현재 청소년 육성 업무는 문화관광부에서 맡고 있으며 성매매사범 처벌 등 각종 규제업무는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 맡고 있다. 이번 정부조직개편에서 청소년업무가 합쳐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청소년 업무 일원화 원칙에는 관련 부처들이 동의하고 있지만 어떤 부처가 맡을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문광부 “청보위 통합 우리가 맡아”

문화관광부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인 청소년보호위원회를 흡수해 육성과 규제 업무를 함께 맡길 바라는 반면 청소년보호위원회는 문화관광부의 청소년국 업무를 이관해 청소년위원회로 조직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여성부도 청소년 업무 이관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단행된 정부의 차관 인사에서 신현택 문화관광부 기획관리실장이 여성부 차관에 임명되자 “문화관광부의 청소년 업무를 여성부로 이관하기 위한 신호탄이 아니냐”는 의견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문화관광부는 “신현택 차관의 임명과 청소년 정책 이관문제는 무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련설을 일축했다.

황상흠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여성문제는 성문제를 고리로 청소년 문제와 결합돼 있다”며 “청소년 업무를 여성부에서 맡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며 서울시 늘푸른여성센터의 운영을 여성운동과 청소년운동이 결합한 좋은 사례라고 지적했다.

임현선 기자 sun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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