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친윤 당 대표 만들기” “선윤후사” 비판
“윤 측, 부정적 이미지 높아져 진정한 승자 아냐”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불출마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홍수형 기자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불출마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홍수형 기자

국민의힘 유력 당권주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이 3·8 전당대회 당 대표 도전을 포기했다. 전문가들은 “나 전 의원을 공격하고 배제해 무릎 꿇린 측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높아졌다”며 “불출마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와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모습은 지배적인 남성 정치의 모습을 강하게 드러내는 일련의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는다“며 “우리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저는 용감하게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지난달까지 당 대표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며 유력 당권주자로 거론된 나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된 후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와 마찰을 빚으며 지지세가 하락했다.

야권에선 “친윤 당 대표 만들기” “선윤후사” 비판

나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야권에선 “친윤 당 대표 만들기” “선윤후사”라며 비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윤석열 사당화를 위한 장애물이 마침내 걷혔다”며 “집권여당은 이제 국민의힘이 아닌 ‘윤심의힘’이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도 당원도 안중에 없고 오직 말 잘 듣는 ‘친윤 당 대표’ 만들기를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독무대가 됐다”고 덧붙였다.

송갑석 의원도 “‘선당후사 정신으로 물러난다’고 했지만 선윤후사 강요에 무릎을 꿇은 셈”이라며 “대통령이 되자마자 젊은 당 대표를 몰아내더니 새로운 당 대표 후보는 노골적으로 주저앉힌다”고 맹공을 가했다.

“윤 측, 부정적 이미지 높아져 진정한 승자 아냐”

나 전 의원이 결국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넘지 못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송문희 정치평론가는 이날 여성신문과의 전화에서 “나 전 의원에게 ‘반윤’이라는 주홍글씨는 큰 부담이고 무리해서 당권 도전을 해도 안 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낮은 자세로 다음 기회를 모색하려는 전략”이라며 “그러나 불출마 선언까지의 과정이 전혀 매끄럽지 못했고 타이밍도 맞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 전 의원을 공격하고 배제해 무릎 꿇린 측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높아졌으니 진정한 승자라 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배적 남성 정치 모습 강하게 드러낸 일련의 과정”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나 전 의원의 불출마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와 윤핵관의 모습은 지배적인 남성 정치의 모습을 강하게 드러내는 일련의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의도했다고 할 순 없지만 여성에게 기대하는 전통적인 여성성이 있다. 친절하기만 하고 하라는 대로 하라는 식인데 그렇지 않은 여성은 내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4선 중진 의원이더라도 여성이 남성 연대 정치에선 생존하기란 여전히 어렵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내쳐진 대상이 하필 여성이라는 점에서 여성이 당내에서 정치적 권한을 가지려고 할 때 다수를 차지하는 남성의 지지나 지원을 얻지 못하면 도전하는 것조차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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