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재난 유가족·피해자, 종교·인권·시민사회단체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및 생명·안전 위기에 대한 공동 기자회견

 

산재·재난 유가족·피해자, 종교·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26일 4·16연대 강당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및 생명·안전 위기에 대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신문
산재·재난 유가족·피해자, 종교·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26일 4·16연대 강당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및 생명·안전 위기에 대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신문

시민사회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1년을 맞아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를 비판하려는 시도를 비판했다.

산재·재난 유가족·피해자, 종교·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26일 4·16연대 강당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및 생명·안전 위기에 대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훈 작가·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사실상 폐지될 위기에 처해있음을 비판했다. 김훈 작가는 “많은 고통과 눈물과 땀 위에서 제정된 이 법을 이렇게 사문화 시킬 수는 없다. 비록 정부나 재계의 힘보다는 미약하지만 모든 시민의 함성과 합창을 모아서 위기를 돌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미숙(고 김용균 어머니·김용균재단 대표) 씨는 “죽어나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막지못하는 조바심에 착잡한 심정”이라며 “우리는 연대로 똘똘 뭉쳐 싸워 민심이 천심임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을 개혁하려는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용관(고 이한빛PD 아버지·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 씨는 “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윤 정부와 기업은 법 제정의 취지인 중대재해를 막고 예방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대재해 처벌법을 무력화하고 법의 실효성을 방해하기 위해 재계와 합작으로 만행과 책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와 노동탄압의 폭주를 당장 멈추고 국민의 생명안전을 지키고 책임지는 정부의 본령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최순화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대외협력부서장은 “일하다가 놀다가 수학여행 가다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그것을 그냥 내버려두고 있는 것은 살인을 방조할 뿐만 아니라 살인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오늘의 기자회견은 그만 좀 죽이고 같이 살자는 간청이기도 하고, 살인을 방조하거나 조장하고 있는 경고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발효되고 1년 동안 달라진 게 없다면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법의 내용을 강화시키고 법의 적용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재정비하는 게 맞는 게 아닐까”라고 물었다.

허경주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 부대표는 “왜 법이 시행이 되면서도 달라진 게 없는가, 왜 뉴스에서는 누군가가 죽어나갔다는 말을 이렇게 감정없이 들어야만 하는가, 왜 누군가는 아직도 떠나버린 가족을 그리워하면서 되찾지 못해 애달파하고 있는가, 왜 나같은 사람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에 답해주는 사람은 없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어도 지금과 같이 무력화되지는 말아야 한다는 점 이 한가지만큼은 정확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시몬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은 안전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건설현장에 ‘안전 제일’이라는 문구는 쉽게 볼 수 있다. 표지판을 세운다고 안전하다면 현장 전체를 뒤덮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표지판이 아니라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노동자들 스스로 안전을 우선시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이 안전에 신경쓰지 않기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만든 법”이라고 지적했다.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기업은 언제나 노동자의 안전을 중요하게 여긴다 말하고 나름의 조치들을 취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누군가는 끊임없이 죽어야 했고 그의 가족과 동료들은 비탄에 빠져야 했다”며 “이건 기업이 방법을 알고도 수지타산을 하면서 실행에 옮기지 못하기 때문이 아닙니까? 그러면 국가가 나서야 한다. 기본을 지키면 억울한 죽음은 없을 수 있게 기본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국 변호사·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는 정부와 재계의 중대재해처벌법 무용론 주장과 개악 시도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며 “법 시행 후 1년 내내 법의 의미를 왜곡하고 집행을 방해해놓고서 법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은 순서가 틀렸다. 정부와 재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엄정하게 집행하라. 개악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법의 사각지대를 보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산재·재난 유가족·피해자, 종교·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26일 4·16연대 강당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및 생명·안전 위기에 대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신문
산재·재난 유가족·피해자, 종교·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26일 4·16연대 강당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및 생명·안전 위기에 대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신문

이어 67개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에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중단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및 제대로 기소·처벌 △작은 사업장에 안전보건관리체계 제대로 구축될 수 있도록 지원 △시민 재해에 책임 있는 고위 공무원 즉각 해임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한 시민들에게 △생명과 안전을 우습게 여기는 기업은 존재가치가 없다는 여론을 모아줄 것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을 막고 제대로 개정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줄 것 △중대재해로 고통받는 노동자와 시민들에게 위로와 응원의 마음을 보내줄 것 △시민들이 생명·안전에 대한 감시의 주체가 되어줄 것 등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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