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뉴시스·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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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피해자가 겪은 성폭력 사실을 유포하거나 험담했다면 그에 따른 정신적 피해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5단독 조규설 부장판사는 성폭력 피해자 A씨가 가해자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B씨)는 원고(A씨)에게 24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국방부 직할부대에서 팀장급 군무원으로 일하던 B씨는 2021년 1월 직위해제 됐다. 같은 부대에서 일하던 계약직 군무원 A씨를 상습적으로 성희롱·성추행했다는 이유였다.

군은 2020년 10월 B씨를 피해자와 분리해 분청 사무실에서 근무하게 했는데, B씨는 그때부터 “신고자가 누구인지 짐작이 간다”며 피해자 A씨를 험담하고 성추행 사실을 유포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사무실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며 가해 사실을 떠들거나, 부대원들에게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의 행동이나 소문 등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이에 A씨는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B씨가 성희롱·강제추행·부당지시에 더해 2차 가해로 인한 정신적 피해까지 A씨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2차 가해로 원고의 신원과 강제추행·성희롱의 구체적 내용까지 직장 구성원들이 알게 됐고 좋지 않은 소문이 생겼다”며 “원고는 직장 내 구성원의 수군거림에 우울증, 좌절감 등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차 가해는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며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2차 가해에 따른 위자료는 500만원으로 정하고, 성희롱·강제추행·부당지시에 따른 위자료를 더해 총 2400만원을 배상금으로 정했다.

군은 2021년 9월 가해자 B씨를 해임했다. 그는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4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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