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귀족 판타지가 현실도피 욕망 부추겨

재벌과 사귀려면 과감하게 재벌집 하녀로 들어간다. 사흘 동안 집안에서 놀고 있으면 재벌 아들 접근해서“일 똑바로 못 해?”라며 화를 낼 것이다. 이때 재벌 아들의 말을 과감하게 무시하는 것이 포인트. 재벌 아들은“나를 무시한 건 네가 처음이야”라면서 당신을 사랑하게 된다. 현실에서는 절대 통하지 않을 이 노하우는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재벌아들과 사귀는 법'이다.

연예인, 재벌 아들, 조폭 미남 등은 돈과 외모를 가진 자본주의판 '신(新)귀족'이다. 어려운 가정환경을 극복한 자수성가형 독불장군은 더 이상 매력이 없다. 아버지가 물려준 부를 마음껏 누리면서도 부모의 뜻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개성 강한 신귀족과 평범한 여성의 사랑 이야기에 대중들은 환호한다. 특히 졸업을 앞두거나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한 20대 중, 후반의 시청자들은 부족한 것 없는 완벽한 남자 주인공의 '능력'에 도취되거나 완벽한 남자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는 평범한 그녀와 자신을 동일시한다.

문화평론가 김지룡씨는 “나이, 신분의 차이로 인해 이루어지기 어려운 사랑은 드라마의 변치 않는 레퍼토리”라면서 “부의 편중이 오늘날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격차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기 경제침체에 대한 사회적 불안이 만연하고 취직은 말 그대로 '하늘의 별따기'가 된 지 오래다. 여남을 불문하고 이러한 현실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그만큼 도피의 욕망도 커지는 가운데 만화, 영화, 드라마 등 각종 매체는 이러한 대중의 현실도피의 욕망을 가장 민감하고 빠르게 포착하는 것이다. 분명 각종 매스컴이 만들어내는 현대판 왕자와 공주는 드라마가 끝나면 사라질 신기루이지만 취직도, 취직을 겸한 시집인 '취집'자리도 구하지 못한 현실이 버거운 그들은 잠시나마 달콤한 꿈을 꾸고 싶어한다.

서김현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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