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패러디 사건을 보며

오한숙희

여성학자

여성에 대한 성적 모욕의 역사는 얼마나 길까. 교총 회장 선거 유세에서 저질적인 여성비하적 농담을 한 후보가 당선되는가 하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성적인 영화에 패러디한 것이 청와대 전자게시판에 올라 세상이 시끄럽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격분의 정도가 유례없이 높다. 진보적인 여성단체들은 이에 대해 미온적 내지는 함구하는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보수적인 신문들은 이것을 호재로 삼아 정부여당은 물론 진보적인 단체들을 비난하는 데에 연일 열을 올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 남자들도 다 성적인 패러디를 당한 경험이 있음을 들어 여성의원이라고 하여 그것을 문제삼는 것이 오히려 남녀평등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주장도 한다.

내가 보기에 이 문제는 지금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 한나라당이 분노하는 것은 박근혜씨가 당 대표이기 때문이지, 여성정치인에 대한 인권의식에서 비롯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한나라당의 정서는 가부장제와 남성우월주의가 국내에서 가장 센 경상도 문화에 뿌리박고 있으며 몇몇 개인들의 발언은 접어두더라도 국회에서 여성 관련 사안들을 다룰 때의 태도나 발언은 단순한 무식의 경지를 넘어 고의적인 모욕의 느낌마저 들게 했다.

보수언론들이 이 문제를 놓고 연일 꾸짖는 자세를 취하는 것도 고양이 쥐 생각하는 격이다. 언론사 조직은 성차별이 심한 집단이며 여성문제에 대한 관심은 고의적으로 전무하며 여성은 그저 성적 대상일 뿐이었다(KAL기 폭파혐의자인 김현희나 유시버시아드대회 때 북한응원단 여대생들이 미인임을 강조한 것이나 선정성으로 가득 찬 스포츠 신문으로 돈벌이에 나선 것이 그 예다). 사실 이런 패러디가 나오고 그것이 청와대 전자 게시판에 버젓이 올라가게 된 우리 사회의 성적 모욕 불감증에 대해서 가장 크게 책임져야 할 집단이 언론이다. 더구나 수구적인 특정언론은 자신들과 이해관계가 어긋나는 집단을 공격하는 기회로 삼음으로써 이 사건의 본질을 더욱 왜곡시키고 있다.

이제 박근혜 패러디 사건은 누가 누구에게 그랬냐는 편 가르기 식의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핵심은 인간에 대한 성적 모독 현상이 온 나라에 퍼져 있으며 그것을 정상으로 여기는 불감증에 있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이런 증세는 여야가 똑같고 언론은 전염매체이며 일부 여자들도 감염되어 있다(강금실 장관과 문재인 수석이 만났을 때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의 호텔남녀 발언이 그 예다). 이 시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남성 정치권력들이 이 문제를 힘 겨루기에 이용하는 국면에서 여야 여성의원들이 대리전을 치르는 것이며 여성단체들이 수구 보수세력에 힘을 실어주는 구더기가 낄까 두려워 여성인권 옹호라는 장을 못 담그는 소극적인 자세다. 왜 여성의원들만 나서야 하는가. 이것 또한 의회 내의 성역할 고정관념이 아닌가. 여성의원들끼리 정파에 갇히는 모습은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가부장제의 함정에 같이 빠지는 꼴이다. 여성단체 또한 우선 필요한 장을 담그고 어차피 낄 수밖에 없는 구더기는 그 다음에 거둬내면 안 되는 것인가.

교육담당자들의 우두머리가 여성비하의 발언을 하고 여성비하의 의도가 없었다고 하면 그대로 넘어가주는 세상,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할 정치권에서 여성모독과 비하가 빈발하는 작금의 현실에서 이를 해결할 방안은 하나뿐이다. 장명수 칼럼이 이미 지적했듯이, 여성의 인권은 여성의 연대 없이 확보되지 않는다. 입술을 잃으면 이가 시리다는 말을 곱씹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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