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북 예천 생텀마을 김민성 대표 

"예천을 글로벌 힐링 메카로 자리매김하는게 꿈"

지방소멸의 시대다. 시대 변화로 산업이 쇠퇴하고,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에 청년층 인구가 유출돼 인구가 과소화 되면서 마을로서의 기능조차 위협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년 중심의 지방살리기 프로젝트가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행정안전부 청년마을만들기 공모사업’ 중 하나인 경상북도 예천군 효자면의 생텀마을의 성과도 그 중 하나다. 청년단체 생텀마을은 호두를 재배하며 이를 통한 제품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또 타이치 운동, 명상 교육 등의 힐링 프로그램과 친환경 구들방 설치 등 청년 중심의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청년마을이 지방살리기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까. 생텀마을 김민성 대표를 통해 가능성을 들여다봤다.         

김민성 생텀마을 대표 ⓒ생텀마을
김민성 생텀마을 대표 ⓒ생텀마을

청년마을을 꾸리게 된 계기는

포탄이 떨어지는 아프가니스탄 현장에서 일하다 전쟁 트라우마를 겪었습니다. 귀국 후 예천에서 치유의 경험을 했는데요. 주변을 돌아보니 저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많은 청년들이 ’전쟁같은 삶’ 속에서 몸과 마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제가 겪은 힐링과 치유의 경험을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생텀마을은 힐링과 명상에 주목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예천에서 치유 경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힐링과 명상에 있습니다. 끊임없는 긴장 속에서 생긴 불안과 통증을 순수한 자연과 명상, 건강 운동으로 회복할 수 있었어요. 명상이란 우리가 본래 가진 자연스러움을 회복하는 다양한 방식을 말합니다. 현대 사회는 물질적 편리함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태롭게 하는 요소도 많은 것 같아요. 

현대인의 몸과 마음은 병들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모든 나이대에서 암 발병 증감률이 20% 증가세를 보입니다. 20대가 44.5%로 가장 높습니다.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2030세대의 우울 위험군 비율이 60대의 두 배를 넘어 정신건강 및 스트레스 관리 활동이 필요하다는 조사가 있어요. 그래서 명상의 필요성이 최근에 더욱 부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미에서 많은 대중에게 인기를 얻고 있어요. 예컨대 구글, 애플 등 실리콘 밸리 IT 기업의 경우 CEO는 물론 일반 직원들까지 명상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명상 애플리케이션도 큰 인기를 얻고 있고요.

이제 명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물론 명상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이제는 시대에 맞는 프로그램과 방법을 도입해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인이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해 개인과 사회가 더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데 생텀마을이 기여하고 싶어요. 

예천을 대상지로 선택했는데 예천이 고향인가

아닙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일명 ‘서울 촌놈’이에요. 치유를 위해 예천에 왔다가 이곳에 매료돼 정착했습니다. 이곳은 소백산 끝자락에 위치해 대부분이 농지로 사용되고 있어요. 한마디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곳이죠. 그런데도 관광지로 개발되지 않아 자연의 순수함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더구나 안전하게 자연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어서 자연과 사람이 소통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저보다 먼저 정착해 건강한 삶을 실천하고 연구해온 선배들의 힐링 콘텐츠 자산이 있어요. 명상 분야에서는 오래전부터 쌓아온 전문성이 있고, 예천 용두리에서 무농약 무제초제 호두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그리고 건강한 주거 환경을 위한 친환경 구들방도 연구‧개발했습니다. 이런 곳이라면 누구라도 치유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힐링하는 청년들 생텀마을 생텀 프렌즈 체험단 ⓒ생텀마을
힐링하는 청년들 생텀마을 생텀 프렌즈 체험단 ⓒ생텀마을

도시 청년이 지역으로 이주해서 뭔가 일을 도모하기가 만만치 않았을 텐데 이번 청년마을 사업을 준비하면서 특별히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제가 해외에서 일하다가 예천으로 온 건 2016년도에요. ‘용두리호두’에서 함께 일하는 선배들은 저보다 앞서 2010년도부터 정착을 했죠. 제가 듣기로 초기에는 지역에 정착하는 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저는 어려움을 겪지 않았어요. 선배들 덕분이죠.

청년마을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지역 주민으로부터 적극적 지지를 받았습니다. 사업 준비를 위해 마을 집마다 찾아다니며 사업 내용을 말씀드렸는데, 마을 이장님을 비롯하여 많은 어르신이 격려를 해주셨어요. 이곳에 청년들이 들어와 활기가 생기는 마을로 변화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죠.

생텀마을은 용두리호두가 주체인 걸로 아는데 용두리호두는 어떤 회사인가

용두리호두는 구성원이 함께 호두 농사를 짓고, 명상과 운동을 하며 살고 있어요. 저희는 농사만 짓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삶의 방법을 연구하고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무농약, 무제초제 친환경 농업을 지향합니다. 땀 흘려 호두 농사를 지으면서 명상과 운동을 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몸과 마음이 치유되고 있음을 알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또한 예천의 순수한 자연환경과 저희의 힐링 프로그램을 접목해 많은 사람에게 진정한 ‘건강’을 나눠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1년 간 운영한 프로그램은 어떤 게 있었는지

지난 1년간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청년들이 생텀마을에서 생활하며 함께 힐링 비즈니스를 모색하는 기수별 프로그램을 5기까지 마쳤고, 단기 힐링 프로그램으로는 ’온리 힐링‘과 앞서 설명한 ’오늘하루, 생텀마을‘과 ’건강? 생텀에 맡겨둬!‘가 있었습니다. 또한 몸과 마음이 지친 도시인을 찾아가 힐링을 전하는 ’생텀마을 힐링 딜리버리‘와 지역 주민과 만나 교류하는 ’생텀 소사이어티‘ 및 다른 청년마을과 교류하는 ’청년이 생텀에게 배우다‘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청년의 지역살이부터 다양한 일자리 실험, 지역사회 공헌 및 지역사회 융화까지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운영한 덕분에 좋은 결과가 뒤따라왔다고 생각합니다.

김민성 생텀마을 대표가 '2022 행정안전부 청년 마을만들기 공모사업'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생텀마을
생텀마을 김민성 대표가 '2022 행정안전부 청년 마을만들기 공모사업'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생텀마을

치유 프로그램 중에는 명상을 비롯해 산책, 타이치, 농사 등 다양한 콘텐츠가 있는데 가장 인기가 좋은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었나

흥미롭게도 오시는 분마다 선호하는 프로그램이 달랐어요. 어떤 분은 자연 속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분은 원시림 트레킹이 가장 좋았다고 합니다. 또 어떤 분은 타이치를 비롯한 깊이 있는 명상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프로그램을 굳이 하나 꼽자면 밤하늘의 별보기입니다. 이곳에서는 도시에서 볼 수 없는 수많은 별을 볼 수 있어요. 어둠이 깔린 뒤 호두농장 깊은 산 속, 탁 트인 곳에 올라 매트를 깔고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있으면 마치 우주에 둥둥 떠서 유영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이것을 경험해보신 분은 그 환상적 느낌을 마음 깊이 새겼을 겁니다.

지난 1년은 청년마을 운영하면서 처음 시작할 때 세웠던 계획대로 된 편인가

청년마을 운영을 위해 사전에 계획을 꼼꼼하게 세웠지만, 역시 어려운 지점이 있었어요. 가장 크게 영향을 받았던 요소가 바로 날씨였어요. 저희는 실외 활동이 많았는데 7월 초부터 무더위가 찾아왔어요. 물론 활동 공간이 초록의 자연이고,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건물이 있어 휴식을 취할 수 있었지만 예상보다 참가자들의 에너지 소모가 컸어요. 

또 비가 자주 내려 프로그램 개시 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오늘하루, 생텀마을‘은 자연 속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기에 수시로 일기예보를 체크하곤 했죠. 그런데 일기예보마다 날씨가 다르게 나오고, 시간에 따라 예보가 계속 바뀌었어요. 다행히도 행사 당일 아침 일찍 비가 개어 결과적으로는 파랗고 맑은 하늘 아래에서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어요.

생텀마을의 ’복합문화공간‘도 마찬가지로 날씨 영향에 따른 자재 수급으로 완공이 예정보다 늦어졌습니다. ’복합문화공간‘은 건축물인 동시에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생텀마을의 대표적 공간입니다. 참여 청년들이 이곳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실내 공간을 활용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내년부터는 청년들이 그 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을 거예요. 

생텀마을 힐링 프로그램 참가자들 체험 모습 ⓒ생텀마을
생텀마을 힐링 프로그램 참가자들 체험 모습 ⓒ생텀마을

생텀마을 거쳐간 청년 중에서 예천으로 이주를 한 청년이 있다고 들었다

생텀마을을 체험하고 예천에 정착한 사람은 총 세 명입니다. 한 사람은 명상 지도자로 서울에서 활동하다가 불교 철학을 함께 공부했던 지인의 소개로 생텀마을을 알게 되어 참여했었어요. 그동안은 혼자서 활동하다 보니 확장성이 더디고 강의도 뭔가 멈춰진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생텀마을이라는 공간에서 뜻이 맞는 사람과 함께 활동하면서 시너지를 느꼈고 확장 가능성을 찾은 겁니다. 앞으로 생텀마을에서 함께 연구하고 활동하기로 했어요.

또 한 사람은 운동건강관리학을 전공한 20대 여성으로, 운동과 생활환경 개선으로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 관심이 많습니다. 자신의 관심 분야와 생텀마을이 추구하는 ’건강한 삶‘을 실현하기 위한 방향성이 일치한다고 느낀 것이죠. 그래서 자신의 전공과 관심 분야를 살려 예천에서 힐링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을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마지막 한 사람은 IT분야 엔지니어이자 태극권 수련도 하는 청년입니다. 생텀마을 체험으로 생텀마을이 추구하는 건강한 삶의 실현 철학이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하여 생텀마을 비즈니스를 함께 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앞으로 내년과 후년까지 생텀마을이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할 텐데, 해마다 어디에 주안점을 갖고 진행하실 계획인지 

올해는 생텀마을을 시작해 힐링 비즈니스를 모색한 첫해입니다. 올해에는 힐링 문화를 만들고 생텀마을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춰 활동했습니다. 참여자와 함께 오랜 시간 연구하고 고민하며 힐링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아울러 지역 주민에게 힐링-건강 운동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힐링 마켓&페스티벌도 열었습니다.

내년에는 확장성에 주안점을 두고자 합니다. 활동 영역과 힐링 비즈니스의 확장의 일환으로 국제 교류까지 계획하고 있습니다. 

힐링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 힐링 F&B와 힐링 굿즈 생산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힐링을 하나의 생활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더 건강한 호두 기름과 산호두식초 개발 및 생산을 준비하고 있고, 그 외에도 몇 가지 힐링 제품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생텀마을은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종합힐링문화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참여자들이 생텀마을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치유한 과정을 검증하는 작업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위해 전문가와 상의하고 조언을 구하고 있습니다. 

외국 청년의 방문도 준비 중입니다. 생텀마을에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사람 중에 태국에 거주하는 타이치 지도사가 계시는데, 내년 4월 태국의 정신과 전문의를 생텀마을에 초대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생텀마을 웹사이트를 만들고 있어요. 내년부터 온라인으로 생텀마을 힐링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을 겁니다. 

2024년에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해외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것이 목표입니다. 해외에서도 생텀마을 힐링 콘텐츠가 통할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이어나가고자 해요. 향후 보완하면서 우리가 만든 힐링 콘텐츠를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 외국인들이 힐링을 위해 예천을 찾게 만들고자 합니다.

행안부나 지자체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보다 청년이 지역에서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지원해줘 감사한 마음입니다. 도시도 아닌 지역에서, 나이 어린 청년들의 도전은 어떻게 보면 무모해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행안부와 지자체 덕분에 청년들이 꿈을 갖고 다양한 시도를 해나갈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청년마을이나 청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느끼고 있고요.

행안부와 지자체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역에 모인 청년이 더욱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습니다. 로컬대학 프로그램이나 청년마을 협의체를 만들고 있습니다. 자기만의 특색과 개성을 살린 콘텐츠를 갖춘 청년마을들이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분이 관심을 기울여 다양한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협력의 장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지역 이주를 망설이는 청년을 위한 한마디 부탁한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면서 많은 나라 다양한 지역을 돌아다녔습니다. 경제적으로 발전한 국가부터 개발도상국 또한 도시부터 험지까지 오가며 다양한 기회가 오가는 것을 보았어요. 특히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세계가 연결된 환경에서는 개발도상국 시골마을이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거나, 그곳의 제품이 온라인으로 인기리에 판매가 되는 사례들은 무수히 많죠.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기회는 그곳으로 이주한 사람의 새로운 시각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지역으로 이주하는 일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떤 지역에서든 만약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일로 뭔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그 기회를 잡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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