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도 폐지 논란에 대해

진선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 복지위원장

얼마 전 한 국회의원이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하겠다는 소식을 들으며 그래도 세상이 조금씩 나아지려나 보다 했는데, 그 흐뭇함이 채 사라지기 전에 다시 차마 입에 올리기도 무섭고 떨리는 연쇄살인범의 검거소식이 들렸고 이내 “사형을 폐지해서는 안 된다”라는 목소리가 드높아졌다. 모든 언론이 저마다의 목소리로 사형폐지에 관한 찬성과 반대의견을 담아내느라 분주하다.

그 가운데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었다. 무려 9년간의 지루한 법정공방 끝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이도행씨다. 사실 변호사라는 직업을 갖고도 사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변호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런데 마침 들어간 사무실에서 그 사건을 담당하고 있었기에 이래저래 사건의 진행을 지켜보게 되었다.

이도행씨, 그 사람은 참 심성이 고운 사람이다. 그러나 1심에서 부인과 어린 딸을 무참히 살해한 죄로 사형까지 선고받았다. 죄질은 나쁜데 무죄를 다투기 때문에 죄를 뉘우치는 반성으로 인한 감량의 여지도 없어 사형과 무죄를 오가야만 했다. 무죄가 확정되지 않았다면 그 역시 사형수의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이렇듯 이 사건은 사형제도의 폐지가 논의될 때마다 거론되는 오판 가능성의 정점에 서 있다.

어떤 면에서 그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무죄를 다투는 사건들은 수도 없이 많겠지만, 이 사건에서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가며 그 긴 세월을 치열하게 다투기란 그리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한강철교폭파사건에 대한 오판으로 목숨을 빼앗긴 최창식 대령의 안타까운 예를 보았지 않는가. 그 결과는 어떤 살인보다 잔혹하다.

이도행, 최창식, 그들은 그 사건 이전에는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너무나 평범한 우리 이웃이고 우리 자신이다. 언제 어느 때 우리 역시 그 자리에 서 있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생명은 그 자체로 존엄하며 가치를 판단할 수 없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모순되게도 '사람을 죽인 사람의 생명은 없애도 된다'는 가치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흉악범 역시 그런 가치판단을 들먹이며 자신의 살해동기를 합리화한다.

사형에 따른 범죄억제 효과 또한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 사회방위라면 종신형 등을 포함한 장기형을 선고하는 '사회적 살인'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흉악범죄들이 사라지기 위해선 사회구조의 부조리를 뿌리 뽑아야 하고, 사회구성원들의 끊임없는 인격 연마가 필요한데도 흉악범 한 사람만 사형선고하면 사회문제가 모두 해결된 듯 집단최면제 작용을 할 따름이어서 문제해결에서 더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건 아닐까 싶다.

지금 현실도 그렇다. 대부분의 언론은 흉악범의 잔인한 범죄성만을 부각할 뿐이고, 사형제도의 참혹성을 심도 있게 논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때일수록 더욱 사형제도의 폐지에 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