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이태원 참사, 경찰·지자체·소방 등 예방조치 안해"
이임재 전 용산서장 등 구속...이상민 행안부 장관 등 윗선 '무혐의'

이태원 참사 49재를 맞은 1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희생자 유가족들이 영정 사진을 들고 오열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이태원 참사 49재였던 지난 12월 1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희생자 유가족들이 영정 사진을 들고 오열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지난해 10월 29일 희생자 159명을 낸 이태원 참사 원인과 책임 규명에 나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73일간 수사를 마무리하고 13일 결과를 발표했다. 

특수본이 이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까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송치하면서 모두 23명을 송치했다. ‘윗선’의 혐의는 입증하지 못해 꼬리자르기 수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는 이태원 참사 이후인 지난해 11월 2일 수사인력 501명 규모로 출범했다. 경찰과 소방, 지자체 등 관계기관을 상대로 73일간 대대적인 수사를 이어왔다. 이들 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압수물만 14만여점으로, 사건관계자 538명을 조사했다.

손제한 특수본부장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사고 당일 인파가 급증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넘어졌고, 군중압력에 의해 158명이 질식 등으로 사망하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이번 참사가 관할 지자체와 경찰, 소방 등 법령상 재난안전 예방·대응 의무가 있는 기관들이 사전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거나, 부실한 대책을 수립하는 등 예방적 조처를 하지 않아 발생한 참사라고 판단했다. 

핼러윈 데이 축제 기간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됐음에도 경찰과 용산구청 등 관련 기관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수본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골목은 T자형 내리막 경사로 참사 당일 이태원역과 녹사평역, 한강진역에서 꾸준히 인파가 유입되고 있었다.

이태원 일대 인원을 시간대별로 살펴보면 △오후 7시 4만4173명 △오후 8시 5만1529명 △오후 9시 5만5936명 △오후 10시 5만7340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맞이한 첫 핼러윈 데이라는 점이 인파 급증 원인으로 지목됐다. 10월 마지막 주 토요일 이태원을 찾은 인원을 보면 지난 2020년 1만8546명에서 지난해 5만4192명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발생 과정을 보면 최초 112신고가 접수된 오후 6시34분께부터 양방향 교행은 가능하나 주변인 접촉 없이는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인파가 운집했다.

특수본은 오후 8시30분부터는 세계음식거리로 모여드는 인파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T자형 삼거리를 중심으로 극심한 정체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됐다.

특수본은 기관들의 과실이 중첩돼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보고 각 기관 소속 공무원들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의 공동정범으로 묶어 법리를 적용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을 포함한 구청·경찰 간부 4명을 핼러윈 축제 인파 관리 등 예방과 대응에 소홀한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윗선’ 혐의 입증은 하지 못했다. 특수본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 등은 재난안전법상 특정 지역의 다중운집 위험에 대한 구체적인 주의 의무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무혐의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특수본은 이날 이후 단계적으로 해산하고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와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등에서 일부 남은 사건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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