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죽선녀를 만나다>

-아들 선호에 짓눌린 딸들의 자가치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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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서쪽>으로 등단한 박정애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죽죽선녀(竹竹仙女)를 만나다>가 출간됐다. <물의 말> <춤에 부치는 노래>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생애를 리듬감 있는 언어로 표현해 온 그는, 이번 소설집에서도 어머니와 딸 세대의 갈등과 화해를 보여준다. 특히 표제작인 단편 '죽죽선녀를 만나다'는 아들 선호라면 이 나라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동네에서 태어난 딸들이 그 상처를 치유해가는 이야기다. 서술자 '나'의 사촌인 연희는 아이를 갖게 되자마자 선희의 영령에 사로잡힌다. 선희는 어릴 때 생리대 뒤처리를 잘못했다고 어머니에게 머리채를 붙잡히고 나서 자살해버린 연희의 친언니다.

선희와 '나'는 병든 사람을 치유하는 무당인 박곡 아지매를 찾아간다. 박곡 아지매는 연희의 몸에 깃든 선희를 불러내 그녀의 억울함과 분노에 동조해주고 상처를 치유해준다. 그리고 선희는 죽죽선녀의 집이 있었다는 죽서루 부근에 뚫려 있는 구멍 열 개에 입을 맞추는 제의적 행위를 거치고 차차 선희의 영령에서 놓여난다. 이 구멍은 “세상 만물이 다 나오는” 생명의 근원에 해당하는 장소이지만, 가부장제 이데올로기가 더럽고 열등한 것으로 의미부여한 여성의 성적 자질이 집약된 곳이기도 하다.

박곡 아지매는 엄마가 선희를 그토록 미워한 것, 선희가 목을 맬 수밖에 없었던 것, 연희가 생명을 품은 자기 몸을 부정하는 것에 대해 설명해주고, 자신의 몸을 긍정하도록 이끈다. 이러한 의식을 통해 이 젊은 여성들은 자신의 몸을 사랑하게 되며 어머니들의 삶도 이해하게 된다. 박정애 지음/문학사상사/8000원

<엄마와 딸>

-모녀관계의 미묘한 메커니즘 풀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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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영국 상원의원이자 여성 최초로 교육 CEO로 임명된 바 있는 폴린 페리가 '엄마와 딸'을 펴냈다. 엄마라는 존재는 누구에게나 수많은 감정을 떠오르게 하지만 특히 딸들에게는 같은 여성으로서 느끼는 끈끈한 정과 갈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법이다.

폴린 페리는 이 책을 통해 사회 각층을 대표할 만한 여성 10명과의 인터뷰를 자료로 엄마와 딸의 관계를 객관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규명한다. 과연 딸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일까. 그 물음은 어머니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폴린은 “나를 비롯한 많은 중년 여자들이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 까닭에, 어머니의 비밀에 귀기울여주고 어머니를 이해하고 위로해줄 기회를 영원히 놓치고 만다”고 말한다. 어머니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없는 곳으로 떠난 후에야 딸들은 어머니를 찾아 나서게 된다는 것.

폴린 자신도 어머니가 돌아가시게 된 후에야 '구름이 걷힌 맑은 눈'으로 어머니를 보게 됐고, 어머니 생전에 어머니 인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회한을 갖게 됐다. 이러한 회한은 현재 자신이 어머니보다 훨씬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인생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오만에 대한 반성이라고.

이 책의 후반부에는 저자가 인터뷰한 열 명의 여성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 인터뷰를 통해 성장과정부터 어머니의 죽음을 맞기까지의 다양한 과정을 만날 수 있다. 폴린 페리 지음·안시열 옮김/큰나/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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