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서정화 열린여성센터 소장
노동 운동하다 IMF 이후 19년째 여성 노숙인 도와
정신·신체건강, 부채 문제 안고 찾아오는 여성 노숙인
노숙인복지법에도 성인지 감수성 넣어야
“타인의 아픔을 듣는 게 쉽지 않지만… 보람”

여성 노숙인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 노숙인은 위험에 노출되는 거리에 나서는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숨어 지내는 여성 노숙인의 자활을 돕는 시설이 있다. 바로 ‘열린여성센터’다.

열린여성센터는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노숙인복지시설로, 2004년 3월 개소해 19년째 운영되고 있다. 위기상황에서 거리로 나선 여성노숙인과 가정폭력 등으로 가정을 벗어나 갈 곳이 없는 여성과 자녀를 보호하여 회복을 지원하고, 재활‧자활지원을 통해 노숙을 이탈하고 사회에 복귀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무료 숙식, 의료서비스, 신체 및 정신건강 관리 등 신체 및 건강 지원 서비스, 직업 훈련, 취업 알선 및 상담, 취업 유지 지원, 신용회복, 금전관리 등 경제적 자립 지원, 심리 상담, 근로 상담, 저축 및 금전관리 상담 등 상담 및 사례관리 서비스, 매입임대주택, 전세임대주택 임대주택 입주 지원 및 주거 유지 지원 등 주거지원사업을 제공한다.

서정화 열린여성센터 소장 ⓒ홍수형 기자
서정화 열린여성센터 소장 ⓒ홍수형 기자

열린여성센터의 서정화 소장은 햇수로 19년째 열린여성센터에서 여성 노숙인을 마주하고 있다. ‘여성 노숙인의 대모’라고도 불리는 그가 처음부터 여성 노숙인 문제에 관심을 가진 건 아니었다.

“제가 대학교 다닐 때는 학생들이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을 때였어요. 저도 그랬죠. 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학교를 졸업하고 작은 공장이 많았던 성수동으로 갔죠. 88년 9월에 현장에 가서 8, 9년 가까이 노동운동을 했어요. 동부지역 금속노조를 같이 만들었고 후에는 위원장도 했습니다.”

노동운동을 정리할 때쯤 1997년 IMF가 터졌다. IMF가 터지고 6개월이 지나자 사회적으로 노숙인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IMF 이후 직장도, 집도 잃기 시작한 이들이 늘어났는데, 그때 노숙자들을 상담하는 일을 시작했어요. 자연스럽게 사회복지 쪽으로 오게 된 거죠. 5년 동안 노숙인 상담을 하고, 다시서기지원센터라는 기관에서 실장으로 일을 하다가 지금의 열린여성지원센터로 오게 됐어요.”

노숙인, 그중에서도 여성 노숙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 노숙인 때문이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우산을 성처럼 뒤집어쓰고 있는 여성 노숙인은 남성들 틈바구니에 외롭게 있었다.

“그때도 시설이 없던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그분들은 거리에 계셨죠. 상담을 해봤더니 시설에 갔는데 싸우고 쫓겨났다거나 정신질환이 있다고 답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열게 된 것이 열린여성센터다. 여성 노숙인, 그 중에서도 정신건강에 어려움이 있는 여성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해 시작된 열린여성센터는 어느덧 19년이 흘러 여성 노숙인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서정화 열린여성센터 소장 ⓒ홍수형 기자
서정화 열린여성센터 소장 ⓒ홍수형 기자

여성 노숙인 문제를 오랫동안 지켜봐 온 서정화 소장은 여성 노숙인 문제를 성인지적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소장은 “대부분의 노숙인 정책은 남성 중심이다. 노숙인 복지 5개년 계획이나 노숙인복지법에서 여성 노숙인에 대한 이야기는 눈에 띄지 않거나 구체적이지 않다”며 “정책이 좀 더 여성에 대해 특화되거나 구체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여성 노숙인의 특성상 숨어있는 경우가 많아 실태조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여성 노숙인들은 피시방, 찜질방, 교회, 기도원 같은 곳에 많다. 그런 곳에 샘플 조사를 통해 얼마나 많은 여성 노숙인이 있는지 유추라도 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여성 노숙인들이 자활할 수 있는 시설인 열린여성센터는 주거가 없는 여성이면 모두 입주 가능하다. 노숙인이 겪는 정신건강·신체건강 문제, 부채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국민취업지원제도와 연계해서 직업훈련도 한다.

열린여성센터가 생활공간을 지원하는 만큼 사람들 간의 갈등도 종종 일어난다. 이를 조율하기 위해 실무자들의 근무는 24시간 365일 돌아간다. 일이 고되지 않냐는 물음에 서 소장은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듣고 느끼고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며 “사회복지사들이 자신의 마음을 먼저 평온하게 관리해야 하는데 그게 어려운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저희끼리 ‘여기 오는 데까지는 많은 사연과 이유가 있다’고 말하곤 한다. 이곳은 (노숙인들의) 사회성이 훈련되는 장소”라고 말했다.

서정화 열린여성센터 소장 ⓒ홍수형 기자
서정화 열린여성센터 소장 ⓒ홍수형 기자

그럼에도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을 묻자 서 소장은 환하게 웃었다. 그는 “들어올 때 자그마한 가방 하나 들고 왔던 분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고, 다시 와서 커피 한 잔 사기도 하고, 잘 살고 있다고 피드백을 줄 때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여성 노숙인과의 약 20년을 보낸 서 소장의 목표와 계획은 뭘까. 서 소장은 “사람이 사는 데 꼭 필요한 의식주를 벗어나서 삶을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장을 만들고 노숙인들이 그런 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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