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장태평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
농특위는 협력촉진 위한 ‘브릿지’
범부처·관계자 간 갈등 조정 최선
중장기 정책 방향 제시할 것

 

장태평 농어업농어촌특별 위원회 위원장 ⓒ홍수형 기자
장태평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 ⓒ홍수형 기자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 농어업도 ‘세계 일류의 꿈’을 갖고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때가 왔습니다.”

취임 한달을 맞은 장태평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농어업으로 새로운 도전과 기회의 시기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농어업·농어촌은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위협, 고령화와 지역소멸, 탄소중립 실현 등 높아진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어느 때보다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장 위원장은 농어업 위기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변화와 혁신, 발상의 전환으로 오히려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고 했다. 장 위원장이 농어업의 미래를 위해 내세운 키워드는 바로 ‘과학기술’이다.

농림부 장관 출신 농특위 위원장

장 위원장은 행정고시 20회로 공직에 입문해 30년이 넘게 공직에 몸담아온 정통 관료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2년간 농림축산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내며 농어업 정책을 총괄한 경험도 있다.

농업단체는 2개월의 공백 끝에 취임한 장 위원장에 대해 기대하는 분위기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농축산업 발전과 농축산인 권익을 위한 농특위로 환골탈태할 수 있도록 신임 위원장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성명을 내고 “민·관 협치 기구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농업인의 권익 증진을 위한 정책 대안을 발굴·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장 위원장은 “현장에서 많은 불만이 제기되고 전문가들이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지만 문제해결에 많은 제약요인이 있다. 이런 문제들을 풀기 위해 농특위 역할이 존재한다. 현장의 의견을 수용해 중장기 정책에 반영할 것”이라며 “농특위는 부처와 부처, 관계자 간 요구와 갈등을 조정하는 ‘브릿지(다리)’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태평 농어업농어촌특별 위원회 위원장 ⓒ홍수형 기자
장태평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 ⓒ홍수형 기자

 

“농업 사양산업 아닌 기술산업”

장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농업은 사양산업이 아니다. 우리의 미래 먹거리로 삼을 첨단산업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장 위원장의 지론이다.

장 위원장은 네덜란드에 비춰 우리 농업의 미래를 그렸다. 네덜란드의 2021년 농산물 수출액은 1050억 유로(약 146조원)에 달한다. 미국(1770억 달러·약 237조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국토 면적(4만1543㎢)이 한국의 절반도 되지 않지만 첨단유리온실 기반 스마트팜을 이용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농산물 수출국이 됐다. 네덜란드 남부 스헤르토헨보스에는 세계 최대의 수직 농업센터 ‘플랜트랩(PlantLab)’이 운영되고 있고, 농업 회사 ‘아그로 케어(Agro Care)’는 유리온실에서 연간 9만톤 넘는 토마토를 생산한다. 첨단 기술이 대거 접목된 농장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식물의 생육에도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낸다.

“농업하면 아직도 사양산업이라는 인식이 있어요. 하지만 농업은 이미 첨단 과학기술이 접목된 기술산업입니다. 농업 선진국인 네덜란드가 열악한 조건을 딛고 농업 강국이 된 비결도 과학기술에 있습니다. 첨단 기술을 접목한 실내 농업을 적극 도입했어요. 이스라엘은 어떤 기후와 조건에서도 살아남는 종자 개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농업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어요. 우리도 첨단기술을 접목해 생산성을 배로 높이고 기술로 승부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어항 벗어나 세계 시장 바라봐야

장 위원장은 ‘강한 농어업’으로 발전하려면 △생산자 조직화‧규모화 △금융 및 조세제도 개선과 정부 규제 완화로 생산비용 절감 △유통‧가공에 생산자 참여 확대 △농어업 투자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농어민들에게는 “어항에서 벗어나 세계 시장을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코이라는 비단잉어는 어항에서 기르면 5~8cm로 자라고, 강물에서 자라면 90∼120cm의 대어가 된다고 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변 환경과 생각의 크기에 따라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과 꿈의 크기는 달라질 수 있어요. 우리 농업도 잠재력이 뛰어납니다. 농업에 기술을 접목해 현대화시키고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앞으로 위원회가 일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활력이 있는 산업으로 만들어 세계 일류 농업으로 가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겠습니다.”

*장태평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전남 무안 출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나와 서울대 행정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 미국 오리건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행정고시 20회로 공직에 발을 들인 뒤 재정경제원 법인세제과장, 재산세제과장 등을 거쳐 농림수산식품부 농업정책국장과 농업구조정책국장, 재정경제부 정책홍보관리실장,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을 지냈다. 2008년 8월부터 2010년 8월까지 제58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맡았으며, 2011년에는 2년간 한국마사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지속가능한 발전과 공익적 기능 실현을 위한 중장기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대통령 자문기구로 2019년 4월 출범했다.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는 그동안 ‘농정의 틀’을 바꿔 농정의 백년대계를 새롭게 설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농어민, 소비자, 시민사회, 정부, 학계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농업·농촌 문제를 다루는 거버넌스 역할을 했다. 현장 의견을 모아 농어업·농어촌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정립하고, 미래 지속가능한 틀을 만들어 나가는데 중점을 두고 활동했다. 향후 농특위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16개 부처가 참여하는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개발위원회’와 통합된다. 

농업+기술 합친 ‘애그테크’ 주목 

‘농업계 테슬라’를 꿈꾸는 존디어는 완전 자율주행 트랙터를 선보였다.©Deere & Company
‘농업계 테슬라’를 꿈꾸는 존디어는 완전 자율주행 트랙터를 선보였다.©Deere & Company

최근 기후 위기와 식량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자 ‘애그테크(AgTech)’가 주목받고 있다. 애그테크는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드론·로봇 등 첨단 기술을 농작물의 생산과 유통 전 과정에 적용하는 것을 뜻한다. 봄에 땅을 일구고 가을에 수확하는 농업의 형태는 과학기술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는 스마트팜으로 변모하고 있다. 4차산업을 만난 농업이 농촌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벗어난 혁신과 성장의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첨단산업으로서의 농업의 가치도 재평가되고 있다.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 2023’의 기조연설은 사상 처음으로 농기계 제조사인 디어&컴퍼니 최고경영자(CEO) 존 메이가 맡았다. 세계 1위 농기계 브랜드 존디어는 ‘농슬라(농기계와 미국 자율주행업체 테슬라의 합성어)’라는 별명이 붙는다. 존디어 내놓은 트랙터인 ‘8R’ 시리즈는 사람이 트랙터에 타지 않고도 스마트폰으로 조종할 수 있는 완전 자율주행 트랙터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스테티스타에 따르면 2021년 애그테크 시장 규모는 지금 104억 9500만 달러에서 2025년에는 거의 2.5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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