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죄를 거쳐 방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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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필 사건, 자유부인, 바람난 가족에 이르기까지

'연애'라는 말은 19세기 일본에서는 외래어 'Love'나'Liebe'를 대신할 적절한 일본어로 탄생한 것으로, 이 말이 우리나라에도 수용되어 1920년대 큰 유행을 이루게 되었다.

사회 현상과 예술작품에 나타난'연애'는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특히 여성의 연애 또는 여성의 외도는 '사회 통념'이라는 줄 위에 아슬아슬하게 존재하고 있으면서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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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미인보감>에 실린 기생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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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시대>(권보드래/현실문화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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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화된 정비석의 소설 <자유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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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난 가족'

       ▶영화 '정사'

'연애의 시대'였던 1920년대 자신의 정부와 공모해 남편을 독살한 김정필 사건이 터져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여러 신문에서 김정필을 '독살미인''살인미인'으로 지칭하면서 관심이 끊이지 않았다. 독살미인 김정필 사건은 김정필(20)이 결혼한지 한 달 만에 병약한 남편 김호철(17)을 죽이고 다른 이상적 남편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쥐약을 먹여 남편을 죽인 혐의로 체포된 사건이었다. '꽃 같은 미인'인 그는 경찰의 고문에 허위자백했다고 주장해 여론은 유·무죄 여부를 둘러싸고 양분됐다. 그러나 결혼하기 전 품행이 방정하지 못해 다른 남자와 정을 통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불리하게 작용해 법정에서 '독살 혐의'가 인정되어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다.

1954년 정비석의 <자유부인>은 교수 부인 오선영이 남편 장 교수의 제자와 정분이 나 가정을 팽개쳤다는 줄거리로, 선풍적인 호응을 얻었다. 반면 남편인 교수는 미군부대의 타이피스트에게 연정을 품는다. 오선영은 남자에게 상처를 받고, 장 교수 또한 타이피스트에 대한 사랑이 실패하자 각자 잘못을 뉘우치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오선영의 외도는 '남편의 소중함'을 깨닫고 남편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끝을 맺고, 비록 다른 사람들에게 연정은 느꼈으나 정절은 지켰다는 이유로 용서받는다.

90년대 이후에 이르러서 여성이 자신의'욕망'을 솔직하게 분출하는'여성의 외도'가 가시화되었다. 여기서 여성의 외도는 '사랑'이나 '정체성 찾기'로도 묘사되고 '바람난 아내'를 둔 남편의 태도도 한층 다양하고 유연해진다.

2003년 제30회 플랑드르 국제영화제 최우수감독상을 받은 영화 '바람난 가족'은 그야말로 '가족'이라는 허울을 유지할 뿐 속은 콩가루 집안인 가족의 이야기다. 30대 부부인 영작(황정민 분)과 호정(문소리 분)은 서로 바람을 피우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다. 호정은 옆집 고등학생의 아이를 임신하고, 영작은 정부에게 버림받은 후 호정을 다시 찾아가지만 호정은 영작을 쿨하게 차버린다. 그 와중에 시어머니는 죽음을 앞둔 시아버지를 놓고 자신의 첫사랑과 연애를 한다.

권혁란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 전 편집장은 “2000년도 이후 영화 등에서 기혼 남녀의 애정행각을 예전보다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일반인들의 삶과 가치관이 크게 변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권 전편집장은 “TV 드라마나 영화 등을 보면서 사람들은 불륜을 예전보다는 너그럽게 수용하게 됐지만 막상 자신의 문제가 되면 냉정하게 받아들기는 어렵다”며 “문학작품이나 영화를 통해서라도 정형화된 삶에서 벗어나길 원하는 여성들이 있는한 '금지된 사랑'을 주제로한 작품은 영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영현 객원기자 sobeit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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