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 추세 남녀 솔로증후군

피터팬 신드롬, 캥거루족 등 사회상 반영

심태연 씨(교사, 39)는 매 방학 마다 1~2달 동안 해외여행을 떠난다. 이번 여름에는 인도 여행을 준비 중이다. 주말마다 등산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산을 오르며 여가를 보내기도 한다. 그녀가 기혼자라면 이러한 일이 가능할까.

그런가 하면, 30대 중반을 훌쩍 넘긴 한 미혼남성은 결혼을 하지 않는 최대 이유가 부모세대처럼 큰 평수의 아파트에 여유로운 생활을 영위할 자신이 없어서라고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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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혼 추세에 솔로증후군이 늘어나고 있다. 남성은 경제적 이유로, 여성은 남성중심 가족구도에서 정체성과 자아실현의 포기, 사회생활 장벽 등을 결혼 기피의 주 이유로 꼽고 있다.

<사진·민원기 기자>

혼인연령층의 만혼 추세와 함께 남녀 모두 로맨스는 선호하지만 결혼은 '선택' 사항으로 안 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점점 널리 퍼지고 있다. 그 이면엔 자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갈망, 경제적 독립과 부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여성개발원이 여성부 의뢰로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전국 3500가구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족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혼 응답자 중 장래 결혼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50%(남성 55.5%, 여성 49%)정도였다. 결혼 계획이 없는 이유에 대해 남성들은 '경제적 기반 부족'(41%)이라고 응답한 반면 여성들은 '꼭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31.7%)과 '내가 하는 일에 더 열중하기 위해서'(28.1%)라고 답했다.

결혼에 회의적인 미혼 남녀의 모습은 실제 통계상에도 나타난다. 2000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실태조사(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5~29세 여성들의 미혼율은 1970년 10%에서 2000년 40%로, 30~34세 여성들의 경우 1%에서 11%로 급증했다. 남성의 경우 25~29세 연령층의 미혼율은 43%에서 71%로 증가했고, 30~34세 연령층에서는 6%에서 28%로 증가했다. 이렇듯 지금 20대 후반 여성의 40%, 남성의 70% 정도가 미혼인 상태인 것이다. 물론 이들 중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결혼을 단지 늦추려는 경우도 많지만 결혼에 대한 계획자체가 없는 경우도 많다.

사실, 대부분의 남성들은 결혼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는다. 아내의 돌봄을 받는 것은 사회생활 측면에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한 수단이다. 그러나 요즘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자아실현 욕구가 강해지는 데 비례해 이런 남성들의 은연중의 소망도 점점 실현이 불가능해진다. 이 같은 딜레마를 잘 드러낸 말들이 바로 피터팬 신드롬과 캥거루죽.

'피터팬 신드롬'이란 임상심리학자인 D. 카일리 박사가 '어른아이' 같은 남성들이 나타내는 심리적인 증후군을 설명하면서 붙인 이름으로, 특히 자신이 하는 일이나 자신의 삶에 대해 책임지기를 거부하는 성향을 말한다. 요즘 대두되고 있는 '캥거루족'의 경우, 성인이 되어서도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캥거루족 남성은 경제적인 독립과 가족 부양을 전제로 하는 결혼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유경 객원기자 racy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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