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믿진 않지만 내심으론 실현 갈망

남녀간 권력관계 은폐, 자유 평등 사랑으로 포장

현대로 올수록 순결 미모 순종은 사랑의 조건서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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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순정 만화나 하이틴 로맨스, 여성잡지의 사랑점 등을 읽고 성장한다. 좀더 성장해서는 빠순이, 오빠부대가 되기도 하고, 로맨스 소설에 푹 빠지기도 한다. 로맨스 소설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누구나 뻔한 구조와 결말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읽는다.

◀장 레옹 제롬 '피그말리온', 1890. 죽을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이고, 때로는 구원과 사회평화의 열쇠이자 새로운 희망이라는 것이 고전적 사랑의 정의겠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 그 의미도 점차 변화해가고 있다.

로맨스 소설의 주제가 되는 낭만적 사랑은 현실이나 사실에 기초한 것이라기보다는 허구적인 이야기다. 낭만적 사랑은 격렬하고 사회적으로 갈등을 일으키며, 사회적 불평등과 거의 이루어질 수 없는 결혼으로 인한 좌절감마저 사랑을 약화시킬 수 없다. 절망적인 사랑, 죽음만이 연인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평생의 열정을 잉태하고 있다. 사랑이 죽을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이고, 때로는 구원과 사회평화의 열쇠이자 새로운 희망이다.

낭만적 사랑은 표면적으로는 남녀간의 자유로운 결합과 평등성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신분 결혼이나 강제 결혼과는 달리 개인적 자유와 평등을 의미한다. 수잔나 D. 월터스가 이야기했듯이 여성들이 사실성과 일관성이 없는 로맨스물을 더 이상 믿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것이 사실이기를 바라는 모순적 요구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 열광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죽을 만큼 아름답고 자유로운 사랑 속에 녹아 있는 남녀를 살펴보면, 어디에나 공통적인 모델이 있다.

남자주인공들의 공통점은 강인하고 단호한 성격, 탄탄한 몸매, 왕 부자, 카리스마 띤 얼굴 등등, 여자주인공은 남자 주인공에 비해 조금은 다양한 머리색과 눈 색깔을 자랑한다. 몸매의 필수요건 4가지, 가느다란 발목, 늘씬한 종아리, 군살 없는 배, 풍만한 가슴(처녀건, 애 엄마건, 미혼모건 간에), 모성애의 화신 등.

완전한 남자주인공은 사랑의 이름으로 모든 어려움을 물리치고 여자주인공을 성취하며, 순결하고 아름다운 여자주인공은 결국 선택되는 것이 스테레오 공식이다. 남성은 재력으로 여성을 구원하고 여성은 관심과 배려로 남성을 구원한다. 이러한 스토리의 문제점은, 내면에 있는 권력관계를 은폐하고 자유와 평등과 사랑으로 포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찌 보면 현실적 권력관계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 안주하고자 하는 여성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에 올수록 로맨스물 역시 다양해지고 새로워지고 있다. 우선 여자주인공의 공통점이 바뀌고 있다. 여자주인공으로 미혼모나 이미 결혼한 여자도 자주 등장한다. 사랑받는 여성의 조건으로 순결은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양귀자 소설 『천년의 사랑』에서는 남성은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변함이 없지만,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여성주인공은 미모나 순결이나 순종적인 성격이 아니다. 천년 전에 이루지 못한 애달픈 사랑이 현실에 아무 조건 없이 실현되는 것이다. 국문학자 이선옥 씨는 '여성과 문화 읽기'에서 이러한 변화를 여성들의 자기 쾌락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는 여성들이 소설에서처럼 모든 조건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랑에 쾌락을 느끼기에 이 부분이 강조된다고 설명한다. 특히 이 작품의 SF적 요소는 여성들을 자유로운 상상의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장치로서 효과를 지닌다. 그 과정에서 현실로부터 분리되며 가부장적 이념을 약하게 만드는 여성들의 저항이 실현되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순정만화의 여주인공도 변화하고 있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은 '순정만화, 여성들의 정서적 문화동맹'에서 1980년대에는 비극적인 정서에 기초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가 인기를 끌었던 반면, 1990년대에는 '평범한 여자의 멋진 사랑이야기'가 환호를 받았다고 한다. 1990년대의 여주인공은 자기주장도 있고 발랄한 점이 특징이다.

로맨스물도 시대에 따라서 변화하고 있고, 변화의 방향은 저자와 독자의 상호작용에 의해 그 가닥을 잡아갈 것이다. 로맨스물이 작품성보다는 상업성을 지향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물론 로맨스물이 갖는 한계점이 있기는 하지만, 여성문화의 영역으로 여성과 함께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

최선경 객원기자(줌마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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