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스위트홈 확보…여성만 아는 출산비밀로

일부일처제 강화돼

일반적으로 남성은 바람을 피우고, 여성은 바람을 피우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세상의 절반이 남성이고, 나머지 절반이 여성이라면, 바람을 피우는 남성들이 있는 한 여성들도 바람을 피운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결론. 비교적 관대하게 이해되는 남성의 바람에 비해 여성의 바람은 철저히 정죄당하고 침묵을 강요당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양성평등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널리 확산되면서 여성의 바람기에 대한 논의가 하나둘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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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는 그의 책 <이기적유전자>에서 “암수 어느 개체에서나 그 생애에 있어 번식의 전체 성적을 최대화하는 것을 바란다. 정자와 난자의 크기 및 수에서 볼 수 있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수컷에게는 일반적으로 난혼과 자식 보호의 결여 경향이 보인다.

▲참고·다케우치 구미코 <바람기 인류진화론>(레슨)

이에 대항하는 대책으로서 암컷에게는 두 가지 대표적인 전략을 볼 수 있는데 그 하나는 남성다운 수컷을 뽑는 전략이고, 또 하나는 가정의 행복을 우선하는 수컷을 뽑는 전략이다”라고 설명한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 나탈리 앤저는 <동물들은 암컷의 바람기를 어떻게 잠재울까>에서 “암컷의 선택에 의해 수컷의 외양과 행위가 진화해왔다. 수컷들이 정성을 다해 암컷에게 구애하는 행위는 짝짓기 상대를 고르는 암컷에게 자신이 원기 넘치고 건강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주장한다. 나탈리는 “암컷이 수컷보다 번식에 더 많은 투자를 하기 때문에 좀더 훌륭한 수컷을 고르려고 애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전하려고 하는 수컷들은, 암컷의 마음을 끌거나 유전자를 전해줄 상대를 얻지 못하여 대를 잇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밝힌다.

일부일처제를 한다고 알려져 있는 조류의 경우 평균 30% 이상, 높으면 70%정도에 이르는 새끼들이 함께 사는 수컷들의 자식이 아니라고 한다. 암컷이 여러 수컷과 짝짓기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서로 다른 조합의 유전자를 가진 다양한 자식을 낳음으로써 살아남을 확률을 높이기 위함이다.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를 쓴 서울대 최재천 생명과학부 교수는 그의 책에서 “암컷은 자기가 직접 자식을 낳기 때문에 누구 자식인지 의심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수컷은 그렇지 않다. 때문에 수컷들은 다른 수컷들로부터 암컷을 보호하기 위해 암컷의 꽁무니를 쫓아다니거나 굴 속에 암컷을 몰아넣고 입구를 막는다거나 암컷의 생식기를 막는 등 온갖 방법들을 개발했다”고 설명한다. 이에 여성들은 그들 나름대로 남성들의 눈을 피해 바람을 피우는 방법들을 개발했다. 그 중에서 가장 절묘한 방법은 배란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다른 영장류의 암컷들이 몸의 변화를 통해 배란시기를 알리는 반면, 인간 여성들은 자신조차도 배란을 느끼기 어렵다. 이처럼 여성의 은폐된 배란은 남성들로 하여금 자신의 유전자를 확실히 남기기 위한 일부일처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들었다는 해석이다.

독일 여성들의 외도고백서로 화제를 모은 <나에게는 두 남자가 필요하다>는 일부일처제, 가부장적 결혼제도와 여성의 외도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그 복잡한 메커니즘을 실제 사례를 통해 사회문화적으로 해석해낸다. 이 책의 저자 마르티나 렐린은 “일부일처제가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제도라면, 그 보완책으로 남녀간의 좋은 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한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인 마리는 “내 애인은 나를 매력적이고 활기 있고 사랑스런 존재로 만들어요”라며, 결혼 후 사그라져 버린 여성다움, 설렘, 에너지와 활력을 찾게 해준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다른 등장인물인 카롤리네는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애인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고 고백한다.

안지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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