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와 판사의 룰라 죽이기 '세차작전'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당선자 ⓒ룰라 트위터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당선자 ⓒ룰라 트위터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룰라) 브라질 대통령 당선자가 새해 1일 취임한다.

검찰의 기소로 항소심에서 12년 2개월을 선고 받았으나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면서 2022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었다.

브라질 역사상 첫 3선 대통령이자 결선투표에서 가장 근소한 표차로 당선된 룰라 앞에는 둘로 분열된 나라와 가난, 파괴되고 있는 아마존 정글 등의 과제가 앃여있다.

◆ 검사와 판사의 룰라 죽이기 '세차작전'

브라질의 뉴튼 이시이 연방수사관은 지난 2015년 1월 14일 리오데자네이로 갈레앙 공항에서 영국 런던으로부터 귀국하는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의 전직임원 네스토르 세르베로를 체포했다.

세르베로 체포는 브라질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부패 수사의 시작이었다.

2014년 3월에 시작된 이 작전은 처음에는 주유소와 세차장과 같은 소규모 사업체를 이용하여 범죄 수익을 세탁하는 암시장 돈 거래상으로 알려진 요원들에 초점을 맞췄으나 브라질의 거대한 부패 스캔들로 발전했다. 

이 사건으로 160명이 체포됐고 159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거대한 부패 수사로 여겨졌던 '세차작전(Operation Car Wash)'은 정치적 복선이 깔렸다. 

퇴임때 지지율이 90%에 이르렀던 룰라 다 실파 전 대통령은 구속됐고 지우마 바나 호세프 당시 대통령은 탄핵됐다.

검찰은 지난 2016년 3월 10일 룰라가 3층짜리 펜트하우스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건설업자로부터 5만5000달러(6억원) 뇌물을 받았으며 돈세탁 혐의도 있다며 기소했다.

룰라는 검찰이 충분한 근거도 없이 자의적으로 기소했다고 반발했다. 룰라는 검찰의 기소내용이 '소설'이라고 주장했으며 룰라의 변호사들은 정치적인 동기로 기소했다고 비난했다.

'세차작전'을 주도했던 세르지오 모로. 모로는 룰라 사건의 1심 판사로 룰라에게 9년 6개월을 선고해 2018년 룰라의 대선 출마를 원천 봉쇄한 장본인이다. 보나소우루 대통령이 당선된 뒤 법무장관을 거쳐 정치인이 됐다.  ⓒ모로 트위터
'세차작전'을 주도했던 세르지오 모로. 모로는 룰라 사건의 1심 판사로 룰라에게 9년 6개월을 선고해 2018년 룰라의 대선 출마를 원천 봉쇄한 장본인이다. 보나소우루 대통령이 당선된 뒤 법무장관을 거쳐 정치인이 됐다. ⓒ모로 트위터

2018년 대선에서 3선 도전은 좌절됐다. 브라질 선거법원은 부패혐의 유죄를 이유로 룰라의 대통령 선거 출마를 금지했다.

세차작전을 주도했던 세르지오 모로 판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때 법무장관이 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호세프 탄핵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호세프가 탄핵된 뒤 대선에 출마해 대통령이 됐다.

인터셉트(The Intersept)는 지난 2019년 6월 브라질 모로 법무부 장관이 룰라를 조롱하기 위한 언론 전략을 검사들과 함께 모의했다고 폭로했다. 인터셉트에 따르면 모로 법무부 장관은 '세차 작전'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 검사와의 대화에서 룰라의 주장에 모순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 "아마도 내일 보도자료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들은 이미 그들의 작은 쇼를 펼쳤다"고 덧붙였다. 

룰라 사건의 1심 판사였던 세르지오 모로 판사는 룰라에게 뇌물수수와 돈세탁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했다. 룰라는 항소심에서 12년 2개월을 선고받았다.

브라질 대법원은 2021년 3월 상고심에서 룰라에게 씌워진 모든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브라질 검찰은 앞서 2019년 9월 룰라에게 감옥에서 가택연금으로 옮겨주겠다며 회유를 시도했다. 룰라는 9월 30일 트위터에 검찰의 편지를 공개하고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면서 자신의 존엄성을 자유와 바꾸지 않겠다고 말했다.

룰라는 무혐의로 석방된 뒤 이틀만에 연 기자회견에서 "브라질은 정부가 없어서 혼란스럽고 무너저 가는 중"이라고 현정부를 비난했다. 

룰라는 "자신을 구속시킨 권력형 부패사건은 사기였으며 자신은 사법농단의 최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룰라는 대통령선거에 출마할수 있었다. 지난달 30일 결선 투표에서 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누르고 당선됐다. 

◆ 브라질의 몰락

'블랙프라이데이'를 하루 앞둔 2018년 11월 22일(현지시각) 브라질 상파울루에 위치한 대형 매장 '엑스트라(extra)'에 삼성전자 TV를 구입하기 위해 수많은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 ⓒ삼성전자
'블랙프라이데이'를 하루 앞둔 2018년 11월 22일(현지시각) 브라질 상파울루에 위치한 대형 매장 '엑스트라(extra)'에 삼성전자 TV를 구입하기 위해 수많은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 ⓒ삼성전자

브라질은 인구 2억1493만명으로 세계에서 6번째로 많고 국토 면적은 851만5767㎢로 한반도의 38배 넓은 큰 나라다. 

2021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GDP)은 7518 달러 세계 69위이다. 2011년 1만3245달러에서 반토막이 났다.

정부 부채는 5조7780 헤알(1455조원)이다.

룰라가 재선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 12년만에 브라질은 경제, 사회, 정치, 환경 등 여러분야에서 세계 강국의 자리에서 뒤쳐졌다.

룰라 대통령때 브라질은 성장을 거듭했다. 2002년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3위였던 브라질 경제는 룰라 임기 마지막 해인 2010년 7위까지 상승했다.

그가 처음으로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세계적인 투자자 조지 소로스 등은 “룰라가 대통령이 되면 브라질은 국가 부도 사태를 맞을 것”이라 했지만, 룰라는 기업인은 물론 야당 의원까지 중용하며 국정을 비교적 균형 있고 안정적으로 운영해 임기 내내 연평균 4%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했다.

대통령 재임 시절 룰라는 빈곤층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힘을 쏟았다. 생계비 지원 프로그램 등을 시행해 2900만 명의 빈곤층을 중산층으로 만들었다. 국제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등 행운도 따랐다.

자신의 두번째 임기 마지막때보다 반토막난 경제 현실에서 세번째 임기를 시작해야 한다.

◆ 둘로 나눠진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 아직까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보우소나루 트위터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 아직까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보우소나루 트위터

브라질에서 대선에서 패배한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 지지자가 수도 브라질리아 공항 주변에 폭발물까지 설치했다가 붙잡혔다. 테러범은 무기 구매에 17만 헤알(4200만원) 상당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에서는 현재 두 달 가까이 대선 불복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브라질 매체 G1 등에 따르면 브라질 경찰 당국은 지난 24일 브라질리아 공항 주변의 연료 트럭에 폭발 장치를 설치한 조지 워싱턴 지 올리베이라 소우자(54)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해당 폭발 장치는 경찰이 출동해 처리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67) 대통령 지지자인 소우자는 브라질 북부 파라주 출신으로, 10월 대선 이후 브라질리아의 군 기지 밖에 진을 치고 대선 불복을 주장하는 시위대에 참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소우자의 브라질리아 임차 아파트에서는 다른 총기류와 폭발물도 발견됐다고 현지 당국은 전했다.

경찰은 소우자로부터 ‘내년 1월 1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7) 대통령 취임식 전 국가에 혼란을 초래하려 했다’는 취지의 자백도 받았다고 밝혔다. 자신이 사들인 무기를 다른 보우소나루 지지자에게 나눠줄 계획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 지지자 중 일부는 지난 10월 30일 결선투표에서 룰라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대선 결과에 불복, 브라질리아의 군 기지 밖에 진을 치고 군부 개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여왔다. 이들 시위대는 가장 강력한 대선 불복 세력 중 하나로, 지난 12일에는 연방 경찰청에 난입을 시도하며 주변에 주차된 차량 수십 대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대선 패배 뒤 전자 투표 오류 가능성 등을 주장하면서 지금까지 승복 선언을 하지 않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결선투표 당시 쓰인 일부 전자 투표기에서 심각한 오작동 징후를 발견했다"며 해당 투표기에 대한 검증을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당했다. 

지난 23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리 지 모라이스 브라질 최고선거법원장(대법관)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속한 자유당을 비롯한 우파 연합 측이 제기한 대선 투표기 특별 검증 청구를 기각했다.

◆ 룰라의 왼손, 가난의 상징

ⓒ룰라 트위터
ⓒ룰라 트위터

브라질 국기에 얹은 룰라의 왼손

룰라는 손가락이 9개 이다. 왼손가락이 4개이다. 룰라는 14살때 선반공으로 일하면서 동료 직원의 실수로 손가락을 잃었다.

룰라의 왼손은 가난을 상징한다. 한 달 평균 487헤알(약 13만원) 이하의 소득으로 살아가는 6300만여 명의 브라질 빈곤층에게 빈농 집안 출신인 룰라는 이웃같은 존재이자 희망으로 불렸다. 

현직 대통령인 보우소나루의 실책이 거듭되면서 ‘룰라 시절’을 그리워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남미의 트럼프’로 불린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임기 내내 코로나19 대처 실패, 경기침체, 불평등 심화 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새 임기를 앞둔 룰라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과거보다 훨씬 복잡하다. 코로나19 대응해 실패해 악재가 이어지는 브라질 경제에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룰라는 보우소나루로부터 경제적 혼란을 물려받았다. 치솟던 물가는 진정되고 있지만 고금리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연료와 전기, 천연가스에 대한 할증료 제한은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을 악화시켰다.  

보우소나루의 재임 기간에 걸쳐 4년 동안 아마존에서 4만5,000㎢ 제거됐다. 룰라는 브라질에서 아마존 삼림 벌채를 되돌리겠다는 공약을 이행해야 하는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룰라 앞에는 가난과 분열, 환경이라는 굵직굵직한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룰라는 브라질 역사상 가장 근소한 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결선 투표에서 50.9%,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49.1% 얻어 1.8%p 차로 룰라가 승리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분열된 나라를 통합하고, 재정 적자를 해소하고, 경찰의 잔혹성을 막고, 마마존 정글을 보호하고, 트럼프의 동지였던 전임 보우소나로 대통령이 완화했던 총기법을 강화하는 등의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WP는 "룰라가 가장 근소한 차로 당선됐지만 이는 쉬운 부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룰라는 자신의 취임 9일을 남겨둔 지난 23일 트위터에 장관 지명자들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브라질 국민들을 위해 일할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어느 정부보다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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