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드라마 '우리가 애인을 꿈꾸는 이유'

“극중 지윤 처지라면 나 역시 애인 꿈꿨을 것”

“그때부터 마음 저 깊숙한 곳에서부터 애인을 꿈꾸기 시작했어요. 기회가 생긴다면, 이 공허함을 나눌 수 있는 남자가 있다면 못할 것도 없지. 남들도 다 하는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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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의 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로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30대 후반의 지윤.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그녀를 지독히도 구박하던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그 영정 앞에 앉아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주연 맡은 하희라

어릴 때부터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주눅들어야 했던 지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성'과 '남성'에 대해 마음의 문을 닫게 된다. 남들처럼 결혼을 선택하게 되지만 남편은 첫날밤부터 그녀에게 포르노 배우처럼 행동하기를 요구한다. 그녀는 '오르가슴'을 느낄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그녀를 그렇게 만든 남편은 외도를 일삼으며 그녀를 무시하기 일쑤다. 지윤은 그때부터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는 '애인'을 꿈꾸게 된다.

<나, 여자예요> <셜리 발렌타인> 등 여성의 삶에 대한 작품을 꾸준히 무대에 올렸던 연출가 하상길 씨가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연극 <우리가 애인을 꿈꾸는 이유>는 이 시대 부부들의 단면을 보여준다. 세상에 둘도 없는 남편이고 아내이지만, 결국 그 둘은 각자 외롭다. 극 중 지윤과 그 남편은 그 외로움을 둘 사이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새로운 누군가를 찾아 헤맨다.

지윤 역을 맡은 하희라씨는 “지윤은 남편이 다른 여자 앞에서 자신을 무시하는 것을 보면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는다”고 설명하고 “만약 극중의 지윤이었다면 나 역시 애인을 꿈꿨을 것”이라고 토로한다.

연출가 하상길씨는 “아무리 부부라고 해도 서로 채워줄 수 없는 갈증은 남는다”며 “그런 갈증을 어떻게 풀어 나가는가가 문제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이 연극에서 한 여자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하나의 방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지윤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또 하나의 '사랑'이다. 7월 15일~9월 26일. 공연시간 화, 수, 목, 일 오후 3시/금, 토 오후 7시 30분. 월요일은 공연이 없다. 문의 02-736-7600.

정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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