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시민들 아차산 유적 발굴 계기 '고구려역사문화재단' 출범

박물관·유적공원 등 건립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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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를 중국 역사의 일부로 편입시키려 한다는 이른바 '동북공정'에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것이 바로 몇 달 전의 일이다.

◀아차산 제4보루성에서 발굴된 각종 고구려 유물.

학술세미나와 언론의 특집보도가 이어졌고, 정부도 3·1절에 맞춰 '고구려연구재단'을 발족시켰다. 그런데 지난 7월 초 중국 쑤저우에서 개최된 제28차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 총회 결과 북한과 중국의 고구려 역사유적이 세계 문화유산으로 동시에 등재된 것은, 고구려 역사가 우리의 역사일 뿐 아니라 중국의 역사도 된다는 점이 간접적으로 인정된 것으로, 한 중간에 새로운 역사와 영토 분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가운데 구리시 주민들이 앞장서서 고구려 유물을 전시할 수 있는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민간 주도의 '고구려역사문화재단' 출범이 바로 그것. 주요 참여 인사로는 박영순 전 구리시장을 비롯 이이화 '역사문제연구소' 고문, 임효재 '아차산고구려유적조사단' 단장, 김거성 '반부패국민연대' 사무총장, 이영련 강원대 교수, 안승남 구리·남양주시민모임의장 등 70여 명이다. 또 소설가 박완서씨 등 국민 184명과 시민단체 2곳이 발기인으로 재단 설립에 동참했다.

이이화 고구려역사문화재단 상임대표는 “아차산에서는 이미 15개의 고구려 보루성(큰 성을 방어하기 위해 주변에 쌓은 조그마한 성)이 발견됐고 1500여 점의 유물이 대량 출토됐는데도, 자치단체장의 아집과 정부의 무관심으로 우리의 소중한 유적과 역사가 방치되고 있다며 '어쩔 수 없이 시민단체가 고구려 역사와 유적 보호에 나서기로 했다'고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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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15개의 보루 중 유일하게 발굴조사가 이뤄진 아차산 제4보루에선 고구려의 건물터, 온돌, 토기, 철기 등이 쏟아져 나와 '동북공정'에 맞설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자료가 될 전망이다.

▶박영순 전 구리 시장이 고구려 역사 부활을 위해 개최했던 이벤트 중 하나인 소년 소녀 광개토 북치기 행사.

구리시에선 1998년 서울대 유물, 유적 탐사팀에 의해 아차산 일대에서 1500여 점에 이르는 고구려 유물이 대량으로 출토된 것을 계기로, 민선 2기 시장을 지낸 박영순 전 구리시장이 시 이미지를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고구려 도시로 정하고 시청 입구에 북각을 세우며 해마다 5월이면 소년, 소녀 광개토를 선발하는 북치기 행사를 개최했다. 또 일부 도로를 '광개토대로'로 이름을 붙이고 주요 건물에는 고구려벽화를 그려 구리 시민은 물론 외부인들조차 이곳이 고구려 도시임을 연상케 했다. 뿐만 아니라 토평지구 미관광장에 국내 최초로 광개토대왕 동상을 세우는 한편 아차산 일대 부지 9만6000여 평에 1500여 년 전의 고구려 모습을 재현한 고구려 유적공원을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에 따라 구리시는 지난 2000년 건교부로부터 이 일대를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받고, 사업비 1500억원은 외자유치를 통해 확보하기로 했다. 당시 한국측 참여회사인 '코암씨앤씨'와 일본의 '에이단걸' 회사간 투자유치에 대한 양해각서를 교환하는 등 고구려유적공원에 필요한 대부분의 조치를 완료했다.

그러나 2002년 7월 박영순 전 시장과 경쟁관계였던 현 구리시장이 취임하면서 당시 추진되던 고구려 관련 사업이 사실상 전면 중단돼 여론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구리=최귀영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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