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 거장에서 미술작가로 변신
마르지엘라 국내 최초 대형 개인전
설치·조각·영상 등 50여 점 전시
2023년 3월 26일까지 롯데뮤지엄

마틴 마르지엘라, 데오도란트(Deodorant), 2020~2022, UV print on PVC, 340 x 190 cm, "Martin Margiela at M WOODS", Installation View, 2022, M WOODS Hutong, Beijing. Photo by Zhao Yihan, Tian Yu.  ⓒMWOODS/롯데뮤지엄 제공
마틴 마르지엘라, 데오도란트(Deodorant), 2020~2022, UV print on PVC, 340 x 190 cm, "Martin Margiela at M WOODS", Installation View, 2022, M WOODS Hutong, Beijing. Photo by Zhao Yihan, Tian Yu. ⓒMWOODS/롯데뮤지엄 제공

세계를 뒤흔든 패션 디자이너이자 미술 작가, 마틴 마르지엘라의 국내 최초 대형 개인전이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개막했다. 설치, 조각, 영상, 퍼포먼스, 페인팅 등 50여 점을 모았다.

1988년 패션 브랜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를 창립한 마르지엘라는 독창적·전위적인 스타일로 명성을 떨쳤다. 옷 바깥으로 실밥, 시침선과 봉제선이 드러나는 디자인, 중고 의류를 분해·재조립해 새로운 디자인을 만드는 등 해체·전복적이고 실험적인 컬렉션을 주목받았다. 일본 전통 신발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발가락이 갈라진 ‘타비 슈즈’, 오스트리아 군인들이 신던 신발 디자인에 착안해 만든 ‘독일군 스니커즈’ 등도 유명하다. 패션쇼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러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베일에 싸인 디자이너’로 불리기도 했다.

2008년 돌연 패션계를 은퇴한 그는 요즘 시각예술 창작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2021년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첫 번째 대규모 개인전(Martin Margiela at Lafayette Anticipation)을 시작으로, 베이징 엠 우즈 뮤지엄을 거쳐 서울에서 전시를 열었다.

마르지엘라의 작품들은 여전히 실험적이고 전복적이다.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은 ‘예술, 물질과 신체, 성별의 관념, 시간의 영속성, 직접 참여’를 다룬다. 작가가 1980년대부터 고민해온 주제다.

마틴 마르지엘라, 바니타스(Vanitas), 2019, 실리콘과 염색 모발, 90 x 245 x 50 cm, Courtesy Antwerp City Collection, on long-term loan at M HKA, and MoMu - Fashion Museum Antwerp, "Martin Margiela at M WOODS", Installation View, 2022, M WOODS Hutong, Beijing. Photo by Zhao Yihan, Tian Yu.  ⓒMWOODS/롯데뮤지엄 제공
마틴 마르지엘라, 바니타스(Vanitas), 2019, 실리콘과 염색 모발, 90 x 245 x 50 cm, Courtesy Antwerp City Collection, on long-term loan at M HKA, and MoMu - Fashion Museum Antwerp, "Martin Margiela at M WOODS", Installation View, 2022, M WOODS Hutong, Beijing. Photo by Zhao Yihan, Tian Yu. ⓒMWOODS/롯데뮤지엄 제공
마틴 마르지엘라, 지도 제작법(Cartography), 2019, 포렉스, 나무, 폴리우레탄폼에 인화, 210 x 200 x 90 cm, Courtesy the artist and Zeno X Gallery, Antwerp"Martin Margiela at M WOODS", Installation View, 2022, M WOODS Hutong, Beijing. Photo by Zhao Yihan, Tian Yu.  ⓒMWOODS/롯데뮤지엄 제공
마틴 마르지엘라, 지도 제작법(Cartography), 2019, 포렉스, 나무, 폴리우레탄폼에 인화, 210 x 200 x 90 cm, Courtesy the artist and Zeno X Gallery, Antwerp"Martin Margiela at M WOODS", Installation View, 2022, M WOODS Hutong, Beijing. Photo by Zhao Yihan, Tian Yu. ⓒMWOODS/롯데뮤지엄 제공

전시장 입구에서 만나게 될 대표작 ‘데오도란트’(Deodorant)는 매우 일상적인 물건인 데오도란트를 통해 자연스러운 체취를 없애려는 ‘위생 강박’과 그러한 행위마저도 산업화된 현실을 보여준다.

2019년작 ‘바니타스’(Vanitas)는 인공 피부를 입힌 실리콘 구체에 자연 모발을 오랫동안 하나하나 이식해 완성한 작품이다. 밝은 금발부터 백발까지, 머리카락 색상만으로 인간의 일생을 표현했다. 제목 ‘바니타스’는 사물의 상징성을 이용해 인생의 덧없음을 표현한 정물화를 가리킨다.

사람들의 정수리로 벽면을 가득 채운 ‘지도 제작법’(Cartography)은 개개인의 고유한 삶과 기억을 담으려 한 작품이다. 한 방향으로만 쏠리는 인공 모와는 달리 정수리에서부터 소용돌이치며 자라나는 자연 모발의 방향을 포착, 부각하고자 했다.

이외에도 사람 몸통을 3D 스캔해 만든 실리콘 조각상인 ‘토르소 시리즈’(Torso Series), 인체 일부를 확대한 ‘붉은 손톱들’(Red Nails) 등이 눈길을 끈다. 본래의 의미와 젠더를 다시 곱씹게 한다.

마틴 마르지엘라, 붉은 손톱들(Red Nails), 2019, 유리섬유에 래커, 가변 크기, Courtesy the artist and Zeno X Gallery, Antwerp ⓒ롯데뮤지엄 제공
마틴 마르지엘라, 붉은 손톱들(Red Nails), 2019, 유리섬유에 래커, 가변 크기, Courtesy the artist and Zeno X Gallery, Antwerp ⓒ롯데뮤지엄 제공
마틴 마르지엘라, 토르소 시리즈 (Torso Series), 2018–2022, 나무, 플라스터, 폴리우레탄폼, Torso I: 145 x 30 x 27.2 cm, Torso II: 145 x 40 x 30 cm, Torso III: 145 x 50 x 40 cm Torso, Ⅳ: 145 × 38.7 × 29.4 cm, Torso Ⅴ: 145 × 38.7 × 29.4 cm, Torso Ⅵ: 145 × 50.5 × 39.4 cm, Courtesy the artist and Zeno X Gallery, Antwerp ⓒ롯데뮤지엄 제공
마틴 마르지엘라, 토르소 시리즈 (Torso Series), 2018–2022, 나무, 플라스터, 폴리우레탄폼, Torso I: 145 x 30 x 27.2 cm, Torso II: 145 x 40 x 30 cm, Torso III: 145 x 50 x 40 cm Torso, Ⅳ: 145 × 38.7 × 29.4 cm, Torso Ⅴ: 145 × 38.7 × 29.4 cm, Torso Ⅵ: 145 × 50.5 × 39.4 cm, Courtesy the artist and Zeno X Gallery, Antwerp ⓒ롯데뮤지엄 제공

전시장은 미로처럼 꾸몄다. ‘토르소 시리즈’처럼 관객이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작품도 있다. 단 관람 시간제한이 있다. 스태프가 흰 천으로 작품을 덮었다 열었다를 반복하는 식이다. “관람객이 제한된 시간 안에서 작품을 더 밀도 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한다. 대형 빈티지 소파와 음향으로 구성된 ‘모뉴먼트’(Monument) 같이 아예 작품의 일부가 돼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롯데뮤지엄은 이번 전시와 연계한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초등 4~6학년생에게 무료 전시 관람과 아트 클래스를 제공하는 ‘신영증권과 함께하는 아트 스튜디오’가 2023년 3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열린다. ‘월드비전과 함께하는 LMoA 아트 스튜디오’ 초청 관람·아트 클래스도 오는 30일까지 진행한다. 자세한 내용은 롯데뮤지엄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2023년 3월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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