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프진 SNS 판매·온라인 직구 횡행
해외에선 의사 처방 있어야 구입 가능
부작용, 추가 수술 필요한 경우 있어 주의해야

 

미프진(Mifegyne). 현재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미프진 판매의 판권을 갖고 있는 엑셀긴(Exelgyn) 공식 홈페이지에 미프진에 대한 정보가 게재돼있다. (사진=엑셀긴 홈페이지 화면 캡쳐).
미프진(Mifegyne). 현재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미프진 판매의 판권을 갖고 있는 엑셀긴(Exelgyn) 공식 홈페이지에 미프진에 대한 정보가 게재돼있다. (사진=엑셀긴 홈페이지 화면 캡쳐).

먹는 임신중단약으로 알려진 ‘미프진(약품명 미프지미소정)’의 국내 도입이 업체의 허가 신청 자진 취하로 무산된 가운데, 미프진의 온라인 불법 유통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현대약품이 수입·판매를 추진한 임신중절 의약품 미프지미소정의 품목허가 신청을 자진 취하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신약 심사기준에 따라 안전성·유효성, 품질 등에 대한 일부 자료 보완을 두 차례 요청했다고 밝혔다. 현대약품은 자료를 보완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며 보완 자료 제출 기한을 2회 연장했는데, 최종적으로 기한 내 심사에 필요한 일부 자료를 구비하지 못해 품목허가 신청을 스스로 취하했다.

식약처가 고의로 유산 유도제 도입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모임넷)’는 “이번 미프지미소 사태에서 식약처의 태업과 방관은 유산유도제 도입을 고의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의심을 남긴다”며 “식약처는 현대약품의 자진철회를 핑계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추가 자료를 요구했다는 주장을 하려면 현재 유산유도제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전한 접근 방안을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SNS상에서 ‘미프진’을 검색하면 미프진을 거래한다는 SNS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사진=SNS 화면 캡처)
SNS상에서 ‘미프진’을 검색하면 미프진을 거래한다는 SNS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사진=SNS 화면 캡처)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프진을 찾는 수요는 이어져 온라인을 통해 불법 유통이 이뤄지고 있다. SNS상에서 ‘미프진’을 검색하면 미프진을 거래한다는 SNS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우먼온웹’ 정품이라고 홍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캐나다의 비영리단체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로 모든 사람의 임신 중단권을 보장하기 위해 운영되는 곳이다. 의료팀과의 상담 과정을 거치면 90유로의 기부금을 후원할 것을 요청하며, 이를 보내면 임신 중단 약물을 보내준다.

캐나다의 비영리단체 위민온웹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사진=위민온웹 사이트 캡처)
캐나다의 비영리단체 위민온웹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사진=위민온웹 사이트 캡처)

이외에도 구글에 ‘미프진’이라고 검색하면 해외직구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사이트가 뜬다. 카카오톡이나 익명 게시판을 이용해 상담을 하고 정보를 작성하면 배송을 해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배송되어오는 미프진이 진품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없다. 지난 8월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최근 중국산 가짜 미프진을 임산부들에 판매, 배송하는 일에 관여한 A씨를 약사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구글에 검색하면 나오는 미프진 해외직구 사이트.(사진=구글 검색 결과 캡처)
구글에 검색하면 나오는 미프진 해외직구 사이트.(사진=구글 검색 결과 캡처)

미프진은 해외에서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정상적으로 자궁 내 임신이 확인된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는 약품이기 때문이다. 의사의 확인이 이뤄지지 않았거나 자궁외임신인 경우 사용해서는 안 된다. 부작용도 당연히 있다. 설사, 어지러움, 구역감, 열이 날 수 있고, 1~2%는 과다출혈이나 불완전유산으로 추가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태아 조직이 미처 다 빠져나오지 못하고 괴사가 이뤄져 이를 방치하다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제약회사가 신청을 철회한 현재의 상황에서 미프진에 대한 정부의 태도 변화가 시급하다. 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 셰어의 나영 대표는 “정부에서 제약회사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미프진을 핵심의약품으로 지정하는 등 여성들의 건강을 가장 잘 보장해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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