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영의 침묵을 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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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모르지만 어쩐지 싫은’ 페미니즘, 페미니스트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과 함께, 페미니즘과 성평등이 만들 수 있는 좋은 사회, 더 많은 사람이 조금씩이라도 더 행복해지게 하려는 노력임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shutterstock

‘현대사회의 다양성과 공존’ 세 번째 학기를 맞이하면서 발견한 것은 첫째, 놀랍도록 학생들이 젠더와 성평등에 대해서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페미니즘과 여성혐오의 의미는 잘 모르지만 “어쩐지 싫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놀랍게도 남학생뿐 아니라 상당수의 여학생들조차 성차별을 이야기하는 것은 “불만을 이야기하는 것”, “평등보다는 특혜를 바라는 행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확히 무엇을 성차별이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페미니즘과 (양)성평등이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온라인 강의 게시판에서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즘이 없어져야 한다면 그 이유는?”이라는 다소 도전적인 질문에 익명으로 편하게 답변을 남기도록 했다. 예상대로, 거칠고 투박한 언어들이 쏟아졌다. “요즘 사회적으로 남녀갈등이 심한데, 그 중심에 페미니즘이 있는 것 같습니다”, “페미니즘은 좋지 않은 말인 것 같다. 일단 페미니즘의 정의가 남성중심에서 탈피하여 여성의 권익 신장을 논하는 사회적 운동이라는 뜻을 지녔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을 자신의 행동의 수단으로 삼아 실제 차별받는 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트집 잡고 여성혐오니 뭐니 하는 것이다”.

그동안 ‘어쩐지 말하면 안 될 것 같은 이야기’를 마음 놓고 꺼내놓도록 해보니, 학생들 나름대로는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에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거친 언사들 속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생각의 흐름이 있었다. ‘사회는 통합되고 평화로워야 한다(그게 옳다) → 요즘 갈등과 반목의 중심에는 페미니즘과 여성혐오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 사회가 통합되고 평화로워지려면 페미니즘과 여성혐오를 다루거나 문제삼거나 주장하지 말아야 한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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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성평등 캠페인 '히포시'에 참여한 배우 톰 히들스턴.

그런데 여기서 학생들 속에 이미 자리 잡은 이 생각의 틀을 바꾸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잘 모르지만 어쩐지 싫은’ 페미니즘, 페미니스트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과 함께, 페미니즘과 성평등이 만들 수 있는 좋은 사회, 더 많은 사람이 조금씩이라도 더 행복해지게 하려는 노력임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페미니즘에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친숙함에 호소하는 것이었다. 내가 어린 시절에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시리즈’를 매년 기다리며 자랐다면, 지금 학생들은 매년 개봉하는 ‘마블 히어로’ 영화 시리즈를 기다리며 자란 세대들이다. 학생들에게 “페미니스트 하면 어떤 사람이 떠올라요?”라고 한 다음,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로 유명한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 ‘토르’ 시리즈의 로키를 연기한 톰 히들스턴의 성평등 캠페인 참여 사진을 보여준다.

학생들이 친숙하게 느끼는 배우의 모습을 통해서 페미니즘과 성평등 운동에 대한 거리감을 줄이고 나서, 생활 속에서 ‘남자라서, 여자라서 겪은 불편함’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하면, 신기하게 표정부터 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갓 군대에서 제대한 남학생은 반갑게도 “군대 얘기해도 되나요?”라며 말을 꺼냈고, 심드렁하게 앉아 있던 학생이 “여가부(여성가족부)는 뭐 하는 덴가요?”라고 시비조로 말을 걸어왔다.

멀리 있는 개념과 ‘운동’(movement)의 언어들이 내 삶의 해결책, 실마리가 되면 그 거리감을 줄일 계기가 필요하다. 미디어에서, 뉴스에서 ‘이대남’ 혹은 ‘요즘 애들’로 폄하되고 ‘퉁쳐지는’ 세대에게는 입시 경쟁이 강요된 긴 청소년 시기 동안 그 계기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이들에게는 더 많은 계기가 필요하고, 더 많이 ‘틀리게 말할 기회’가 필요하다.

신하영 세명대 교양대학 교수 ⓒ신하영 교수 제공
신하영 세명대 교양대학 교수 ⓒ신하영 교수 제공

신하영 교수가 2021년부터 세명대 정규 교과목으로 개발해 강의 중인 ‘현대사회의 다양성과 공존’ 수업의 주요 내용과, 학생들이 참여한 토론에서 나온 생생한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학생들과의 대화 내용은 연구와 저술 목적으로 익명 처리, 오탈자 교정을 포함한 각색을 거쳐 동의를 얻어 인용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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