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마이 라이프]
외국인에게 한국어 가르치는 이지선씨
온라인 교육 플랫폼서 튜터 활동

1년 반 동안 1210회 이상 수업
‘5점 만점’ 인기 강사 비결은
“좋은 친구·상담사처럼 대화를
‘내가 한국 대표’ 마음가짐도 중요“

이지선(53) 튜터 ⓒ홍수형 기자
이지선(53) 튜터 ⓒ홍수형 기자

 

이지선(53) 튜터 ⓒ홍수형 기자
이지선씨는 영양사, 상담심리학 석사, 셰프라는 화려한 경력을 거쳐 현재 한국어 튜터로 제2의 인생을 펼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영양사, 상담심리학 석사, 셰프, 한국어 튜터(강사)’. 범상치 않은 프로필이다. 이지선(53) 튜터의 자기소개다.

그는 2021년부터 프레플리(Preply)라는 글로벌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전 세계 학생들과 지난 1년 반 동안 1210회 넘게 1대1 수업을 했다. 4세부터 50대까지, K팝 팬부터 한국 파견근무 중인 직원과 그 가족까지, 다양한 이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리고 있다. 12월 기준 한 달에 30여 명을 온라인으로 가르친다.  

5점 만점에 5점 ‘슈퍼 튜터’ 

언어 알려주고 상담, 소통 선생님

평균 별점은 5점 만점에 5점. 수많은 튜터들 가운데에서도 손꼽히는 ‘슈퍼 튜터’(평점과 신뢰도가 높은 튜터)다. 후기도 호평 일색이다. “지선 튜터는 놀라운 선생님입니다. 인내심이 있고, 사려 깊게 학생들과 소통해요.” (아우렐리아) “다양한 구어와 문어를 가르칠 뿐만 아니라 한국문화를 공유하는 일에도 열정적이에요.” (카타리나) “훌륭한 튜터이자 언어 학습에 열정을 불태우는 동지입니다.” (R) 

비결이 뭘까. “좋은 선생님을 만나야만 언어 실력이 빨리 느는 건 아니더라고요.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게 도움이 돼요. K팝이 좋아서 한국어를 배운다는 사람도 만나 보면 ‘덕질’보다 자기 학교생활, 진로 고민 같은 이야기를 더 많이 하죠. 제 학생들 중 1020 세대가 많은데요. 제가 상담심리학 학위도 있고 여러 경험이 많다는 점에서 저를 신뢰하고 편안해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세종학당 등 공신력 있는 교육기관에서 제공하는 학습자료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교재를 만들어 활용한다. “교재 속 문장을 무조건 외우기보다 직접 문장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해요. 완벽하지 않아도 좋으니 학생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한국어로 말할 수 있도록 도와요. 수업이 끝나면 그날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해서 복습할 수 있도록 보내주고요. 아이들과 수업을 할 때는 노래도 불러요.” 

이지선(53) 튜터 ⓒ홍수형 기자
이지선 튜터 ⓒ홍수형 기자

돈벌이보다 소통에 큰 보람

‘내가 한국 대표’ 마음으로 임해

수업료는 시간당 23달러로 다른 강사들보다 저렴한 편이다. 돈벌이보다는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하고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즐겁고 보람차단다. 여섯 살배기 아이에게 핼러윈 사탕을 보냈더니 무척 기뻐했다는 이야기, 결혼한 학생이 답례품을 한국까지 보낸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의 눈이 반짝였다. “제겐 새로운 세상을 보는 기회거든요. 무엇보다도 너무 재미있어요. 학생들에게 ‘내가 너희를 가르치느라 너무 웃어서 주름이 늘었다’고 한다니까요!”

본인이 ‘늦깎이 학생’이다 보니 외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더 마음을 쏟게 된다고 했다. 본래 영양사로 15년간 일했다. 대학에서 영양학을 공부하고 강남세브란스병원 등에서 임상영양사로 근무했다. 환자들과 더 잘 소통하기 위해 상담심리학 석사 학위도 땄다. 결혼 후 외교관인 남편을 따라 2011년 미국으로 떠나 10년간 해외에서 살았다. 뉴욕, 트리니다드앤토바고, 캐나다, 독일 등을 거쳐 2021년 귀국했다. 뉴욕에선 요리학교도 졸업했다.

귀국해서도 1대1 온라인 영어 과외를 꾸준히 받았다. 코로나19 시국에 무슨 일을 해볼까 고민하던 중, 영어 튜터에게 ‘당신처럼 개방적이고 경험도 풍부한 사람이 튜터가 되면 잘할 것 같다’는 말을 듣고 뛰어들었다가 ‘천직’을 만났다. “더 노하우가 생기면 유튜브 채널이나 개인 플랫폼 운영도 해보고 싶어요.”

온라인 한국어 교육 시장은 꾸준히 성장세다. K팝 등 ‘한류’ 열풍으로 한국어 교육 잠재 시장은 약 1억 5000만명, 30조원 규모로 커졌다. 프레플리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한국어 튜터만 약 500명이다.

이 튜터는 “한국어교원 자격증이 없어도, 영어로 학생·보호자와 어느 정도 소통할 수 있다면 튜터에 도전해 볼 만하다”고 했다. 책임감 있는 자세도 강조했다. “저는 늘 ‘내가 한국 대표’라는 마음으로 수업에 임해요. 실수하거나 나쁜 인상을 주지 않으려 노력해요.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리는 일을 하는 한, 그런 마음가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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