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의 에코해빗]
종이는 무조건 친환경? ‘그린워싱’에 불과
자원 절약 노력이 진짜 친환경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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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을 끊을 수 없는 현대인들에게 ‘모든 포장재를 종이로 대체한다’는 모 쇼핑몰의 선언은 매우 솔깃한 소식이었다. 소비자들은 “지구야, 미안해”를 외치며 플라스틱과 비닐 포장재를 벗겨내던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 싶었고, 실제로 해당 쇼핑몰은 최대한 종이를 사용한 물건을 포장, 배송했다. 한국의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이 세계 최상위를 기록하는 시기에 대단히 의미있고 칭찬받을 행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종이 테이프를 뜯고 종이 상자 속 몇 겹으로 싸여있는 종이 완충재와 종이 봉투를 열어 물건을 정리하고 나니, 막상 남겨진 종이 쓰레기가 많아도 너무 많다. 종이는 플라스틱보다 분해가 잘 되고 재활용하기 편리하니까, 이렇게 많이 써도 되는 것일까? 포장재를 종이로 바꾸었으니 이제 친환경 기업이 된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한 상자에 담을 수 있는데 두 상자에 나눠 포장하면, 종이 포장재 사용량이 두 배가 되는 것은 물론, 그 상자를 옮기기 위해 차량, 연료, 인력도 두 배가 든다. 포장재만 바꾸고 마치 모든 과정이 친환경인 것처럼 포장한다면 이것이 바로 ‘그린워싱’이다.

11월24일부터 식당·카페 등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전면 금지되면서 점주들은 대체제로 종이 빨대를 가장 많이 도입하고 있다. 종이 빨대는 플라스틱 빨대에 비해 정말 친환경적일까? 사실 종이 빨대는 음식물이 묻고 눅눅해지는 점, 부피가 작은 점 때문에 대부분 재활용이 불가능하고, 일반쓰레기로 분류돼 소각장에서 태워진다. ‘친환경 빨대'로 불리지만 결국 ’일회용 종이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2018년 미국 훔볼트주립대의 연구에 따르면 플라스틱 빨대 한 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46g, 종이 빨대는 1.38g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종이 빨대가 눅눅해졌다며 한 번에 두 개를 사용하게 되면 종이 빨대를 이용하는 쪽의 탄소 배출량이 훨씬 큰 셈이다.

종이 상자를 분리 배출할 때 비닐 테이프를 일일이 뜯느라 손도 많이 가고 귀찮았는데, 그냥 상자에 붙여서 버려도 된다는 종이 테이프의 등장도 꽤나 반가웠다. 종이는 물에 풀어지는 과정을 거쳐 재활용되기 때문에 비닐 테이프가 붙어있으면 재활용할 수 없다. 일손이 부족한 재활용센터에서는 테이프가 붙은 상자들을 그대로 버리는 경우가 많아 기껏 분리 배출한 상자가 그대로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일반쓰레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종이 테이프는 물에 모두 풀어질까? 종이 테이프의 점착 성분이 수용성인지가 중요한데, 현재 화학물질을 섞어서 접착제를 만드는 회사가 많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를 쉽게 구별할 수 없다. 이럴 때는 결국 비닐 테이프든 종이 테이프든 모두 제거해서 버려야 상자를 재활용할 수 있다.

꼭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종이를 선택하는 변화는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핵심은 종이든 플라스틱이든 일회용품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포장재, 빨대, 테이프를 ‘종이로 바꿨다’고 해서 당연히 재활용이 잘 되고, 친환경일 것이라고 마냥 좋아해서는 안 된다. 어느 한 부분이 아닌 물건의 생산부터 운송, 사용, 폐기까지의 전 과정을 따져 보아야 한다. 모든 자원을 덜 쓰려는 노력, 즉 쓰레기 자체를 만들지 않고, 한 번 산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것이 진짜 친환경이다.

하지원 대표 ⓒ에코맘코리아
하지원 대표 ⓒ에코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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