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 의원, 정책 토론회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정 밖 청소년 보호와 지원체계 개선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한준호의원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정 밖 청소년 보호와 지원체계 개선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한준호의원실

정신과적 문제를 겪는 가정 밖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선 일반 청소년쉼터가 아닌 ‘치료형 쉼터’가 필요하고 사회·복지가 아닌 의료적 시각에서 충분한 의료 인력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정 밖 청소년 보호와 지원체계 개선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한 의원은 “개인적으로 저는 17살 때부터 집안 사정이 어려워 집 밖에서 생활했고, 지금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로서 늘 가정 밖 청소년 문제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며 “청소년 문제는 다양하지만 그중 정신과적 문제를 겪는 가정 밖 청소년은 그간 조명 받지 못했고 구체적인 쉼터 운영 현실에 대해 듣고 싶어서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를 주관한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의 고승덕 이사장은 “최근 정신과적 청소년의 지속적인 청소년쉼터 입소 등 특수한 유형 청소년들의 맞춤형 보호 증진, 가정 밖 청소년들과 종사자 선생님들 모두의 인권 향상을 위한 지원체계를 모색하고자 한다”며 “어떠한 가정 밖 청소년들도, 어떠한 청소년복지시설들도 사회적 관심이나 지원에서 배제되거나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인권, 권리 향상, 권익 보호를 위해 현장과의 소통, 연구, 실태조사 등 모든 사업영역에서 촘촘한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정신과적 문제 겪는 가정 밖 청소년, 치료적 접근 특화된 시설 필요”

박현숙 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I(아이) 센터장이 발제하고 있다. ⓒ여성신문
박현숙 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I(아이) 센터장이 발제하고 있다. ⓒ여성신문

가정 밖 청소년은 가정 내 갈등·학대·폭력·방임, 가정해체, 가출 등의 사유로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청소년으로서 사회적 보호 및 지원이 필요한 청소년이다. 이들은 비 가정 밖 청소년에 비해 깊은 심리적 상처가 있다고 박현숙 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I(아이) 센터장은 설명했다. 박 센터장은 “낮은 자존감, 자신감 및 침착성의 결여, 우울과 자해를 포함한 자기파괴적 행동의 경향이 있다”며 “가정 밖 청소년의 입소 초기에 정신의학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 밖 청소년의 문제와 치료적 접근에 특화된 시설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시설에선 특정 문제 평가에 따라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소년복지시설 청소년뿐 아니라 종사자의 인권 보호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손 손진희 숭실사이버대학교 청소년코칭상담학과 교수는 청소년복지시설 종사자의 심층 면접(FGI) 결과를 공유하며 “종사자들은 이용청소년의 비방, 공갈, 협박 등 정신적 괴롭힘을 겪었으며 신체적 폭력, 직장 상사 및 동료의 괴롭힘, 성희롱 등 성적 괴롭힘 등을 경험했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인권보호 매뉴얼을 제작 중”이라며 “청소년인권과 함께 청소년복지시설 종사자 보호를 위한 매뉴얼이 추가 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치료형 쉼터가 아닌 의료 인력이 없는 일반 청소년쉼터로 입소하게 되면서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종사자들은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가정 밖 청소년의 돌봄을 하느라 타 입소생을 보호하기 힘든 인력 부족 문제도 겪고 있었다. 2009년부터 청소년쉼터에서 근무 중인 김현주 울산남구여자중장기청소년쉼터 소장은 “가정 밖 상황 외에도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중 심각한 심리·정서적 문제를 겪고 있는 경우 쉼터 내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통원 치료를 받거나 심리 치료만을 받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마음이 힘든 아이들이 각자의 상황을 가지고 모여 사는 쉼터에서 서로의 아픔을 다독여 주며 생활하면 좋겠지만 때로는 내 고통이 타 입소생에게 전가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여자아이들은 내부적으로, 남자아이들은 외부적으로 감정 표출

정신과적 문제를 겪는 가정 밖 청소년들은 성별에 따라 조금씩 다른 특성을 보이는데 주로 여자아이들은 감정을 내부로 표출하며 자해와 자살 시도를, 남자아이들은 분노와 충동적인 감정을 외부로 표출한다고 김 소장은 설명했다. 그는 “같은 공간에 생활하면서 이러한 행위를 목격하는 다른 아이들은 또 다른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며 “요즘엔 인권이 강화돼 입소생의 방을 허락 없이 열지 못하고 본인이 원하지 않을 경우 자해에 이용하는 물건을 수거할 수 없다. 위험은 시설에서 다 떠안은 채 사고가 발생하면 그 책임 또한 시설에 주어진다”고 호소했다.

해외의 경우 치료형 시설 안에 의료 인력이 배치돼 있다. 또 치료가 필요한 청소년들을 위해 충분한 인력이 상주하고 있으며 민간뿐 아니라 공공에서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거주형 치료시설에선 102명의 청소년을 위해 91명의 전담 직원이 있다. 일본의 경우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소사제(부부운영)을 운영하는데 이곳 또한 병원과 보건실이 함께 있다.

김 소장은 “치료형 시설에 치료할 수 있는 인력이 포함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냐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 이 문제는 사회·복지적 접근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의료체계 없이 사회복지와 상담 인력만으로 갖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