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F-15 엄호 속 워싱턴 도착
바이든, "우크라이나 평화에 확고한 비전 공유"
미국의 선물, 패트리어트 미사일
푸틴, 추가 징집령에 핵카드까지 거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21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 미국 국기와 우크라이나 국기를 걸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21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 미국 국기와 우크라이나 국기를 걸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 300일이 지난 뒤 첫 해외 방문지로 미국을 택했다.

미국 언론들은 '깜짝 방문'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전 세계가 젤랜스키의 미국 방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추가 징집령과 함께 핵을 거론하며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은 이번 방문 선물로 패트리어트 미사일 등 우리 돈으로 2조원이 넘는 지원을 할 것으로 보인다. 

◆ 젤렌스키, F-15 엄호 속 워싱턴 도착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극비리에 진행됐다.

미국 언론들은 젤렌스키가 도착하기 하루 전인 20일(현지시각)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백악관은 21일 새벽 1시(미국 동부시간)에야 방문 사실을 확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미군 수송기를 타고 약 8000km를 비행해 미국에 도착했다. 

미군은 수송기가 북해를 지나기 전까지 러시아의 공격에 대비해 공중조기경보기(AWACS)를 출동시켰고, 이후 영국 서포크 밀든홀의 공군기지에서 긴급 출동한 미 공군 F-15E 전투기로 엄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극비리에 추진됐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300일만에 첫 해외 방문인데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기간시설을 집중 타격하려 각종 미사일을 동원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더욱 보안 상 만전을 기한 것으로 읽힌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1일 통화 때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 가능성을 처음으로 논의했으며 미국행 3일 전인 18일에야 최종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날 동선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전날 이번 전쟁의 최대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를 찾아 군을 격려한데 이어 열차를 타고 폴란드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 인근의 폴란드 프세미실 기차역에서 이동하는 모습이 현지 언론에 포착됐다.

이후 그는 인근 르제스조우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워싱턴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오른 비행기는 미국 공군 수송기 C-40B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비행기 코드명은 ‘SAM910’으로 SAM은 ‘스페셜 에어 미션’(Special Air Mission·특별공중임무)을 줄인 말이다.

◆ 바이든, "우크라이나 평화에 확고한 비전 공유"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1일(현지시각) 미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1일(현지시각) 미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미국 동부시각) 오후 2시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백악관 앞으로 나와 젤렌스키 대통령을 맞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짙은 녹갈색의 셔츠와 바지, 부츠 등 ‘전투 복장’을 연상케 하는 차림을 했다.

30분 뒤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CNN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평화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롭고 독립적이고 안전하고 번영된 우크라이나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공유했다"면서 "우리 두 사람은 전쟁이 끝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품위를 존엄성을 갖고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전쟁은 끝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지원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포대를 지휘하는 우크라이나군 대위의 부탁이라며 대위가 받은 무공훈장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건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지원할 미사일 시스템은 안전한 영공을 만들기 위한 "매우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는 우크라이나의 안전한 영공을 만드는 매우 중요한 단계이며 우리의 에너지 시설과 우리 국민을 공격하는 테러 국가를 물리칠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는 오늘 회담의 초점은 "우크라이나를 강화하는 것"이며 "미국의 지원으로 우리는 좋은 소식을 갖고 귀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미국의 선물, 패트리어트 미사일

주한 미군 험프리스 기지에 배치된 패트리어트 미사일 ⓒ뉴시스·여성신문
주한 미군 험프리스 기지에 배치된 패트리어트 미사일 ⓒ뉴시스·여성신문

미국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맞춰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포함대 18억 5000만달러(약 2조 3000억원) 규모의 군사적 지원을 추가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패트리엇 포대와 미사일,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용 탄약, 추가 대(對) 레이더 미사일, 지뢰방호장갑차(MRAP), 유탄 발사기, 기타 무기 등이 포함된다. 

패트리어트 미국에서 개발한 지대공 미사일로 세계 최정상급 요격 체계로 평가받고 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목표물을 탐지하고 추적하는 레이더, 컴퓨터, 발전 장비, 교전 통제소와 각각 4발의 미사일이 장착된 최대 8개의 발사대가 포함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전력 등 기반시설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방공망시스템 지원을 미국에 요청해 왔다.

CNN은 우크라이나는 몇달 동안 패트리엇 시스템을 요청해 왔지만 미국은 이를 전달하고 운영하는 물류 문제가 엄청나 주저하다 러시아의 기반 시설 공격이 계속되자 지원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 푸틴, 추가 징집령에 핵카드까지 거론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모스크바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부분 동원령을 발표하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모스크바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부분 동원령을 발표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날 추가 징집령을 꺼내 들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21~30세까지의 러시아 시민들이 복무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전력 30% 증강과 20개 사단을 배치하는 국방부의 안을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21~30세의 러시아 시민들을 소집해 현역으로 복무하게 하고, 인력을 30% 더 증강하며 20개 사단을 새로 배치하는 등의 안을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타스통신은 현재 18~21세까지인 징집연령을 27~30세까지 늘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방안이 실현되면 전투병 150만명을 늘릴수 있다고 분석했다.

쇼이구 장관은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가능성에 대응해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 군부대를 재건하고 북서부 지역에 새로운 전투부대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월에 예비군 30만 명을 소집하는 동령령을 내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깜짝 방미에 또다시 핵 카드를 꺼내 들며 위협적 발언을 쏟아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이날 주재한 국방부 이사회 확대회의에서 "핵전력은 국가 주권 보장의 핵심 요소"라며 "핵 전투 태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와' 극초음속 미사일 '지르콘'을 조만간 실전 배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르마트는 최대 사거리 1만8000㎞로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최대 2000배 위력을 가진 ICBM이다. 러시아는 사르마트 1기로 프랑스 전체나 미국 텍사스주 정도의 지역을 초토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르콘은 최대 사거리가 1000㎞를 넘고 순항 속도는 마하 8에 달하는 최신 무기로 탐지와 방어가 거의 불가능하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후 러시아군의 전황이 악화할 때마다 핵 위협성 발언을 이어왔는데 최근엔 선제 타격 개념의 필요성을 시사하며 위협 수위를 높이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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