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랑 산다]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 발달하며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존재로
다양한 개인의 생각·태도 반영한
‘색깔 있는 AI’ 나올 것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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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가 최근 출시한 인공지능(AI) 챗봇, 챗GPT(ChatGPT)의 인기가 굉장하다. 그저 말장난에 그치지 않고 정말 대화할 수 있고 그 내용도 퍽 놀랍다는 증언이 이어지자, 인공지능 비전공자들도 웹사이트에 들어가 대화록을 갈무리해 공유하고 있다. 대화의 맥락을 이해하고, 인과관계에 맞게 연이어 대화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챗GPT가 새로운 담론을 열어가고 있다는 의견들도 나온다. AI가 더 이상 공포나 두려움, 희열의 대상으로서만 그려지기보다는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또 다른 주체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성격을 지닌 AI 서비스의 등장

흥미롭게도 사람들은 꽤 오래전부터 인공지능 기술 기반 서비스를 의인화하고, 이들의 성격과 스타일을 추적해왔다. 애초에 의인화 모델로 나온 챗봇 이루다는 말하는 태도의 측면에서 조명돼 왔다. 초기 모델의 경우 학습한 데이터셋 자체가 데이트 대화록이었고, 그에 따라 말투나 견지하는 태도가 하나의 정체성으로 포괄됐다. 꼭 말투뿐 아니라 생각이나 사회적으로 지배적인 이론 같은 것들도 충분히 챗봇에 녹아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챗GPT의 발화를 둘러싼 이론적 배경 또한,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성향을 내포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많은 챗봇들이 민감한 내용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를 선언하곤 하는데, 그 민감함에 대한 판단은 결국 인간이 한다. 누가 이러한 AI 서비스들의 색깔을 디자인하는 것일까?

인간 사회 규모만큼 확장하는 AI 생태계

AI 기술의 결과물에 대한 연구는, 주로 그 기술을 만드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춰왔다. 데이터 수집 단계에서 어떤 데이터들을 주로 모아 쓰는지, 데이터에 이름표를 붙이는 사람들은 어떤 편견을 보일 수 있는지, 알고리즘 설계 과정에서 편향이 들어가지는 않는지 등이다. 필자 역시 데이터 레이블링 프로젝트에 참여해 논문을 썼는데, 실제 일을 하는 사람뿐 아니라 작업 매뉴얼을 만들거나 사람들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가진 태도와 생각도 데이터셋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데이터 레이블링은 종종 인형에 눈을 붙이듯 단순한 업무로 이야기되곤 하지만, 사실은 높은 수준의 고민과 섬세한 전략이 필요한 일인 것이다.

알고리즘 모델 설계 자체를 넘어, 실제 일반에서 널리 쓰이는 프로덕트 단계로 오면 더 많은 이해관계자가 발생한다.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 권위자 외츠(M. Tamer Ozsu) 교수는 얼마 전 IEEE 빅데이터 컨퍼런스에서 현대 기술에 갈수록 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가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코어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이들은 물론, 실용화 단계에 관여하는 이들, 정책과 규범 분야 전문가들 모두가 기술 생태계를 형성해 간다는 것이다. 그만큼 기술이 사회와 개인의 생활 속에 더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의미다.

개인 취향에 맞는 ‘색깔 있는 AI’ 나온다

다양한 AI 활용 사례와 상품이 늘어날수록, 고객들의 요구도 더욱 다양하게 분화한다. 더욱 자신의 취향에 맞는 AI를 고르려 들게 될 것이다. 실제로 이미지 창작 분야에선 알고리즘 모델 간 비교가 한창이다. 동일한 텍스트에 대해 미드저니(Midjourney)와 달리(Dall-E), 노블AI(novelai) 등에서 그려내는 각기 다른 그림을 서로 견준다. 생성되는 그림체가 묘하게 다르고, 스타일도 차이가 있어서 벌어진 일이다.

특정 문화권의 성격이나 정치적으로 추구하는 가치 같은 것도 생성물에 녹아들 수 있다. 진보적인 성격의 AI가 나올 수도 있고, ‘재벌집 막내아들’의 가치관을 빼닮은 AI가 나올 수도 있다. 물건을 비교해가며 써 봐야 차이를 알듯, AI 기술도 견주어가며 색깔을 파악해야 할 일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다만 많은 이들이 특정 회사 핸드폰으로 입문해 그 회사 제품만 줄곧 쓰듯, AI 서비스에 대해서도 오직 익숙한 것만 쓰게 될 수도 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더 똘똘 뭉쳐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AI 서비스가 색깔을 갖추도록 하는 다양한 층위를 둘러보고, 그로써 발생할 다채로운 취향들을 고민해봐야 한다. 개개인들이 “어떤 스타일의 AI를 좋아해?”라는 말에 대답을 갖추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
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

소셜임팩트 벤처캐피털 옐로우독에서 AI펠로우로 일하고 있다.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분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주로 인공지능 기술과 인간이 함께 협력해가는 모델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AI랑 산다>는 장밋빛으로 가득한 AI 세상에서, 잠시 ‘돌려보기’ 버튼을 눌러보는 코너다. AI 기술의 잘못된 설계를 꼬집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AI 기술과, 그 기술을 가진 이들과, 그리고 그 기술을 가지지 못한 자들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짚어 본다.

① 인공지능이 나에게 거리두기를 한다면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0379

② 기계가 똑똑해질수록 인간은 바빠야 한다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1310

③ 인간이 AI보다 한 수 앞서야 하는 이유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353

④ AI에게 추앙받는 사람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3684

⑤ 메타버스서 공포증 극복·명품 쇼핑...‘비바 테크놀로지 2022’ 참관기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4824

⑥ 월경·난자 냉동... 79조 펨테크 시장 더 커진다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5977

⑦ 사람을 살리는 AI 솔루션이 필요하다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7124

⑧ 이상행동 탐지·채팅앱 신고...AI로 스토킹 막으려면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8068

⑨ 일하다 죽지 않게 만들 기술이 필요하다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8998
⑩ ‘AI 예술가’는 이미 현실, 이제 창작자들이 연대해야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9928
⑪요즘 대세 ‘챗GPT’ 이후의 AI는 어떻게 진화할까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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