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출산율 해결을 위해 대통령이 나서야 할 때다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출산율 해결을 위해 대통령이 나서야 할 때다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22.12.24 08:30
  • 수정 2022-12-22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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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거리 곳곳에서 유아차를 미는 ‘라테파파’를 흔하게 만날 수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연수기자단
스톡홀름 거리 곳곳에서 유아차를 미는 ‘라테파파’를 흔하게 만날 수 있다. ⓒ여성신문

 

스웨덴 대학 강단에서 25년 동안 활동하면서1년에 평균 200명의 학생을 가르치니 어림잡아도 5,000명 이상의 학생을 만난 셈이다. 큰 강의실에서 만난 학생들은 잘 모르지만 20명 내외의 작은 규모 세미나와 1대 1 논문지도를 위해 만난 학생들과는 졸업 이후에도 종종 연락을 하며 지내기도 한다. 

3년 동안 수업과 논문지도를 통해 가까워진 학생들을 위해 연말에는 취업추천서를 쓰는 것이 일과 중의 하나다. 스웨덴의 공무원이나 기업 채용은 교수추천이 절대적 영향력을 미친다. 추천인들은 반드시 인사담당 직원과  전화인터뷰에 응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외국에 출장이 갈 일이 있어도 꼭 챙겨준다. 25년 동안 학생들을 가까이서 지켜 보면서 이 들이 대학교 졸업 이후 어떻게 사회에 진출하고, 가족은 어떻게 구성하고 출산과 육아,  자녀교육 그리고 워라벨은 어떻게 이루는지 나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스웨덴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서 바로 공부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25% 정도만 바로 고등학교 졸업 후 진학을 하고 졸업 후 23-4세까지는 취직생활을 선호한다. 성인이 되는 18세부터 대다수의 자녀들이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기 때문에 재정적 자립을 위해 저축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공부하고 싶을 때 대학에 등록을 한다. 대학원까지 학비가 무상이다 보니 공부는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접근이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30대, 혹은 40대 이후에도 언제든 새로운 전공을 하고 싶을 때 대학에 진학한다. 대학에 다니는 가장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학업지원비와 장기저리 대출을 이용한다. 자녀가 있는 대학생들은 학업지원금이 더 높다. 대학생 재정지원을 위한 CSN이라는 기관이 있어 고도로 전문화된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다. 30%는 무상환 지원기금이고 70%는 62세까지 상환해야 하는 대출금이다.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대출금을 줄이기 위해 학업과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수업하는 학생의 비율이 85%에 이른다. 

동거 중 자녀가 생기면 동거증명서 하나로 부부로 인정받는다. 출산관련 복지, 아동수당, 부모수당 등을 동거증명 하나로 간단하게 처리해 준다. 13개월부터 지역탁아소를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의무적으로 보장해 주어 여성의 활동을 자유롭게 해 준다. 사립과 공립 탁아소 간의 요금차이를 줄이기 위해 최대요금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어 부모의 경제적 수준차에 따른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오후 3~4시 쯤 탁아소에서 아이를 데리러 갈 때 부모가 주별로 혹은 월별로 번갈아 가면서 나누어 하는 것이 보통이다. 직장에서는 7시 출근 4시 퇴근이 규정화 되어 있어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부모가 원할 경우 5세부터 초등학교에 입학시켜 운영하는 0학년 제도가 있어 부모들의 선택권을 넓혀준다. 부모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장 재량으로 방과 후 과정을 운영한다. 보다 다양한 선택권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인근 학교들과 연계해 방과 후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음악, 미술, 체육 등 다양한 분야의 방과 후 프로그램과 지역 아마추어 클럽 들과의 연계를 통해 특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승마, 골프, 테니스, 컬링, 아이스 하키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해 어릴 때부터 재능 있는 선수들을 발굴하는 관문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인구가 작은 나라지만 세계 스포츠에 두각을 나타나는 요인이기도 하다.

대학교 1학년 수업을 들어가 보면 나이 어린 학생은 그렇게 눈에 많이 띄지 않고 대략 25세 내외의 신입생들이 강의를 듣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끔 유모차를 끌고 수업에 들어 오거나 잠시 휴식시간에 함께 온 보호자가 돌보고 있는 아이에게 수유를 하는 학생도 종종 발견된다. 세미나를 진행할 때 아이를 탁아소에서 데리고 와야 하기 때문에 양해를 구하고 일찍 떠나는 학생들도 허다하다. 고등하교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거나 대학에서 공부하다가 배우자를 만나 낳은 아이들이다. 

직장생활 중 출산 후 육아, 그리고 자녀 교육에 대한 부담, 그리고 출산 후 직장 복귀 후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장관이나 국회의원도 출산을 위해 잠시 직장을 떠나 복귀하는 사례가 허다하기 때문에 사회의 일반적 현상으로 받아들여 진다. 작년과 재작년 애니 뢰프(Annie Lööf) 중앙당 여성총재가 출산을 위해 부총재에게 6개월씩 두 번에 걸쳐 임시대리직을 위임해 활동하게 하는 예에서처럼 출산, 육아, 자녀교육은 직장생활에 어떤 제약도 되질 않는다.

결국 한 나라의 급격한 출산율 저하 문제는 여성에게 가정과 직장에서 선택의 자유와 폭을 넓혀 주고 일과 가정에서 얽매이지 않도록 촘촘한 가족정책이 뒤받침되어 줄 때 해결이 가능하다. 자녀의 교육 또한 학교에 수업 후 방과 후 프로그램 선택을 위해 부모와 상의해 운영하고 선택을 폭을 넓혀 줘 단순 시간 때우기가 아니라 자녀의 창의성 개발에 큰 기여를 하는 제도로 정착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학교를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창의성 개발을 위한 기회의 장소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의 군대가 미래 창업자들의 산실로 만든 예에서 보듯 학교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대적 변화의 요구에 순응할 수 있어야 한다.

저출산 문제는 교육, 복지, 사회, 노동, 기업, 시장, 문화, 체육, 지역사회 등 전 부분을 함께 동참시켜 대처해야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다. 미래 국가의 명운이 달린 이 문제를 대통령이 나서서 가장 우선적으로 챙겨야 하리라 본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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