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개편 문제는 서울시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역대 서울시장이 버스개혁제를 고심해왔지만 '복마전 서울시'의 난맥상으로 인해 결국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고 퇴임했다. 이명박 시장이 이번에 '저질러놓은' 버스 개편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음에 틀림없다. 이 작업에 참여했던 한 연구원은 “청계천 복원 사업은 1년간 준비했지만 버스 개편 작업엔 2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다”며 최근에 일고 있는 버스개혁 자체를 매도하는 분위기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야심차게 이 일을 추진한 이 시장은 이번 일로 코너에 몰려 있다. 7월 1일 자신의 취임 기념일에 맞춰 버스개편을 단행한 것부터 시작해서 7월 6일 서울산업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버스대란이 “서울시민의 무관심 탓”이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순식간 '역적' 반열에 올랐다. 더군다나 5월 30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 기독교 행사에서 “서울시를 주님께 봉헌한다”는 말을 한 것까지 최근 공개되면서 그는 '잔인한 7월'을 보내고 있다.
이 시장을 둘러싼 많은 '설화' 사건이 이어지지만 버스개편이 단행된 7월 1일부터 현재까지 이시장이 보인 갖가지 행태 중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역설적이지만, 바로 7월 4일의 '대 시민사과'다.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다 보면 여러 가지 불편함이 따르게 돼 있다. 또 워낙 판을 크게 뒤흔드는 일이다 보니 시행착오가 생길 가능성도 높았다. 한 경제전문가는 최근의 버스 개편 문제를 두고 “이번 7월 1일이 아니라 내년 7월 1일 시작했어도 워낙 방대한 작업이라 문제점은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리더는 결정과정에서 심사숙고하고 시행 후에는 새 제도로 생기는 불편함을 익숙함으로 유도하는 믿음직한 리더십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이 시장은 갖가지 문제점이 노출되자 두 팔을 걷어붙이고 현장에서 직접 문제해결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니라 자신의 문제점을 자복하고 정책을 후퇴시키는 것으로 비난 여론을 가라앉히려 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불도저'라는 별명이 무색하다는 인상을 받은 사람이 한두 명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 시장은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7월 4일 '졸속사과' 이후 벌어지는 주체할 수 없는 상황을 말이다. 서울산업대의 발언도 진상은 좀 달랐다. 그 자리에서 직접 그의 발언을 들었다는 한 학계 인사는 이 시장이 “모든 책임은 서울시에 있다”는 말을 전제로 홍보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시민들도 야속하다는 말을 한 것으로 기자에게 전달해줬다. 이런 앞말은 생략된 채 버스대란이 시민 탓이라는 발언만 온갖 언론을 통해 도배되는 것도 코너에 몰린 자가 받는 집단몰매가 아닐까 한다.
노무현 대통령까지 집단몰매에 가세했다. 노 대통령은 7월 6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싱거운 얘기 한마디 하겠다”며 권양숙 여사의 멘트임을 전제로 버스개편을 일요일이나 방학 때 시작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설혹 평가받을 수 있는 개혁이라도 시행착오와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행조치가 필요하다는 말로 이 시장의 실정을 꼬집었다.
이 시장은 이제라도 대중적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의 임기 내에 서울시 교통개혁을 마무리짓는 책임 있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