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제23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시상식
감독상에 ‘수프와 이데올로기’ 양영희 감독
“영화를 하면서 새로운 가족 생겨...
이번 상, 칭찬이자 겸손하라는 경고“

지난 15일 열린 제23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시상식에서 ‘수프와 이데올로기’ 양영희 감독이 제23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감독상을 받았다. ⓒ여성영화인모임 제공
지난 15일 열린 제23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시상식에서 ‘수프와 이데올로기’ 양영희 감독이 제23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감독상을 받았다. ⓒ여성영화인모임 제공

‘수프와 이데올로기’ 양영희 감독이 제23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감독상을 받았다.

재일조선인 2세인 그는 한국, 북한, 일본을 넘나드는 자신의 가족사를 영화로 조명해왔다. 전작 ‘디어 평양’, ‘굿바이, 평양’에서는 아버지와 북한에 있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수프와 이데올로기’는 제주도 출신이자 4·3사건 생존자인 재일조선인 어머니 강정희 씨의 이야기를 다룬다. 2021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한 여성의 삶을 통해 한국사의 잊힌 비극을 복원해낸 연출력이 탁월하다”라는 심사평과 함께 대상을 수상했다. 

시상자로 나선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양영희 감독의 ‘가족 3부작’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우리 역사를 각인시켰고, 뛰어난 주제 의식을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동훈 감독도 영상 축하 메시지에서 “‘디어 평양’을 처음 봤을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양 감독만의 시선과 영화인으로서의 자세, 진정성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다”고 전했다.

양영희 감독은 수상 소감으로 “40대에 들어서야 국적을 얻어 한국에 왔다. 전작 ‘디어 평양’으로 2005년 한국에 왔을 땐 거의 아는 사람이 없었는데, 저를 응원하고 이끌고 가르쳐주신 분들 덕에 지금 여기에 서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북에 있는 가족과 함께 축하하지 못하는 게 조금 아쉽다. 가족 이야기를 영화화했다고 (북한 당국이 입국을 금지해) 가족과는 못 만나게 됐지만, 영화를 했기 때문에 새로운 가족을 갖게 됐다. 제작진이 제 가족”이라고 말했다.

양 감독은 “과거 일본 TV에 출연할 때마다 ‘조선인이 건방지게, 그것도 여자가’라는 협박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는 제발 나가지 말라고 했지만 오히려 더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을 이었다.

또 “처음에는 제 영화가 사회면에서 소개됐는데 문화면에서, 작품으로 평가받고 싶었다. 일본 미디어는 저를 ‘아버지는 조총련 간부고 세 오빠는 북한에 간 재일조선인 여성 비디오 저널리스트’로 소개했다. 그냥 ‘저널리스트 양영희’로 불리는 게 목표였다. 최근에는 ‘영화감독 양영희’로 불린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양 감독은 “상은 칭찬이기도 하나 믿음이고 경고다. 이 상을 계기로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차려질지도 모르지만 조심해라, 우쭐대지 마라, 더 겸손하라는 경고다. 믿음에 부끄럽지 않게 앞으로도 성실하게 영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양영희 감독의 남편 아라이 카오루씨는 영상 축하 메시지에서 “우리의 다음 목표는 극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해 박수를 받았다.

(사)여성영화인모임이 이날 개최한 ‘2022 여성영화인 축제’의 하나로, 한 해 동안 주목할 만한 활약을 펼친 여성영화인을 조명하는 국내 유일의 여성영화인 시상식이다. 영화 ‘오마주’ 신수원 감독이 최고상인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받았다. 연기상은 ‘오마주’ 이정은 배우,  각본상은 ‘헤어질 결심’ 정서경 작가, 기술상은 ‘범죄도시2’,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특송’의 김선민 편집감독에 돌아갔다. 다큐멘터리상은 ‘미싱타는 여자들’의 김정영·이혁래 감독, 제작자상은 ‘장르만 로맨스’ 백경숙 제작자, 신인연기상은 ‘경아의 딸’ 하윤경 배우, 홍보마케팅상은 ‘불도저에 탄 소녀’, ‘오마주’, ‘그대가 조국’ 등을 담당한 로튼스마일크리에이션(대표 김태주)이 받았다. 문소리 배우가 사회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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