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은탑산업훈장'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책임대표사원
구두닦이·메밀묵 팔이 안해 본 것 없어
군 제대 후 식당 변기 닦으며 사업 시작
종합 아웃소싱회사 1위… 전직원 정규직
가장 중요한 3가지는 ‘신용, 신뢰, 사람’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회장 ⓒ홍수형 기자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책임대표사원 ⓒ홍수형 기자

“사람, 신용, 신뢰. 이 세 가지만 갖추면 빈집 열쇠를 받아 청소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회사 이름을 어떻게 지으면 좋을까요?”
“그럼 석 삼(三)자에 갖출 구(具)를 쓰면 되겠소. 삼구.”  

종합 아웃소싱 기업 1위, ‘삼구아이앤씨’는 그렇게 태어났다. 구자관(78) 책임대표사원이 50년 전 법인 설립을 위해 찾아간 대행소에서 머리 희끗한 사법서사(지금의 법무사)가 지어준 이름이 ‘삼구’다. 변변한 이름도 없이 직원 2명과 함께 남의 식당과 건물의 화장실을 청소하던 그는 50년 만에 삼구를 연 매출 2조(2022년)를 돌파하는 일류 기업으로 일궜다. 지독한 가난으로 학업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채 청계천변에서 구두를 닦고, 메밀묵, 아이스케키를 팔던 소년이 맨손으로 이뤄낸 성공 신화다. 하지만 그는 늘 자신을 향한 상찬은 극구 사양한다. “제가 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 모두 구성원들 덕분이지요.”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회장 ⓒ홍수형 기자
삼구아이앤씨 사무실 한켠에 붙은 구자관 책임대표사원의 경영철학. '물이귀기 이천인(勿以貴己 而賤人, 내가 귀하다고 남을 천하게 여기지 말라), 물이자대이멸소(勿以自大以蔑小, 내가 크게 됐다고 남을 업신여기지 말라), 물이시용이경적(勿以恃勇以輕敵, 자신의 용맹을 믿고 적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  명심보감 정기(正己)편에 나오는 대목이다. ⓒ홍수형 기자

월사금 없어 받지 못한 졸업장
야간고 다니며 걸레공장서 일해

50여년 전 자본금 없이 시작할 수 있다는 이유로 여성 2명과 함께 건물 화장실 청소로 시작했던 삼구아이앤씨는 보안, 미화, 시설관리, 복지사업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 연 매출 2조원을 넘어선 인력 아웃소싱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 ‘제8회 중견기업인의 날 기념식’에서는 은탑산업훈장도 받았다. 법인 수만 29개에 달하고 직원 수는 4만3000여명이다. 이들 모두 정직원이다. 29개 자회사에 단 한 곳에도 친인척을 앉히지 않았다. 법인 사장 모두 반드시 공채 사원으로 들어와야만 사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 현재는 공채 7기가 총괄사장을 맡고 있다.  

현재만 보면 성공가도만 달렸을 것 같지만 그의 인생 역정은 파란만장하다.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냈다. 

1944년 7남매의 다섯째로 태어났다. 한국전쟁을 겪으며 아버지의 양계장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자 외갓집에서 자랐다. 밀린 월사금을 못 내 국민(초등)학교 졸업장도 받지 못했다. 중학교 입학은 언감생심이었다. 청계천과 도림천 일대를 돌며 여름엔 아이스께끼 통을 들고, 겨울엔 ‘찹쌀떡, 메밀묵’을 외쳤다. 구두닦이, 신문팔이까지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로 닥치는 대로 일했다.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학업의 끈은 놓지 않았다. 천막학교에서 영어와 수학을 배워 중학 과정을 이수한 뒤 용문고등학교 야간부에 입학했다.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공부를 병행하는 나날이었다.

“새벽 4시반에 미아리 집부터 동대문 공장까지 걸어서 갔지요. 그럼 6시부터 일을 시작해 학교에서 공부까지 마치면 새벽 1시에 집에 돌아왔어요.” 그렇게 3년을 보낸 그는 1963년 생애 첫 졸업장을 받았다. 구 책임대표사원의 학업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예순네 살이던 2004년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04학번으로 입학해 졸업했고 2011년에는 서강대 대학원 경제학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월사금을 내지 못해 못 받았던 초등학교 졸업장은 37년이 흐른 뒤에야 되찾았다.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회장 ⓒ홍수형 기자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책임대표사원 ⓒ홍수형 기자

스승의 날로 정한 회사 창립 기념일
아줌마는 ‘여사님’ 아저씨는 ‘선생님’

야간고를 졸업한 후 입대했고 군 제대 후에는 자본금이 없어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식당 청소를 하기로 결심했다. 자릿세를 마련하지 못해 구두닦이도 할 수 없었던 그가 찾은 일감이었다. 

“식당 운영하는 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화장실 청소였어요. 당시만 해도 청소용품도 없던 시절이다 보니 모두 기피하는 일이었죠. 그러니 변기 청소를 해드리겠다고 하니까 선뜻 일을 맡기더군요. 화학 시간에 알칼리를 태우는 것은 산이라는 걸 배운 기억이 나서 염산을 사서 닦아보니 누런 변소가 하얗게 변했어요.” 
여성 직원 두 명과 함께 일을 해나가며 일감도 늘었다. 일이 늘어나다 보니 마감 시간에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다. 신용을 지키기 위해 직원들을 채근하던 시절 한 ‘여사님’의 말은 그의 인생을 바꾼 가르침이 됐다. 그는 청소하는 여성 직원은 ‘아줌마’ 대신 ‘여사님’으로, 남성 직원은 ‘선생님’으로 부르고 있다. 

“뜨는 해는 잡을 수 있어도 지는 해는 잡지 못한다.” 
구 책임대표사원은 “마감 시간을 지키기 위해 허겁지겁 할 일이라면 아침 일찍 나와서 시작하면 된다는 말이었다”며 “그때부터 ‘아침형 인간’이 되어 서두르지 않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렇게 제게 가르침을 주시고 남들 하기 싫은 궂은일을 하며 남들에게 행복을 주는 분들은 존경받아야 할 분들이죠.”

공장 화재로 엄청난 빚을 지고 전신의 1/3 정도를 3도 화상을 입은 적도 있다. 가족들에게 보험금이라도 주려고 병원과 잠수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일도 있었다. 모두 실패로 돌아가면서 ‘죽을 운명도 정해져 있구나’라고 깨닫고 다시 재기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회장 ⓒ홍수형 기자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책임대표사원 ⓒ홍수형 기자

모두 직원들 덕 ‘사람중심 경영’  
정직과 통합, 섬김 ‘도산 정신’  

IMF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곤 회사는 늘 성장 곡선을 그렸다. 구 책임대표사원은 이 모든 걸 직원들 덕으로 돌린다. 그의 경영철학 역시 사람을 중시하자는 것이다. 
“회사가 여기까지 온 건 내 능력이 아니에요. 내가 봉급을 주는 게 아니라 현장 근로자가 관리자, 관리자가 임원, 임원이 사장, 사장이 내 봉급을 주는 거지요. 제 역할은 현장 근로자를 비롯한 모든 직원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갖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일하기 편하도록 바람을 막아주는 거죠. 그동안 청소는 직업으로 인정도 받지 못하고 천하고 보잘것없는 일로 취급받았지요. 저희가 ‘여사님’ ‘선생님’으로 부르고 명함을 드리고 정직원으로 고용하면서 산업 전반의 문화를 바꿔놓았다는 점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구 회장에겐 또 두 가지 좌우명이 있다. ‘정직’과 ‘애기애타(愛己愛他, 나를 사랑하고 남을 보살핀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정신이다. 개인생활과 사업 모두에서 두 가지를 가장 중시한다. 고등학교 시절 읽은 ‘사상계’를 통해 도산 안창호 선생을 배운 그는 도산아카데미가 선정한 도산경영상을 받고 지난해에는 도산아카데미 이사장을 맡았다. 도산아카데미는 도산 안창호 선생이 설립한 흥사단의 부설 기관으로 1989년 6월에 문을 열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정신과 사상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과제를 실천하는 일을 한다.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말씀인 ‘동지를 믿고 속아라’라는 말을 저는 믿고 따라왔어요. 믿으면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도산 선생은 알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신뢰하는 사회 만들려면 상대에 대한 믿음 먼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약속을 어겼다고 해서 상대를 탓하고 원망할 게 아니라 내가 과연 무엇을 잘못했는가를 반추하는 것이 자아 성찰하는 사회를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에서 열린 제8회 중견기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책임대표사원에게 은탑산업훈장을 수여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에서 열린 제8회 중견기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책임대표사원에게 은탑산업훈장을 수여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책임대표사원>

△1944년 출생
△용문고 졸업, 서강대 경제학 석사과정 수료
△1976년 삼구아이앤씨 대표이사
△2003년 한국경비협회 13대 회장
△2004년 삼구FS 대표이사
△2014년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 11대 회장
△2019년 한국건축물유지관리협회 회장 
△2020년 도산아카데미 이사장 
△2022년 은탑산업훈장 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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