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반발로 국정조사 표류하자
유가족협의회, 13일 국회서 기자회견
“충실하고 성역 없는 국정조사 어서 시행하라
국민의힘 의원들 막말 규탄
윤 대통령, 주어 없는 사과 말고 진심으로 사과해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 공동기자회견이 1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렸다.  ⓒ뉴시스·여성신문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 공동기자회견이 1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렸다. ⓒ뉴시스·여성신문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여당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의 망언도 잇따랐다.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13일 국회를 찾아 정치인들의 발언을 규탄하고 조속한 국정조사 시행,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를 촉구했다.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유가족협의회)와 188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실하고 성역 없는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여야는 지난 11월24일 오는 16일부터 45일간 국회 국정조사를 하기로 의결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정의당이 지난 11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자, 국민의힘이 반발하며 국정조사 보이콧에 나섰다. 국정조사 위원 7명은 전원 사퇴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전 대통령실 비서관의 ‘망언’도 잇따랐다.

“이태원이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
(권성동 의원, 10일 페이스북)

“(국정조사는) 애초 합의해 줘서는 안 될 사안이었다.”
(장제원 의원, 11일 페이스북)

“다 큰 자식들이 놀러 가는 걸 부모도 못 말려놓고 왜 정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나.”
(김성회 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 11일 페이스북)

“왜 뜬금없는 ‘갑툭튀’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명분과 실효 없이 내세우는지 아느냐. ‘이재명 지키기’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12일 부산당원과의 만남에서)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이러한 발언들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성토했다.

“권성동 의원은 우리 유가족들에게 또다시 분노와 모멸감을 주었습니다. (...) 당신(김성회 전 비서관)은 자식이 놀러 가면 말립니까. 성인인 자식을 집에 가두고 아무 데도 가지 못하게 감금합니까. 자식을 통제하는 부모가 올바른 부모라 생각합니까. 정치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

“(장제원 의원에게) 당신의 아들이 희생자에 포함돼 있어도 국정조사를 반대했을까요. 같은 부모로서 어떻게 그런 무서운 말을 (...) 같은 부모로서 이 일을 해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신도 지한이와 같은 곳(연예계)에서 일하는 아들의 아버지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깊이 반성하십시오.” (고(故) 이지한 배우 어머니)

“(장제원 의원에게) 당신의 아들은 살아있다고 안심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이 나라의 정치인으로 있는데 어떻게 안전하겠습니까. (정진석 의원에게) 참사가 일어나고 희생자가 생겼는데 조사조차 안 하고, 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하는 당신들은 파렴치한입니까. 초등 교실에서도 사건이 일어나면 조사해 잘잘못을 가리고 사과하고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합니다.” (고 박가영씨 어머니)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국민의힘에 공식 면담을 요청한다”며 “막말들이 국민의힘 공식 입장이라면 한 분도 빠짐없이 면담에 응해 우리 유가족들에게 직접 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 공동기자회견이 1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렸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 공동기자회견이 1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렸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국정조사는 법적 책임자만 가리는 게 아니라 참사가 발생하게 된 체계적·구조적 원인을 밝히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가 경찰이 유가족들에게 마약 검사를 위한 시신 부검을 요청한 경위, 재난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 정부가 왜 유가족들끼리 연락하는 일을 막으려 했는지 등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도 촉구했다. 고 박가영씨 어머니는 “대통령이 사과했다는데 언제 했나. 종교 행사에 가서 유감을 표시하셨다. 아이들을 추모했다는데 어디다 했나. 국화꽃이 슬프다고 억울하다고 하나? 주어가 정확히 들어간 사과를 하라”, “대통령의 사과는 단순한 사과가 아니라 국민에 대한 위로”라고 외쳤다. 고 이지한씨 어머니도 “(대통령의 사과가) 주체가 없는 사과였기 때문에 사과하라고 계속 말하는 것”이라며 “국민에게 진실되게 사과하고 순리대로 쉽게 풀어가라”고 성토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지난 11월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말로 다할 수 없는 비극을 마주한 유가족과 아픔과 슬픔을 함께하고 있는 국민들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참사 발생 약 열흘 만에 대통령이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는데, 그 내용과 형식, 시점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유가족협의회는 참사 발생 49일째인 오는 16일 저녁 6시 이태원역 3번 출구에서 추모제 ‘우리를 기억해주세요’를 연다. 희생자들의 사진·이름을 공개할 의사가 있는 유가족들이 모여 시민 분향소도 설치할 계획이다.

야3당 국정조사특위 위원들, 국민의힘 복귀 촉구

한편 이날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야3당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은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위원들의 조속한 국조특위 복귀를 촉구”했다. 이들은 국민의힘이 이날 국정조사에 복귀하지 않으면 “국정조사 일정과 증인 채택에 대한 모든 권한을 야3당에 위임한 것으로 이해하고 14일부터 본격적인 국정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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