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폐지 저지 전국행동
한국여성단체연합 양이현경 공동대표,
한국YWCA연합회 김은경 성평등정책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여성가족부 폐지’. 윤석열 캠프의 7글자 공약은 정부 출범 이후 현실화 작업을 거치고 있다. 지난 10월 정부는 여성가족부를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양성평등본부로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여성·노동·시민·사회·종교 단체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저지하기 위해 전국 단위의 조직을 출범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국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이하 전국행동)은 12월 13일 기준 전국에서 900여개 단체가 모여 만들어졌다. 전국행동에 속한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양이현경 공동대표와 한국YWCA연합회 김은경 성평등정책위원회 위원장은 여성가족부 폐지 추진 과정에 대해 “이미 답이 정해진 가운데 끼워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김은경 한국YWCA연합회 성평등정책위원회 위원장,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홍수형 기자
왼쪽부터 김은경 한국YWCA연합회 성평등정책위원회 위원장,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홍수형 기자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일종의 프로파간다이자 선동”

지난달 23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조직법 등을 처리하기 위한 협의체를 마련했다. 여성가족부 존폐도 논의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더불어민주당은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권성동 안 이외에 사실상 당내에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당 내에 여성위원회가 있지만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성평등 정책 전담기구에 대한 고민을 누가 하고 있냐는 게 국회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 공동대표는 “폐지안 올라온 것 외에 양당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바가 지금까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홍수형 기자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홍수형 기자

김 위원장은 윤석열 캠프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반인권적인 이슈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일부 남성들, 20대·60대를 공략한 득표 전략 차원에서 시작됐다”며 “일종의 프로파간다이자 선동”이라고 설명했다. 지지율 상승을 위해 윤석열 정부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선택했다는 분석에 대해 양 공동대표는 “여성가족부 폐지 추진으로 지지율이 상승한다고 보지 않는다”며 “임기 초반에 지지율이 떨어졌던 이유는 여성가족부 폐지 여부 때문이 아니라 공정과 상식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이전에도 여성가족부에 대해 일부에서는 축소를, 일부에서는 강화의 목소리를 내왔다. 김 위원장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이야기했던 일부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여성가족부가 어떤 역할을 해왔고 어떤 성과를 해왔는지 모른다”며 “양성평등 기본 계획, 성별 영향평가, 공직 분야의 성인지 교육 및 성평등 교육, 성인지 예결산 시행 등을 해온 게 여성가족부”라고 말했다. 양 공동대표는 “성평등 정책을 위한 여가부 개편을 주장했던 것과 지금의 폐지 주장은 차원이 다르다. 지금은 안티페미니즘의 하나”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의 중요한 포인트는 장관이 국무위원으로서 국무회의에 존재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국정 전반에 관해서 의견을 내는 그 자리에 참여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 공동대표는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해소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밝혔다.

김은경 한국YWCA연합회 성평등정책위원회 위원장 ⓒ홍수형 기자
김은경 한국YWCA연합회 성평등정책위원회 위원장 ⓒ홍수형 기자

중앙 정부에서 여가부 폐지하려 하자
지방 여성 정책 빠르게 무너져

“전국행동이 필요한 이유”

김 위원장은 여성가족부 폐지 과정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없었던 것에 대해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인구의 반 혹은 모든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슈를 가지고 ‘이 부처를 어떻게 할 것이냐’라는 논의조차 없이 이런 상황으로 치닫는 것이 가장 비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여성가족부 폐지와 맞물려 현 정부의 정책에서 ‘여성’이 지워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월 1일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서는 여성폭력’, ‘젠더폭력’ ‘성별에 기반한 폭력’ 등 그간 사용하던 정책용어가 모두 빠졌다. 그 대신 ‘폭력’이라는 용어가 사용됐다. 양 공동대표는 이런 움직임을 백래시로 규정하며 “인권의 증진이나 정책의 증진으로서의 발전이 아니라, 여성의 차별이나 현실을 비가시화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 정부가 여성가족부 폐지 움직임을 보이자 지방 정부의 여성 정책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지난 8월 부산에서는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의 일부 기능을 부산인재평생진흥원과 통합하고, 여성정책 연구기능은 부산연구원으로 이관하는 방향의 계획이 발표됐다. 김 위원장은 “그래서 전국행동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지역 단위에서는 힘을 더 쓸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연대해주고 지지해주는 것이 필요하다”이라고 말했다.

양 공동대표는 “전국 행동은 약 900개가 넘는 단체가 포함돼있고, 지역행동에서도 지역구의원 면담을 가는 등 지역별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12월 현재 전국행동은 16개 지역행동(강원‧경기‧경남‧광주‧대구경북‧대전‧부산‧서울‧세종‧울산‧인천‧전남‧전북‧제주‧충남‧충북)으로 구성돼 있으며, 지역행동은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 면담과 피켓팅, 의원 해시태그를 통한 책임 촉구 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두 사람은 여성가족부 폐지가 아니라 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김 위원장은 “성주류화 업무를 강화하고 예산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를 넘어야 하고, 여성 유권자들이 있고, 나아가서 함께하는 남성들이 있기에 여성가족부 폐지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과 11단체가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국가 성평등 정책 가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과 11단체가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국가 성평등 정책 가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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