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파업이 14일째 이어진 7일 화물연대 대전충남지역 등의 조합원들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7일 화물연대 대전충남지역 등의 조합원들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총파업은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강경 대응했던 정부의 완승으로 끝났다. 파업 종료에 찬성한 조합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이미 국민 여론도 등을 돌린 상태였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우선 업무 복귀 후 협상해야 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71%로 나타났다.

화물연대는 이번 연말로 일몰기한을 맞는 안전운임제를 영구화하고, 적용 대상의 확대를 요구하면서 파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이라는 카드까지 꺼내 들며 강경 대응으로 일관했다. 이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품목 확대 없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수용하겠다고 입장 선회를 한 것이 파업 동력을 무너뜨린 결정타가 됐다. 결국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는 얻어내지 못한 채 빈손으로 파업을 종료하게 됐고, 파업 전에 정부여당이 제시했던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다시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마저도 정부는 ‘원점 재검토’를 시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화물연대의 완패는 화물연대의 반복되는 파업에 대해 피로증을 갖고 있는 국민 여론을 읽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파업의 이유를 들여다보기도 전에, 연례행사처럼 되고 있는 파업연대의 총파업에 대해 피로감을 나타내는 국민이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복합 경제위기의 상황에서 이번 총파업이 전체 경제에 미칠 타격에 대한 우려도 컸다. 사회적 환경은 계속 바뀌고 있다. 이번 과정은 어떤 노동운동도 국민의 지지나 최소한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동력을 갖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줬다. 민주노총과 화물연대의 이번 투쟁 방식은 작금의 정세를 고려하지 못한 채 무리한 요구를 내걸고 과거의 방식을 기계적으로 답습한 것이었다. 

반면에 정부는 많은 것을 얻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진두지휘한 강경 대응이 효과를 발휘함으로써 정부는 앞으로 노동계와의 힘겨루기에서 주도권을 쥐게 됐다. 정부가 완승을 거둔 결과는 다른 부문들의 파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로서는 차제에 노동계를 제압하고 자신이 구상하는 노동개혁을 밀어붙일 기회로 생각할 법하다. 이미 대통령실은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는 우리 경제와 민생에 천문학적 피해를 줬다”고 밝혔고, 기업들도 손해배상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다.

물론 국민의 외면을 자초한 화물연대와 민주노총의 낡은 투쟁 방식은 시대 환경에 맞게 변화돼야 할 일이다. 하지만 정부도 완승을 거둔 상황에서 계속 강경 대응으로만 일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총파업이라는 투쟁 방식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는 별개로, 그들 또한 손을 뿌리쳐서는 안 될 국민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파업에 강경 대응으로 보수층의 지지를 결집시켜 지지율 상승효과를 거뒀다. 힘의 맛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도 사회적 갈등 사안마다 힘을 앞세우고 강경으로 대응하면 된다는 학습 효과가 생길까 우려는 남는다. 힘에만 의존하는 통치로는 갈등을 표면적으로는 제압할 수 있지만, 제압당한 사람들의 마음을 껴안을 수는 없다. 

정부는 총파업이라는 방식에 선을 그었지만, 그렇다고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호소했던 어려운 사정까지 외면할 일은 아니다. 불법이 명확한 행위에 대해서는 법치의 원칙대로 하더라도, 대다수 운수노동자들의 구조적인 장시간·저임금 노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해법을 찾기 위한 대화는 여전히 필요하다. 정부가 표방했던 것도 ‘선 복귀- 후 대화’의 원칙이었으니, 이제 복귀가 이루어진 마당에 정부가 대화를 피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지금 서로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완승을 거뒀다 해도 파업연대 조합원들을 전쟁에서 진 패자 취급할 일은 아니다. 화물연대의 총파업과 조합원들의 삶을 분리해 살피는 포용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은 오히려 완승을 거둔 지금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사진=홍수형 기자
유창선 시사평론가 사진=홍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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