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친부모 있는 아이들
고아·제삼자로 서류 조작 확인”

해외입양인 단체들 환영
“‘정체성 알 권리’ 침해받아...
진실 확인하고 과거와 화해할 수 있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해외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 관련 34건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다음날인 지난 9일, 해외입양인 단체인 덴마크한국인진실규명그룹(DKRG), 스웨덴한국입양인네트워크(SKAN), 호주한국인진실규명그룹(AUSKRG)이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를 찾아 조사신청서를 추가로 제출하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세아 기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해외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 관련 34건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다음날인 지난 9일, 해외입양인 단체인 덴마크한국인진실규명그룹(DKRG), 스웨덴한국입양인네트워크(SKAN), 호주한국인진실규명그룹(AUSKRG)이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를 찾아 조사신청서를 추가로 제출하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세아 기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해외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 관련 34건을 조사한다. 한국 정부가 해외입양을 시작한 지 68년 만이다. 해외입양인 단체들은 이번 결정을 환영하며 “해외입양인에게 역사적인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6일 위원회를 열고 ‘해외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 관련 34건을 조사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조사 신청인들은 1960년~1990년까지 네덜란드 등 6개국에 입양됐다. 이들은 친생부모가 있었으나 유괴 등 범죄 피해나 친생부모 동의 없이 입양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들이 고아 또는 제3자의 신원으로 서류가 조작돼 입양된 사실 등을 기록으로 확인했다. 또 입양 수령국인 네덜란드 등 국가 조사위원회가 과거 해외입양 과정에 국가 등의 불법행위와 아동·친생부모에 대한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음을 밝힌 바 있다며 조사 개시를 결정했다.

해외입양인 단체인 덴마크한국인진실규명그룹(DKRG), 스웨덴한국입양인네트워크(SKAN), 호주한국인진실규명그룹(AUSKRG)이 9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를 찾아 조사신청서를 추가로 제출했다.  ⓒ이세아 기자
해외입양인 단체인 덴마크한국인진실규명그룹(DKRG), 스웨덴한국입양인네트워크(SKAN), 호주한국인진실규명그룹(AUSKRG)이 9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를 찾아 조사신청서를 추가로 제출했다. ⓒ이세아 기자

진실규명 신청 마지막 날인 9일, 해외입양인 단체 덴마크한국인진실규명그룹(DKRG), 스웨덴한국입양인네트워크(SKAN), 호주한국인진실규명그룹(AUSKRG)이 조사신청서를 추가로 제출했다. 해외입양인 단체로는 처음으로 지난 8월 진실화해위에 조사를 신청한 DKRG에 따르면, 이후 많은 입양인들이 자신들이 입양 과정에서 겪은 인권침해를 고발하고 동참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DKRG에 따르면 지금까지 해외입양인 약 369명이 진실화해위에 조사를 요청했다. 이들은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미국, 벨기에, 스웨덴, 프랑스, 호주 총 9개국으로 입양됐고, 신원과 친생 가족에 대한 정보 변동·유실 등 UN아동권리협약 상 ‘정체성을 알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주장한다.

이들 단체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가 해외입양 아동의 인권침해를 예방할 책임을 다했는지, 해외입양 절차 중 인권침해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또 “신청인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인격을 추구하는 성인으로 자라나 자신들의 과거에 관한 진실을 확인함으로써 한국은 물론 자신의 과거와 화해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스민 힐리 AUSKRG 공동대표는 “아직 목소리를 낼 기회도 얻지 못한 이들이 많다. 오늘 아침까지도 ‘우리 이야기도 조사해달라’는 입양인들의 메시지를 받았다”며 “진실 규명 신청은 해외입양인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국제적 운동의 일부”라고 말했다.

피터 뮐러 DKRG 대표는 “입양기관들이 진실화해위 조사를 신청하는 입양인들을 협박하고 조사에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경찰 신고, 각국 대사관을 통한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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