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금덕 할머니 “여간 기분 나쁜 것이 아니다”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뉴시스·여성신문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뉴시스·여성신문

정의당이 9일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의 ‘대한민국 인권상’ 국민훈장 모란장 서훈이 보류된 것에 대해 정부의 사과를 촉구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심사를 거쳐 확정된 최종 추천 대상자가 국무회의 절차를 거치지 못해 수상이 무산된 경우는 사상 처음”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수석대변인은 “국무위원회는 이 치욕스러운 결정을 바로잡고, 양금덕 할머니와 국민들에게 사과하십시오”라며 “일본의 눈치를 보느라 모두가 자격을 인정하는 자국 국민에게 ‘대한민국 인권상’조차 주지 못하는 나라가 정말 나라 맞습니까”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외교부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수상에 제동을 걸었지만, 구체적인 이유는 자신들도 말하지 못하고 있다”며 “외교부는 지난 7월 전범 기업 판결을 사실상 보류해달라는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하더니, 이제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상 수상도 일본 눈치를 보느라 앞장서서 막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9월 누리집에 양금덕 할머니를 비롯해 ‘2022년 대한민국 인권상 포상 추천대상자’ 명단을 공개해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시상은 오는 9일 개최되는 ‘2022년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이뤄질 계획이었으나 양 할머니에 대한 서훈 안건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외교부는 “서훈 수여는 상훈법상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재가해야 하며 관련 부처간 사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다”며 “서훈 수여 대상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인의 수훈을 염두에 두고 행사를 기획한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해명했다.

양 할머니는 초등학교 6학년 재학 중 일본인 교장의 ‘일본에 가면 일도 하면서 공부도 할 수 있다’는 말에 속아 동급생과 함께 비행기 부품을 만드는 미쓰비시중공업 공장에 끌려갔다.

해방 이후 귀국한 양 할머니는 1992년 2월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에 가입해 일본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며 거리에 섰다. 지난 2018년 11월에는 대법원으로부터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을 이끌어냈다.

양 할머니는 지난 8일 “처음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대상 수상, 국민훈장을 준다길래 흐뭇했다. 이제와서 보류한다는 게 여간 기분 나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엇 때문에 (서훈·수상이) 보류됐느냐. 정부가 우리(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부끄러운 일이 있으니 그런 것 아니냐”며 “우리가 일본에 가서 죽을 고생했는데 사죄 한 마디 듣는게 뭐가 그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우리가 무엇을 부끄러워 해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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