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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거북목과 휘어진 척추를 창피하게 여기는 분위기는 아니었으나 지금은 틀어진 체형을 과체중 이상으로 죄악시한다. 서둘러 뭔가 했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 지갑이 열린다. 의자를 사든가 필라테스를 배우든가.ⓒPICXABAY

앉는 자세를 바로잡는 의자 광고가 하루에도 몇 번씩 눈에 들어왔다. 자세가 불량하기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렸다. 사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에 자그마치 750만 개가 팔렸단다. 한 일간지에서는 이 의자의 효과가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이제는 운동해서 마르기를 소원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왕 하는 운동인데 부상으로 곧은 체형을 갖고 싶다. 한 가지 더 욕심낸다면 코어 근육도. 이 둘은 건강하고 관리가 잘 된 몸의 표상이자 최신 트렌드다. 대중의 선망도 마른 몸을 향한 그것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열렬하다.

선망을 막상 실행하자니 난이도가 꽤 높다. 등과 어깨가 구부정해지는 건 그 자세가 모니터를 집중해서 보기에 가장 적합해서다. 펴고 싶다고 쉽게 펴지지 않는다. 또 코어 근육을 만들자면 그냥 운동으로는 어림도 없다.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죄책감을 자극해서 현실의 반대급부를 선망하게끔 하는 메커니즘은 결국 소비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악랄하면서도 적확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여성은 작은 자극에도 쉽게 죄책감을 느낀다. 심지어 몸에 관한 죄책감이라니, 이는 거의 모든 여성의 내면에 일정량씩 존재하므로 버튼만 누르면 연중무휴로 호출된다.

정말이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듯 거북목과 휘어진 척추가 수치스럽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거북목과 휘어진 척추를 창피하게 여기는 분위기는 아니었으나 지금은 틀어진 체형을 과체중 이상으로 죄악시한다. 실행은 어려워도 소비는 쉽다고 했던가? 서둘러 뭔가 했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 지갑이 열린다. 의자를 사든가 필라테스를 배우든가.

그러나 한 번쯤은 결과 이전의 과정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허리가 휘도록 앉아만 있거나 하지정맥류가 생기도록 서 있는 건 생계를 위한 선택이었다. 하루에 열두 시간씩 일하면서 일자 척추에 어깨가 당당하게 펴진 몸이라니, 그야말로 ‘신상 판타지’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소비 대신에 잠들기 전 30분이라도 틈을 내서 제대로 쉬고 몸에 쌓인 긴장을 풀어보기로 했다. 목표는 환상 속의 몸이 아니라 ‘편안한 몸’, 조금이라도 더 ‘가벼운 몸’으로 기준을 낮췄다.

참고할 콘텐츠도 생각보다 다양했다. 소마틱스(Somatics), 인요가, 교정 스트레칭 등등. 이런 콘텐츠는 하나 같이 특정한 동작을 배워서 따라 하거나 잘할 필요가 없음을 강조한다. 오히려 ‘잘하려고 애쓰지 말라’고 당부한다.

보통의 운동은 지도자가 시범을 보이고 그것을 모사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습득한다. 당연히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 한 사람이 있고 잘하려는 마음에 몸이 긴장하기 쉽다. 그러나 쉬기 위한 운동, 운동하지 않는 운동은 대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말로써 설명하는 리딩(leading)의 형식을 취한다. 게다가 움직임이 단순하고 쉽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다. 잘하거나 못하는 사람 간의 구분이 무의미하고 결과는 만족스럽다. 호흡만 잘해도 몸이 이완되면서 그대로 졸음이 쏟아졌다.

위한 운동을 경험하면서 그동안 했던 운동을 돌아봤다. 즐겁고 짜릿했지만 위험, 부담,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도 유발됐던 것 같다. 가끔은 일반적인 의미의 운동 대신 몸의 움직임에만 집중하고 싶다. 따로 배우거나 잘할 필요 없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움직임 그대로.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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